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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8.08.22 18:16 수정 : 2018.08.23 09:20

송경동 시인·‘항공재벌 갑질근절 시민행동’

“회장님 만날 생각에 밤잠을 못 잤습니다. 사랑합니다.”

“너는 울고, 너는 안기고, 너희는 달려가서 팔장을 끼어라. … 살이 찐 승무원이나 외모가 틀어진 이런 분들은 회사에 들어가지 말고 바로 퇴근하게 하거나 아니면 지하 식당을 통해서 회사로 들어가게 했습니다.”

아시아나항공 박삼구 회장을 위한 ‘여승무원 기쁨조’ 이야기다.

“죽을래 ×××야. ××놈아 빨리 안 뛰어와. … 세트로 다 잘라버려야 해. 잘라. 아우 저 거지같은 놈, 저 ××놈의 ××, 나가. … ‘사택 노예들’은 근로계약서상 휴게시간은 10시간이지만 잠시 자리를 비우면 꾸지람을 듣기 때문에 야간 4시간 잠자는 것 외에 휴게시간은 없는 거나 마찬가지였다. … 경비 업무는 기본이고, 애견 관리, 조경, 청소, 빨래 등의 일을 했고, 2014년부터 연차휴가는 단 한번도 사용하지 못했다. … (총수 일가 제주도 전용 목장의) 백조가 아프면 걷어차이는 등 질책. …‘목장에선 임원보다 백조의 지위가 높으니 부회장급이나 다름없다’는 농담까지 퍼졌습니다.”

대한항공 조양호 회장 일가의 황제 갑질 이야기다. 알려진 대로 조 회장의 큰딸 조현아 당시 대한항공 부사장은 견과류 서비스가 불만이라고 승무원에게 폭언을 하고 활주로를 달리던 비행기를 게이트로 되돌려 기내 사무장을 강제로 내리게 해서 세계를 놀라게 했다. 작은딸 조현민 전무는 광고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다른 회사 직원들을 세워두고 물컵을 던지는 등 폭력을 행사했다. 아버지뻘 되는 이들에게도 폭언과 욕설이 일상이었고 어떤 인사 기준도 없이 1년에 서너번 팀장급 직원을 바꾸는 인사 전횡도 아무런 일이 아니었다고 한다.

조양호 회장의 부인인 이명희는 정도가 더했다. 운전기사 얼굴에 침을 뱉고, 일하는 사람을 향해 조경 가위를 던지고, 무릎을 꿇리고 걷어차고, 그날로 사람들을 해고하는 게 아무런 일도 아니었다고 한다.

그러나 이제 더 이상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에서 일하는 조종사, 승무원, 기능직 등 노동자들은 조양호와 박삼구 재벌 일가의 머슴이, 노예가 아니다. 그간 사내 탄압을 피하기 위해 일명 ‘가이포크스 가면’을 쓰고 거리로 나섰던 이들이 커밍아웃을 한다. 당당한 주권자의 이름으로, 시민의 이름으로, 노동자의 이름으로 2018년 8월24일 항공사 노동자들이 박근혜라는 갑질과 특권을 쫓아냈던 광화문 촛불항쟁의 광장에서 또 하나의 흉폭한 갑을 내쫓기 위해 오랜 두려움의 가면을 벗는다. 숨겨두었던 분노와 용기의 맨 얼굴을 드러낸다. 진실과 저항의 참 얼굴을 드러낸다.

두 국적 항공사를 개인 왕국처럼 지배, 점령해온 부당하고 불의한 사실을 드러내기 위해서다. 중세 황제들처럼 부를 세습하며 온갖 부정과 비리, 폭력과 야만을 저질러온 조양호와 박삼구 회장 일가의 가면을 벗기기 위해서다. 공공의 것을 사유화하고 전제군주처럼 군림해왔던 또 다른 독재자들의 일그러진 얼굴을 만천하에 공개하기 위해서다. 밀수, 탈세, 배임, 횡령, 특수폭행, 검역법 위반, 약사법 위반, 출입국법 위반, 항공사업법 위반, 검역법 위반 혐의 등 열번의 압수수색, 하지만 다섯번의 구속영장이 모두 기각되는 대한민국 법정의 오래된 적폐를, 정경유착의 뿌리 깊은 고리를 고발하기 위해서다.

이제 물러설 곳이 없다. 조양호, 박삼구 일가가 물러나야 한다. 인격파탄, 인권유린, 민주주의 부정… 공공의 적들은 역사의 뒤안길로 퇴출되어야 한다. 두 국적 항공사는 실제 일하는 직원과 노동자들 모두의 것이 되어야 한다. 국민 모두의 것이 되어야 한다.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두 국적 항공사의 비행항로는 전근대의 노예제 사회, 왕조시대를 향한 게 아니라, 더 많은 평화와 평등, 모두의 인권과 자유가 보장되는 행복한 미래사회로 향해야 한다.

감옥으로 간 두 전직 대통령보다 힘이 센 재벌 체제가 허물어져야 한다. 일상의 모든 곳에서 ‘갑의 특권’을 퇴출하는 제2의 촛불 연속혁명이 계속 이어져야 한다. 그런 바람을 담아 촛불시민들이 함께 조남호 박삼구, 그들의 그간 ‘비행’을 응징하고 새로운 일터와 새로운 사회를 향한 힘찬 ‘비행’에 나선다. 8월24일이 그 아름다운 비행의 첫 출발지가 될 것이다. 정의가 불의를 이길 것이다. 밝은 내일이 답답하고 어두웠던 어제를 훌쩍 뛰어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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