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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8.07.16 18:05 수정 : 2018.07.16 19:29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한국경제연구학회 회장

1976년 실시된 이후 수십년간 지속되어온 비과세 예탁금 제도의 일몰 기한이 올해 12월로 다시 다가오면서 기한 연장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비과세 예탁금 제도는 1995년 일몰제(비과세 예탁금 적용 기한 종료)를 도입한 이후 현재까지 총 8차에 걸쳐서 매 3년마다 일몰 기한을 연장해 왔는데, 올해도 해당 기관들이 기한 연장을 위해 정부와 국회에 건의를 하고 있다.

비과세 예탁금 제도는 농협, 수협, 신협, 새마을금고 및 산림조합 등 상호금융기관에서 만 20살 이상의 조합원 및 준조합원을 대상으로 하는 유일한 비과세 서민금융저축 상품이다. 취급기관 합산으로 1인당 3천만원까지 이자소득세 14%(정상세율 15.4%-농특세 1.4%)를 면제하는 제도인 비과세 예탁금 제도는 농어촌 지역경제를 육성하고 농어민 영세서민의 목돈 마련을 통해 소득보전을 도모하기 위해 도입됐다.

그러나 최근 일몰 기한을 연장하는 데 부정적인 시각이 대두하기 시작했다. 지난 정부 이후 확대된 정부 재정지출에 대한 대비의 필요성이 제기되면서 전반적인 조세개혁을 통한 조세수입 확대가 어려움에 직면했다. 그러자 그동안 다양한 형태로 조세를 감면해온 금융상품을 재검토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추이에 편승해 비과세 예탁금에 대한 일몰 기한 연장을 중단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면서 관련된 서민금융기관들은 존립 기반이 무너지지 않을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한국 경제발전에서 도시 지역은 산업화를 통하여 급격히 성장한 반면, 농어촌 지역은 부가가치와 취업자 비중이 전체 국내총생산(GDP)과 전체 취업자의 5% 내에 머물 정도로 급격히 축소됐다. 2016년 기준 도시근로자 소득에 비해 농가소득과 농업소득이 각각 36.5%와 82.8%에 불과하여 여전히 도시와 농촌의 소득 격차는 매우 심각하다. 이러한 상황임에도 단지 조세수입 확충이라는 이유로 일몰 기한 연장을 중단하고자 하는 것은 매우 성급한 결정이라 할 수 있다.

이 제도로 연간 약 680억원 정도의 감면이 이루어지고 있는데 정부 총조세수입 차원에서 보면 매우 미미한 수준이다. 그러나 농어민의 입장에서 보면 이 제도에 의한 수입은 목돈 마련을 통한 재산 형성 수단으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더욱 중요한 것은 만약 일몰 기한 연장이 안 되는 경우 이들 기관에 예치되어 있던 예금이 이탈하여 은행권으로 이동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은행권에서는 이미 개인종합자산관리 계좌를 통해 이자소득이 최대 400만원까지 비과세되고 있다.

이러한 어려움을 반영해 지난 4월 추경호 자유한국당 의원이 서민금융기관의 비과세 혜택 일몰 기한을 연장하는 조세특례제한법 일부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추 의원은 비과세 제도가 취급기관의 서민금융 업무를 지원하고 이 제도의 혜택이 농어민을 비롯한 서민들의 재산 형성에 도움을 주고 있다고 주장했다. 도시와 농촌의 소득 격차를 해소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최근 국회에서 농어민의 재산 형성을 목적으로 오랫동안 실시되어온 이 제도에 비농어민의 가입 비중이 매우 높다고 하여 제도 변화를 촉구하기도 했다. 이는 비과세 예탁금 과세 대상에 준조합원이 포함되면서 나타나는 현상일 수 있다. 오히려 이는 갈수록 줄어가는 농어촌 지역 조합원의 예금만으로는 농어촌 지역 지원사업을 위한 재원 마련에 어려움이 크다는 한계를 드러내기도 한다. 상호금융기관은 이미 2017년 말 기준 비과세 예탁금 수익 이상으로 햇살론 지원에 약 1조1천억원 이상을 출연하였고, 특히 농협은 농업인 실익·복지사업으로 2017년 한해에만 약 1조원을 지원했다.

정부는 조세수입 확보라는 거시적 차원의 논의에서 한걸음 벗어나, 농어촌 지역의 서민금융을 통한 재산 형성이라는 차원에서 비과세 예탁금 일몰 기한을 연장시켜주기 바란다. 고령화와 소득 감소로 갈수록 어려움에 처하고 있는 농어촌 지역의 사회보장적 기능을 하는 차원에서 비과세 예탁금 제도를 바라봐 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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