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냐면 |
[왜냐면] 청년 작업대출 피해 정말 일부만의 문제일까? / 박수민 |
급전, 내구제대출, 작업대출을 검색하면 무수히 많은 업체가 검색된다.
‘남녀노소 누구나 가능/ 전 지역 당일 출장/ 무방문 무서류/ 신용불량 통신미납 OK’
24시간 전문 상담원 대기 중이라는 문구를 쉽게 볼 수 있다. 아주 쉽고 편리하게 대출이 가능하다고 유혹한다. 서로 본인들 업체가 안전하게 대출을 할 수 있는 곳이라고 말한다. 통장이나 카드를 요구하는 업체는 사기 업체이니 주의하라는 친절한 멘트는 덤이다. 작업대출이라는 용어를 숨기지도 않는다.
‘작업대출'이란 일종의 대출 사기다. 정상적으로 대출이 안 되는 사람들에게 재직증명서나 소득증빙서류를 위·변조해 대출을 해주고 높은 수수료를 떼간다. ‘내구제대출'은 ‘나를 구제하는 대출'의 줄임말이다. 휴대폰 같은 비싼 전자제품을 여러 대 할부로 개통하거나 산 뒤 대부업자에게 넘겨 현금을 융통하는 대출 사기다. 급하게 현금이 필요한 청소년들이 주로 이용한다. 신용유의자에게 쉽게 돈을 빌려준다는 것이 상식적으로 이해되지 않지만 심리적으로 위축되어 있고 다급한 이들에게는 희망의 손길로 보였을 것 같다.
지난 5월 전남지방경찰청은 휴대폰 소액대출자를 모집한 뒤 대규모 물품 렌털 사기를 벌인 일당 7명을 검거했다. 이들은 2015년 12월부터 1년여간 생활정보지 광고를 통해 급전이 필요한 20대 청년실업자, 노숙인, 신용불량자 총 62명을 모집한 뒤 이들 명의로 안마의자, 공기청정기, 정수기 등 9개 품목 렌털 계약을 체결했다. 이를 다시 중고나라에 판매해 총 4억9천여만원 상당을 편취했다고 한다.
범죄의 타깃은 은행 대출이 불가능하면서 자금이 급한 계층이었다. 당연히 신용등급이 낮고 비정규직 저임금 일자리를 전전하는 청년, 사회경험이 부족한 학생이 피해자가 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청년 실업률이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는 가운데 노동시장에 진입하지 못하고 오랜 기간 취업을 준비하는 청년들, 구직 자체를 포기한 청년들, 노동시장에 진입하기도 전에 빚으로 대학을 졸업하고 소액결제로 생활비를 충당하는 청년들, 빚을 갚기 위해 또 빚을 내는 청년들이 기댈 언덕은 존재하지 않는다. 문제인 줄 알면서도 선택할 수밖에 없는 구조에 놓여 있다는 얘기다. 낮은 금리에 적정한 대출을 해주는 믿고 신뢰할 만한 금융 생태계가 조성되어 있지 않은 상황에서 그 시스템에 들어갈 수 없는 청년들이 불법임을 숨기지도 부끄러워하지도 않는, 친절로 무장한 작업대출 브로커들에게 가는 건 일견 자연스럽지 않은가.
2015년 10월 작업대출을 거절한 친구를 살해한 뒤 암매장까지 한 일당이 검거된 사건이 있었다. ‘작업대출'을 해오던 일당은 쉽게 돈을 벌려고 지인들을 범행 대상으로 삼았고, 대출에 협조하지 않자 살해했다고 한다. 최근 상담에서 지인에게 부탁받고 작업대출을 진행한 청년들을 적지 않게 만났다. 친구를 통해 다단계 회사에 가서 물건을 구입했고 그 과정에서 대출을 받게 됐다. 서류를 조작하는 과정에서 본인이 일하지도 않았던 직장이 신용등급 조회 과정에서 확인돼 피해자가 오히려 사기 혐의로 고소를 당했다. 그 벌금을 물지 못해 노역을 살아야 했던 경우도 있었다.
개인이 정확하게 확인하지 않아서 혹은 일부 청년의 문제라고 치부해버리는 이 순간에도 많은 피해자가 발생하고 있다.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홀로 고민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본인을 자책하면서 말이다. 작업대출을 다룬 영화 <원라인> 양경모 감독의 인터뷰가 마음에 와닿았다. “은행은 돈 받아내기 쉬운 사람을 골라서 장사하는 거고 대출업자는 선의를 갖고 (그 대상에서 제외된 사람에게) 돈을 빌려주는 거라고 믿고 있다. 과연 그 선의는 어디서 나오는 걸까? 그 질문을 하고 싶었다. 은행은 물론 선의를 가질 필요가 없지만 적어도 국가는 선의를 가져야 한다고 생각했다.”
당연한 것은 없다. 왜 이러한 문제가 계속 반복되고 있는지 우리는 계속 의문을 갖고 정부에 대책을 마련하라고 목소리를 높여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최근 ‘청년빚문제해결을위한네트워크’(청빚넷)가 구성된 뒤 금융범죄 피해 지원과 예방을 위한 움직임이 시작된 것은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청(소)년 금융범죄피해 예방·지원 가이드북’(www.socialfunch.org/freedom_debt) 제작을 위해 애쓰는 이들의 목소리에 힘을 실어주시길 간절히 부탁드린다.
박수민 광주청년지갑트레이닝센터 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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