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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8.07.30 18:33 수정 : 2018.07.30 19:10

방귀희
(사)한국장애예술인협회 대표

같은 하늘 아래에서 사는 사람들인데 특수학교 건립을 대하는 태도가 정반대인 것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우연히 영국 스코틀랜드 글래스고에 있는 특수학교 헤이즐우드 자료를 보면서 나도 모르게 우리나라와 비교하기 시작했다.

글래스고 시민들도 마을에 학교가 건립된다는 소식을 듣고 반대를 하였다. 조용한 마을이 시끄러워질 것을 우려해서다. 그런데 그 학교가 장애학생들이 다니는 특수학교라고 하자 반대를 멈췄다. 지난해 강서구에 들어설 특수학교 건립을 지역 주민들이 얼마나 반대했는지 기억할 것이다.

글래스고 시의회는 특수학교 건립을 위해 건축가를 공모하여 앨런 던롭이라는 유명한 건축가를 선정하였고, 그는 장애학생들의 독립심을 키워주는 안정적인 건축 디자인으로 아주 멋진 특수학교를 만들었다. 그 결과 이 학교는 ‘뛰어난 학교 건축물’로 선정되었다. 우리나라는 특수학교 건립에 유명 건축가가 참여하지 않는다. 특수학교는 디자인이 중요한 건물이 아니라 그저 세우기만 하면 되는 건축물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특수학교가 건립된 뒤의 모습도 우리와는 확연히 다르다. 헤이즐우드학교는 장애학생들에게 음악, 미술 등 예능교육을 실시하여 그들이 갖고 있는 예술적 재능을 키워준다. 그래서 학기 말에 장애학생들이 주인공인 콘서트를 열어 주민들을 초대하는데 주민 참여도가 높아서 후원금까지 모인다 하니 정말 부럽기 그지없다.

헤이즐우드학교의 교육 목표는 바깥세상에서 살아가는 법을 배우는 것이어서 일주일에 2회 현장교육을 실시하는데 중증의 장애학생들이 쇼핑을 하면서 생기는 문제들을 사람들이 불편해하지 않고 오히려 장애학생들에게 길을 터준다니 그 배려와 여유는 도대체 어떻게 해서 생긴 것인지 궁금하다.

폭력이 전혀 없었던 촛불 시위로 세계를 놀라게 했던 우리 국민이건만 특수학교가 건립되는 것은 목숨 걸고 반대하고, 장애인 공연은 볼 필요가 없다고 외면하며, 지하철이나 마트 같은 붐비는 곳에 장애인이 있으면 인상을 찌푸리면서 낮은 시민 의식을 드러내는 이중적인 태도를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 모르겠다.

지금 문화체육관광부에서는 국정과제에 포함된 장애인예술 전용극장 건립을 위해 의견을 수렴하고 있는데 전문가들이 모여 위치는 어디가 좋고 건물에 어떤 시설이 필요하며 전용극장 운영 방법 등을 논의하고 있지만 가장 염려가 되는 것은 장애인예술극장이 세워질 장소의 주민들이 장애인시설이어서 반대하고 나설 수도 있으며, 과연 우리 관객들이 장애인예술 공연을 관람하러 얼마나 찾아올까 하는 점이다.

지구 반대편에서는 당연한 것이 우리에게는 혐오스러운 일이 되고 있는 이유는 우리 사회가 정체성의 혼란에 빠져 있기 때문이 아닌가 한다. 진실이 외면당하는 ‘탈(脫)진실’(post-truth) 현상이 팽배해지고 있다. 탈진실은 ‘객관적 사실보다 강한 주장들이 여론에 더 큰 영향을 미치는 상황’을 뜻하는데 실제로 무엇이 진실인지 뻔히 알면서도 그 진실을 왜곡하며 또 다른 진실을 만들어내려고 한다. 또 한가지 현상은 비합리증이다. 충분한 지식이 있지만 특정 상황에서 비합리적으로 생각하고 행동하는 증상이다. 타인에게는 엄격하면서 자신에게는 너그럽기 때문이다.

탈진실과 비합리증 현상이 적어도 장애인과 관련해서는 나타나면 안 된다. 그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통일을 준비해야 하는 우리 국민에게 필요한 것은 다름을 인정하고 차이를 협업의 조건으로 받아들이는 관대한 포용이다. 특수학교든 장애인예술극장이든 장애인시설 건립이 반대에 부딪히는 사건이 또다시 발생한다면 우리는 정말 부끄러움을 모르는 국민이라는 낙인이 찍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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