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양의대 교수·사회의학 오랜만입니다. 살얼음을 걷는 남북 관계와 요동치는 국제정치, 경제 속에 밤낮을 설치시리라 생각합니다. 그런 격무 중에 도움을 드리지는 못할망정 이런 편지까지 드리게 되어 미안합니다. 저 역시 “의료민영화의 관 뚜껑을 완전히 닫았다”고 호언하며 대통령이 된 이 정권 아래에서 이런 주제로 다시 편지를 쓰게 되리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며칠 전 한 병원에서 열린 ‘의료기기 규제혁신 현장방문' 행사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신의료기술을 “먼저 허가하고 나중에 평가하는” ‘포괄적 네거티브 규제’로 전환하겠다고 하였고, 기다렸다는 듯이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원격의료를 단계적으로 허용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원격의료는 의료민영화의 핵심입니다. 게다가 안정성도 확보하지 않은 영리적 의료기술을 국민에게 미리 써보게 하겠다는 것은 귀를 의심케 합니다. 게다가 효과도 충분하지 않으면서 가격만 비싼 신기술의 허용은 결국 비급여를 급여화하겠다는 ‘문재인 케어’에 치명타를 가할 것입니다. 대통령이 거론한 정군의 사례는 문제의 본질과 어긋나 있는 경우입니다. 현재도 가족 간에 건강 정보를 나누는 것은 금하고 있지 않습니다. 지금 대기업, 보험회사, 대형병원이 원하는 것은 그 정보를 자신들이 들여다보고 영리 추구에 사용할 수 있게 해달라는 것이지요. 그러니 그 이야기는 혹세무민의 사례일 뿐입니다. 이렇게 복잡한 이야기를 이 분야 문외한인 대통령과 보건복지부 장관이 어떻게 알겠습니까? 결국 참모들을 믿고 말한 것이겠지요. 그러니 억울해도 김 비서관님은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합니다. 가만히 보니 청와대에는 지난 정권이 남겨놓은 바이러스가 있는 것 같습니다. 이명박 정부 때 그 바이러스의 이름은 “내가 해봐서 아는데”였고, 박근혜 정부 때는 “까불지 마” 바이러스였습니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 때는 “내가 제일 잘 알아” 바이러스로 변이를 일으킨 것 같습니다. 이 바이러스들은 차이는 있지만, 결국 한 종류입니다. 감염의 주 증상은 대선 공약에 대한 ‘기억상실’과 ‘그래도 우리를 계속 지지해줄 거야'라는 착각입니다. 국민의 목소리를 제일로 알겠다는 문재인 정부는 국민이나 전문가의 목소리를 제대로 듣지 않고 있습니다. 제 말이 거짓말인지는 김 비서관님을 포함해 각 부처 장관이 지난 1년 동안 얼마나 국민과 전문가들을 만났는지 확인해보시면 아실 겁니다. 홍보사진 찍는 것 말고 말입니다. 불통은 정책의 실기로 이어집니다. 이것은 문재인 정부도 예외일 수 없습니다. 며칠 전 나온 진보학자들의 비판 성명은 이러한 ‘불통’의 연장선에 있다는 점에서 실로 우려스럽습니다. 김 비서관님. 이 분야에 오랜 경험이 있는 김 비서관님은 ‘사회정책은 내가 제일 잘 알아’라고 생각하실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그런 생각은 ‘정상'이 아니라 ‘증상'입니다. 또 원격의료 등 의료민영화를 반대하는 사람은 소수에 지나지 않는다고 생각하실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고 보니 2000년 의약분업 사태로 1년 넘게 고생한 후에 만났던 자리에서 김 비서관님이 “(의약분업을 하자고 한) 한줌도 안 되는 진보세력에게 속아 고생했다”고 농담 반 진담 반 이야기했던 것이 생각납니다. 하지만 바로 그 사람들이 독재 정권과 비민주적 정권의 혹독함 속에서 마지막 불씨를 지킨 이들입니다. 무엇보다 그 한줌도 안 되는 사람들은 결코 싸움에서 져본 적이 없는 이들입니다. 왜냐하면 그들은 싸움을 멈춰본 적이 없으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기 때문입니다. 자, 그런 이들의 이름으로 요구합니다. 국민의 삶을 위협하는 의료민영화 정책의 가동을 당장 중단하십시오.
왜냐면 |
[왜냐면] 김수현 청와대 사회수석 비서관께 / 신영전 |
신영전
한양의대 교수·사회의학 오랜만입니다. 살얼음을 걷는 남북 관계와 요동치는 국제정치, 경제 속에 밤낮을 설치시리라 생각합니다. 그런 격무 중에 도움을 드리지는 못할망정 이런 편지까지 드리게 되어 미안합니다. 저 역시 “의료민영화의 관 뚜껑을 완전히 닫았다”고 호언하며 대통령이 된 이 정권 아래에서 이런 주제로 다시 편지를 쓰게 되리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며칠 전 한 병원에서 열린 ‘의료기기 규제혁신 현장방문' 행사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신의료기술을 “먼저 허가하고 나중에 평가하는” ‘포괄적 네거티브 규제’로 전환하겠다고 하였고, 기다렸다는 듯이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원격의료를 단계적으로 허용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원격의료는 의료민영화의 핵심입니다. 게다가 안정성도 확보하지 않은 영리적 의료기술을 국민에게 미리 써보게 하겠다는 것은 귀를 의심케 합니다. 게다가 효과도 충분하지 않으면서 가격만 비싼 신기술의 허용은 결국 비급여를 급여화하겠다는 ‘문재인 케어’에 치명타를 가할 것입니다. 대통령이 거론한 정군의 사례는 문제의 본질과 어긋나 있는 경우입니다. 현재도 가족 간에 건강 정보를 나누는 것은 금하고 있지 않습니다. 지금 대기업, 보험회사, 대형병원이 원하는 것은 그 정보를 자신들이 들여다보고 영리 추구에 사용할 수 있게 해달라는 것이지요. 그러니 그 이야기는 혹세무민의 사례일 뿐입니다. 이렇게 복잡한 이야기를 이 분야 문외한인 대통령과 보건복지부 장관이 어떻게 알겠습니까? 결국 참모들을 믿고 말한 것이겠지요. 그러니 억울해도 김 비서관님은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합니다. 가만히 보니 청와대에는 지난 정권이 남겨놓은 바이러스가 있는 것 같습니다. 이명박 정부 때 그 바이러스의 이름은 “내가 해봐서 아는데”였고, 박근혜 정부 때는 “까불지 마” 바이러스였습니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 때는 “내가 제일 잘 알아” 바이러스로 변이를 일으킨 것 같습니다. 이 바이러스들은 차이는 있지만, 결국 한 종류입니다. 감염의 주 증상은 대선 공약에 대한 ‘기억상실’과 ‘그래도 우리를 계속 지지해줄 거야'라는 착각입니다. 국민의 목소리를 제일로 알겠다는 문재인 정부는 국민이나 전문가의 목소리를 제대로 듣지 않고 있습니다. 제 말이 거짓말인지는 김 비서관님을 포함해 각 부처 장관이 지난 1년 동안 얼마나 국민과 전문가들을 만났는지 확인해보시면 아실 겁니다. 홍보사진 찍는 것 말고 말입니다. 불통은 정책의 실기로 이어집니다. 이것은 문재인 정부도 예외일 수 없습니다. 며칠 전 나온 진보학자들의 비판 성명은 이러한 ‘불통’의 연장선에 있다는 점에서 실로 우려스럽습니다. 김 비서관님. 이 분야에 오랜 경험이 있는 김 비서관님은 ‘사회정책은 내가 제일 잘 알아’라고 생각하실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그런 생각은 ‘정상'이 아니라 ‘증상'입니다. 또 원격의료 등 의료민영화를 반대하는 사람은 소수에 지나지 않는다고 생각하실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고 보니 2000년 의약분업 사태로 1년 넘게 고생한 후에 만났던 자리에서 김 비서관님이 “(의약분업을 하자고 한) 한줌도 안 되는 진보세력에게 속아 고생했다”고 농담 반 진담 반 이야기했던 것이 생각납니다. 하지만 바로 그 사람들이 독재 정권과 비민주적 정권의 혹독함 속에서 마지막 불씨를 지킨 이들입니다. 무엇보다 그 한줌도 안 되는 사람들은 결코 싸움에서 져본 적이 없는 이들입니다. 왜냐하면 그들은 싸움을 멈춰본 적이 없으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기 때문입니다. 자, 그런 이들의 이름으로 요구합니다. 국민의 삶을 위협하는 의료민영화 정책의 가동을 당장 중단하십시오.
한양의대 교수·사회의학 오랜만입니다. 살얼음을 걷는 남북 관계와 요동치는 국제정치, 경제 속에 밤낮을 설치시리라 생각합니다. 그런 격무 중에 도움을 드리지는 못할망정 이런 편지까지 드리게 되어 미안합니다. 저 역시 “의료민영화의 관 뚜껑을 완전히 닫았다”고 호언하며 대통령이 된 이 정권 아래에서 이런 주제로 다시 편지를 쓰게 되리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며칠 전 한 병원에서 열린 ‘의료기기 규제혁신 현장방문' 행사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신의료기술을 “먼저 허가하고 나중에 평가하는” ‘포괄적 네거티브 규제’로 전환하겠다고 하였고, 기다렸다는 듯이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원격의료를 단계적으로 허용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원격의료는 의료민영화의 핵심입니다. 게다가 안정성도 확보하지 않은 영리적 의료기술을 국민에게 미리 써보게 하겠다는 것은 귀를 의심케 합니다. 게다가 효과도 충분하지 않으면서 가격만 비싼 신기술의 허용은 결국 비급여를 급여화하겠다는 ‘문재인 케어’에 치명타를 가할 것입니다. 대통령이 거론한 정군의 사례는 문제의 본질과 어긋나 있는 경우입니다. 현재도 가족 간에 건강 정보를 나누는 것은 금하고 있지 않습니다. 지금 대기업, 보험회사, 대형병원이 원하는 것은 그 정보를 자신들이 들여다보고 영리 추구에 사용할 수 있게 해달라는 것이지요. 그러니 그 이야기는 혹세무민의 사례일 뿐입니다. 이렇게 복잡한 이야기를 이 분야 문외한인 대통령과 보건복지부 장관이 어떻게 알겠습니까? 결국 참모들을 믿고 말한 것이겠지요. 그러니 억울해도 김 비서관님은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합니다. 가만히 보니 청와대에는 지난 정권이 남겨놓은 바이러스가 있는 것 같습니다. 이명박 정부 때 그 바이러스의 이름은 “내가 해봐서 아는데”였고, 박근혜 정부 때는 “까불지 마” 바이러스였습니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 때는 “내가 제일 잘 알아” 바이러스로 변이를 일으킨 것 같습니다. 이 바이러스들은 차이는 있지만, 결국 한 종류입니다. 감염의 주 증상은 대선 공약에 대한 ‘기억상실’과 ‘그래도 우리를 계속 지지해줄 거야'라는 착각입니다. 국민의 목소리를 제일로 알겠다는 문재인 정부는 국민이나 전문가의 목소리를 제대로 듣지 않고 있습니다. 제 말이 거짓말인지는 김 비서관님을 포함해 각 부처 장관이 지난 1년 동안 얼마나 국민과 전문가들을 만났는지 확인해보시면 아실 겁니다. 홍보사진 찍는 것 말고 말입니다. 불통은 정책의 실기로 이어집니다. 이것은 문재인 정부도 예외일 수 없습니다. 며칠 전 나온 진보학자들의 비판 성명은 이러한 ‘불통’의 연장선에 있다는 점에서 실로 우려스럽습니다. 김 비서관님. 이 분야에 오랜 경험이 있는 김 비서관님은 ‘사회정책은 내가 제일 잘 알아’라고 생각하실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그런 생각은 ‘정상'이 아니라 ‘증상'입니다. 또 원격의료 등 의료민영화를 반대하는 사람은 소수에 지나지 않는다고 생각하실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고 보니 2000년 의약분업 사태로 1년 넘게 고생한 후에 만났던 자리에서 김 비서관님이 “(의약분업을 하자고 한) 한줌도 안 되는 진보세력에게 속아 고생했다”고 농담 반 진담 반 이야기했던 것이 생각납니다. 하지만 바로 그 사람들이 독재 정권과 비민주적 정권의 혹독함 속에서 마지막 불씨를 지킨 이들입니다. 무엇보다 그 한줌도 안 되는 사람들은 결코 싸움에서 져본 적이 없는 이들입니다. 왜냐하면 그들은 싸움을 멈춰본 적이 없으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기 때문입니다. 자, 그런 이들의 이름으로 요구합니다. 국민의 삶을 위협하는 의료민영화 정책의 가동을 당장 중단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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