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냐면 |
[왜냐면] 최저임금의 딜레마, 어떻게 보고 대응해야 하나 / 배규식 |
최저임금이 2018년 16.4% 인상에 이어 2019년 10.9% 인상되면서 사회적으로 뜨거운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최저임금 인상이 우리의 사회적 요구와 경제적 구조에 어떻게 관련되어 있으며 어떻게 해결해야 할 것인가를 두고 차분히 사회적 논의가 전개되어야 마땅하나, 매우 정치적으로 해석되고 있다.
우선, 최저임금을 왜 2018년 16.4%, 2019년 10.9%로 높게 인상했는가? 최저임금의 대폭 인상은 저임금 근로자 비율이 높은 우리 노동시장의 이중구조와 관련이 있다. 우리의 저임금 근로자 비율은 23.5%로 높고(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고용전망 2018), 사업체 규모별로 월평균 임금 격차가 더 크게 벌어지고 있다. 또한 많은 중소제조업, 서비스업의 어렵고 힘든 직무에서 구인난을 외국인 이주 노동자로 채우고 있다. 이들 인력 부족 산업과 업종에 국내 인력을 늘리기 위해서는 낮은 수준의 임금을 올리지 않으면 안 된다. 이렇게 볼 때 최저임금의 높은 인상률은 사회적 요구를 반영한 것이다.
그럼에도 대통령 공약인 2020년까지 최저임금 1만원으로 인상을 실현하기 어려운 구조적 원인은 어디에 있는가.
먼저 소기업, 중소기업들이 차지하는 높은 고용 비중 때문이다. 근로자 1~9인을 고용한 민간 소기업이 전체 민간기업 고용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34.7%에 이른다. 100인 미만의 민간 부문 중소기업이 전체 고용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62.4%다. 대체로 소기업들이나 중소기업들이 대기업보다 생산성, 수익률이 낮으며 상당수가 대기업에 종속된 하청이나 프랜차이즈 관계 아래 불공정한 거래로 낮은 수익률, 낮은 지불능력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또한 2016년 우리나라 자영업은 우리 전체 고용 중 25.5%를 차지하고 있어서 일본 10.6%, 영국 15.4%, 미국 6.4%, 프랑스 11.8%, 독일 10.4%, 네덜란드 16.8%보다 훨씬 높다(OECD). 자영업자 570만명 중 근로자를 고용하고 있는 자영업자가 163만7천명, 근로자 고용이 없는 자영업자가 405만9천명이다(통계청 2018년 4월). 연매출액 4600만원 미만의 영세자영업이 51.9%를 차지하고 있고 과잉경쟁 등으로 자영업자의 33.9%가 업력이 3년 정도로 단명한다.
이와 같이 수익성, 지불능력이 낮은 소기업, 중소기업 및 자영업자의 고용 비중이 높은 상태에서 연속해서 15%를 넘는 최저임금 인상은 이들 취약한 소기업 및 자영업을 위협할 수 있다. 결국 최저임금 인상의 속도조절이 불가피하다. 소기업과 자영업이 지불여력을 가질 수 있도록 원청-하청, 본사-가맹점 간의 불공정거래 개선과 경제민주화를 같이 추진하면서 단계적으로 최저임금을 인상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최저임금 인상을 보완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최저임금 인상이 영세자영업자나 실업자 가구 소득증대에 도움이 되지 못하기 때문에 실업부조 등이 필요하다. 중소기업의 지불능력 제고를 위해 공정, 물류, 작업방식 혁신 지원이 좀 더 적극적으로 추진되어야 한다. 대기업의 하청, 프랜차이즈 관계에 놓여 있는 중소기업, 점포들에 대해서는 불이익 구조를 지속적으로 개선해야 할 필요가 있다.
또한 기업별로 파편화된 임금 체계로 인해서 동일 노동에도 대기업에 비해 소기업이나 자영업 등의 많은 직업과 직무가 최저임금 수준에 머물러왔다. 기업을 넘어서서 직무별로 표준화된 임금 체계와 수준을 통해 기업 간 임금 격차를 축소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초기업별로 임금 수준과 체계를 표준화하는 초기업별 교섭도 동시에 추진될 필요가 있다.
배규식 한국노동연구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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