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노동자 컴퓨터를 사용하는 사람들은 다 아는 단축키가 있다. Ctrl+c/Ctrl+v. 복사하기와 붙여넣기. 자판 2개로 같은 내용을 몇 번이고 반복할 수 있다. 편리하다. 그런데 일하다 병들고 죽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이 단축키 같을 때가 있다. 죽음이 손쉽게 반복된다. 편리하게 죽는다. 의학과 산업공학 같은 전문영역일 것 같지만, 의외로 일하다 병드는 직업병 서사는 단순하다. 안전보다는 수익성을 선택한 기업, 정부의 허술한 관리감독. 그러다 보면 작업장에서 사람 병드는 건 순간이다. 이 단순한 서사를 편리하게 반복시키는 요소 중 하나는, 비밀이다. 비밀은 오래전부터 반복되어온 소재다. 30년 전 이야기를 가져와 오늘날에 ‘Ctrl+v’ 해도 다를 바 없다. 문송면 이야기가 그렇다. 열다섯 살 문송면은 88 서울올림픽도 못 보고 죽었다. 사인은 수은중독. 수은 온도계 만드는 회사에서 일했는데 보호구와 환기시설조차 제대로 없었다. 이유야, 돈이 드니까. 문송면은 왜 가만있었을까. 몰랐으니까. Ctrl+c/v. 복사 그리고 붙여넣기. 문송면 사망 즈음 원진레이온 노동자들은 중풍 걸린 듯 픽픽 쓰러졌다. 이황화탄소 중독이었다. 이황화탄소를 배출하는 설비는 일본에서 수백명의 환자를 만든 뒤 한국으로 옮겨왔다. 회사는 설비의 정체를 숨겼다. 돈이 되니까. 노동자들은 왜 가만있었을까. 몰랐다. 설비에서 구수한 냄새가 났다고 회상했는데 그것이 이황화탄소였다. 정정하자. ‘몰랐다’가 아니다. 회사가 알려주지 않았다. 정보를 차단하는 일은 여전하다. 최근 삼성전자는 작업환경 측정 보고서를 직업병 피해자 유족에게 공개하라는 법원 판결에 맞섰다. 영업비밀이기에 공개할 수 없다는 이유다. 작업환경 측정 보고서란 사실 별게 아니다.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라 공장마다 작업환경을 조사, 측정해 제출하는 자료다. 이를 법으로 정한 까닭은 안전 때문이다. 그렇기에 측정 결과를 작업자들에게 공개해야 할 의무도 함께한다. 직업병을 ‘입증’해야 하는 병든 노동자와 유족들은 작업환경을 알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증거인 보고서 공개를 요구한다. 그러나 삼성은 비밀이라 한다. 비밀이 많은 기업이다. 베트남 타이응우옌에 세운 삼성전자 공장에도 비밀이 있다. 그곳에도 유산과 불임, 각종 질환 등 소문이 무성하다. 베트남 노동자들은 자신이 사용하는 물질을 알지 못했다. 한국 반도체 직업병 이야기를 모른다. 그러나 삼성전자에 관세 우대, 용지 무상제공 등 특혜를 베푼 베트남 정부도 반도체 직업병 문제를 모를까. 비밀 유대는 공고하다. 삼성은 베트남 공장 작업환경을 알리려는 비정부기구(NGO) 단체와 자사 노동자들에게 ‘노동환경을 누설할 경우 법적 대응’을 할 것이라 밝혔다. 이 정도면 비공개가 영업비밀 때문만은 아니란 생각이 든다. 비밀은 유용하다. 노동자가 자신이 사용한 물질을 모르는 비밀. 모르니 저항이 없다. 순순히 일한다. 병든 뒤에도 인과관계를 추측하지 못하니 회사가 소송에 휘말릴 일이 적다. 정보를 숨기는 일은 직업병에 있어 단축키(Ctrl+c/v) 기능을 한다. 죽음을 편리하게 반복시킨다. 삼성의 ‘영업비밀’은 ‘Ctrl+c/v’의 다른 말일 뿐이다. 반복에 제동을 걸기 위해 반올림은 10년을 싸우고 1천일 가까이 거리에서 농성 중이다. 알지 못해 죽는 일을 끊어내야 한다. 7월4일, 반올림 농성 1천일을 맞아 삼성 본사를 둘러싸는 인간 띠잇기를 한다고 한다. 죽음이 단축키처럼 손쉽게 반복되어서는 안 된다는 단순한 염원을 가진 사람들이 모일 예정이다.
왜냐면 |
[왜냐면] Ctrl+c/v와 영업비밀 / 희정 |
희정
기록노동자 컴퓨터를 사용하는 사람들은 다 아는 단축키가 있다. Ctrl+c/Ctrl+v. 복사하기와 붙여넣기. 자판 2개로 같은 내용을 몇 번이고 반복할 수 있다. 편리하다. 그런데 일하다 병들고 죽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이 단축키 같을 때가 있다. 죽음이 손쉽게 반복된다. 편리하게 죽는다. 의학과 산업공학 같은 전문영역일 것 같지만, 의외로 일하다 병드는 직업병 서사는 단순하다. 안전보다는 수익성을 선택한 기업, 정부의 허술한 관리감독. 그러다 보면 작업장에서 사람 병드는 건 순간이다. 이 단순한 서사를 편리하게 반복시키는 요소 중 하나는, 비밀이다. 비밀은 오래전부터 반복되어온 소재다. 30년 전 이야기를 가져와 오늘날에 ‘Ctrl+v’ 해도 다를 바 없다. 문송면 이야기가 그렇다. 열다섯 살 문송면은 88 서울올림픽도 못 보고 죽었다. 사인은 수은중독. 수은 온도계 만드는 회사에서 일했는데 보호구와 환기시설조차 제대로 없었다. 이유야, 돈이 드니까. 문송면은 왜 가만있었을까. 몰랐으니까. Ctrl+c/v. 복사 그리고 붙여넣기. 문송면 사망 즈음 원진레이온 노동자들은 중풍 걸린 듯 픽픽 쓰러졌다. 이황화탄소 중독이었다. 이황화탄소를 배출하는 설비는 일본에서 수백명의 환자를 만든 뒤 한국으로 옮겨왔다. 회사는 설비의 정체를 숨겼다. 돈이 되니까. 노동자들은 왜 가만있었을까. 몰랐다. 설비에서 구수한 냄새가 났다고 회상했는데 그것이 이황화탄소였다. 정정하자. ‘몰랐다’가 아니다. 회사가 알려주지 않았다. 정보를 차단하는 일은 여전하다. 최근 삼성전자는 작업환경 측정 보고서를 직업병 피해자 유족에게 공개하라는 법원 판결에 맞섰다. 영업비밀이기에 공개할 수 없다는 이유다. 작업환경 측정 보고서란 사실 별게 아니다.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라 공장마다 작업환경을 조사, 측정해 제출하는 자료다. 이를 법으로 정한 까닭은 안전 때문이다. 그렇기에 측정 결과를 작업자들에게 공개해야 할 의무도 함께한다. 직업병을 ‘입증’해야 하는 병든 노동자와 유족들은 작업환경을 알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증거인 보고서 공개를 요구한다. 그러나 삼성은 비밀이라 한다. 비밀이 많은 기업이다. 베트남 타이응우옌에 세운 삼성전자 공장에도 비밀이 있다. 그곳에도 유산과 불임, 각종 질환 등 소문이 무성하다. 베트남 노동자들은 자신이 사용하는 물질을 알지 못했다. 한국 반도체 직업병 이야기를 모른다. 그러나 삼성전자에 관세 우대, 용지 무상제공 등 특혜를 베푼 베트남 정부도 반도체 직업병 문제를 모를까. 비밀 유대는 공고하다. 삼성은 베트남 공장 작업환경을 알리려는 비정부기구(NGO) 단체와 자사 노동자들에게 ‘노동환경을 누설할 경우 법적 대응’을 할 것이라 밝혔다. 이 정도면 비공개가 영업비밀 때문만은 아니란 생각이 든다. 비밀은 유용하다. 노동자가 자신이 사용한 물질을 모르는 비밀. 모르니 저항이 없다. 순순히 일한다. 병든 뒤에도 인과관계를 추측하지 못하니 회사가 소송에 휘말릴 일이 적다. 정보를 숨기는 일은 직업병에 있어 단축키(Ctrl+c/v) 기능을 한다. 죽음을 편리하게 반복시킨다. 삼성의 ‘영업비밀’은 ‘Ctrl+c/v’의 다른 말일 뿐이다. 반복에 제동을 걸기 위해 반올림은 10년을 싸우고 1천일 가까이 거리에서 농성 중이다. 알지 못해 죽는 일을 끊어내야 한다. 7월4일, 반올림 농성 1천일을 맞아 삼성 본사를 둘러싸는 인간 띠잇기를 한다고 한다. 죽음이 단축키처럼 손쉽게 반복되어서는 안 된다는 단순한 염원을 가진 사람들이 모일 예정이다.
기록노동자 컴퓨터를 사용하는 사람들은 다 아는 단축키가 있다. Ctrl+c/Ctrl+v. 복사하기와 붙여넣기. 자판 2개로 같은 내용을 몇 번이고 반복할 수 있다. 편리하다. 그런데 일하다 병들고 죽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이 단축키 같을 때가 있다. 죽음이 손쉽게 반복된다. 편리하게 죽는다. 의학과 산업공학 같은 전문영역일 것 같지만, 의외로 일하다 병드는 직업병 서사는 단순하다. 안전보다는 수익성을 선택한 기업, 정부의 허술한 관리감독. 그러다 보면 작업장에서 사람 병드는 건 순간이다. 이 단순한 서사를 편리하게 반복시키는 요소 중 하나는, 비밀이다. 비밀은 오래전부터 반복되어온 소재다. 30년 전 이야기를 가져와 오늘날에 ‘Ctrl+v’ 해도 다를 바 없다. 문송면 이야기가 그렇다. 열다섯 살 문송면은 88 서울올림픽도 못 보고 죽었다. 사인은 수은중독. 수은 온도계 만드는 회사에서 일했는데 보호구와 환기시설조차 제대로 없었다. 이유야, 돈이 드니까. 문송면은 왜 가만있었을까. 몰랐으니까. Ctrl+c/v. 복사 그리고 붙여넣기. 문송면 사망 즈음 원진레이온 노동자들은 중풍 걸린 듯 픽픽 쓰러졌다. 이황화탄소 중독이었다. 이황화탄소를 배출하는 설비는 일본에서 수백명의 환자를 만든 뒤 한국으로 옮겨왔다. 회사는 설비의 정체를 숨겼다. 돈이 되니까. 노동자들은 왜 가만있었을까. 몰랐다. 설비에서 구수한 냄새가 났다고 회상했는데 그것이 이황화탄소였다. 정정하자. ‘몰랐다’가 아니다. 회사가 알려주지 않았다. 정보를 차단하는 일은 여전하다. 최근 삼성전자는 작업환경 측정 보고서를 직업병 피해자 유족에게 공개하라는 법원 판결에 맞섰다. 영업비밀이기에 공개할 수 없다는 이유다. 작업환경 측정 보고서란 사실 별게 아니다.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라 공장마다 작업환경을 조사, 측정해 제출하는 자료다. 이를 법으로 정한 까닭은 안전 때문이다. 그렇기에 측정 결과를 작업자들에게 공개해야 할 의무도 함께한다. 직업병을 ‘입증’해야 하는 병든 노동자와 유족들은 작업환경을 알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증거인 보고서 공개를 요구한다. 그러나 삼성은 비밀이라 한다. 비밀이 많은 기업이다. 베트남 타이응우옌에 세운 삼성전자 공장에도 비밀이 있다. 그곳에도 유산과 불임, 각종 질환 등 소문이 무성하다. 베트남 노동자들은 자신이 사용하는 물질을 알지 못했다. 한국 반도체 직업병 이야기를 모른다. 그러나 삼성전자에 관세 우대, 용지 무상제공 등 특혜를 베푼 베트남 정부도 반도체 직업병 문제를 모를까. 비밀 유대는 공고하다. 삼성은 베트남 공장 작업환경을 알리려는 비정부기구(NGO) 단체와 자사 노동자들에게 ‘노동환경을 누설할 경우 법적 대응’을 할 것이라 밝혔다. 이 정도면 비공개가 영업비밀 때문만은 아니란 생각이 든다. 비밀은 유용하다. 노동자가 자신이 사용한 물질을 모르는 비밀. 모르니 저항이 없다. 순순히 일한다. 병든 뒤에도 인과관계를 추측하지 못하니 회사가 소송에 휘말릴 일이 적다. 정보를 숨기는 일은 직업병에 있어 단축키(Ctrl+c/v) 기능을 한다. 죽음을 편리하게 반복시킨다. 삼성의 ‘영업비밀’은 ‘Ctrl+c/v’의 다른 말일 뿐이다. 반복에 제동을 걸기 위해 반올림은 10년을 싸우고 1천일 가까이 거리에서 농성 중이다. 알지 못해 죽는 일을 끊어내야 한다. 7월4일, 반올림 농성 1천일을 맞아 삼성 본사를 둘러싸는 인간 띠잇기를 한다고 한다. 죽음이 단축키처럼 손쉽게 반복되어서는 안 된다는 단순한 염원을 가진 사람들이 모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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