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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8.07.25 18:27 수정 : 2018.07.25 20:09

박영석
자본시장연구원장

문재인 정부는 소득주도성장, 혁신성장, 공정경쟁을 경제정책의 핵심축으로 내걸고 있다. 한국 경제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수출 비율이 50% 내외로 대외 의존도가 매우 높은 특징을 가지고 있다. 미국, 일본, 중국의 경우 비율이 12%, 15%, 25%이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평균 비율도 25%에 불과한 수준이다. 수출 중심 경제구조 때문에 우리나라에서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이중화된 노동시장 구조가 고착화되었다. 최근 통계에 의하면 중소기업 근로자의 세전 월평균 상용임금은 322만원으로 대기업 근로자의 월평균 상용임금 514만원의 약 63%에 불과한 수준이다.

정부는 우리 경제가 수출 중심의 경제성장정책 패러다임에서 벗어나는 것이 필요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내수와 수출이 균형있게 발전하는 방향으로 경제성장 목표를 바꾸는 혁신적인 변화 관리를 시작한 것이다. 노동에 대한 분배를 늘리면 가계소득의 증가를 기대할 수 있고 그 결과 내수와 투자가 증가하여 한국 경제의 대외 의존도를 점차 낮출 수 있다. 그런데 최근 발표된 통계청의 1분기 가계소득조사를 가지고 소득주도성장의 효과를 평가하면서 상반된 주장들이 오가고 있다. 그러나 구조변화와 같은 장기정책의 효과를 단지 3개월의 분기 통계만 가지고 확인하겠다고 하는 것은 너무 성급한 접근이다.

경제는 살아 움직이는 생물이다. 소득주도성장이 효과를 나타내기 위해서는 인건비 상승에 대한 기업의 합리적 대응방안들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임금이 높아지면 기업은 기본적으로 다음과 같은 대응책들을 고려할 것이다. 경제학 교과서에 의하면 비용이 오르면 수요를 줄이는 것이다. 인건비 상승분을 상쇄할 만큼 노동에 대한 수요를 줄여서 총인건비 지출의 증가를 피하는 것이다. 그러나 노동의 수요를 줄이는 것은 분명히 한계가 있다. 따라서 고용을 줄이는 것은 제한적인 폭에서 단기적으로만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다.

두번째 대응방안은 높아진 원가부담을 거래 상대방이 지급하는 가격에 전가하여 이익규모를 유지하는 것이다. 거래 상대방에게 무거운 짐을 넘기는 것은 공정한 거래 환경이 조성되어야 가능한 선택이다. 그런데 공정위가 아무리 촘촘하게 규제한다 하더라도 거래관계에서 을인 중소기업이 갑인 대기업에 인건비 상승분을 부담시키는 것 또한 일반적으로 나타날 것으로 기대하기는 어려운 시나리오로 판단된다.

마지막 대안이 가장 바람직한 시나리오다. 인건비 증가의 부담을 혁신을 통하여 흡수하는 것이다. 혁신은 바이오나 정보통신기술(ICT)과 같은 첨단산업에서만 나타나는 것이 아니고 모든 규모의 기업이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에서 잉태되는 것이다. 따라서 정부는 공정한 경쟁 환경을 만들어주어야 한다. 그리고 자본시장을 활성화하여 새로운 경쟁자의 시장 진입이 활발하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는 제도 개선도 필요하다.

경쟁도가 높은 상황에서 인건비 증가는 경영자들에게 다양한 생산성 증가 또는 기술혁신, 경영혁신 압박으로 작용한다. 즉, 경쟁이 치열해지면 혁신을 통하여 비용을 낮추거나 제품의 품질을 높이는 기업만 살아남는다. 저임금과 장시간 노동에 의존해온 기업 및 산업은 서서히 소멸하고 적정 임금과 적정 노동시간을 유지하면서도 경쟁력과 효율성을 확보할 정도로 기술력 및 경영 생산성이 높은 기업과 산업을 중심으로 기업 및 산업 생태계가 재편된다.

문재인 정부 경제정책이 성공하려면 소득주도성장이 선도하고 혁신성장이 뒷바람의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두 정책은 서로 다른 방향에서 공정한 경제에 활력을 불러일으키고 성장을 촉진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역동적인 자본시장의 역할이 필요하다. 자본이 먼저 움직여야 공정한 경쟁 환경도 만들어질 수 있고 기업부문의 혁신도 만들어질 수 있다.

결론적으로 소득주도성장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공정한 경쟁이 작동하는 경쟁 환경을 만들어주는 노력을 해야 한다. 그리고 공정한 경쟁에 새롭게 뛰어드는 기업이 나올 수 있도록 자본시장을 포함한 금융시장을 활성화하는 정부정책이 필요하다고 하겠다. 소득주도성장, 혁신성장, 공정경쟁의 삼각 방정식에 자본시장을 추가하여 사각 방정식으로 접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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