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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8.06.27 18:26 수정 : 2018.06.28 10:22

정세은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

지난 5월31일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혁신성장의 성과와 비전이 보이지 않는다”며 질책성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집권 1년이 지났는데도 혁신성장을 통한 일자리 창출의 성과가 제대로 나타나지 않음에 답답함을 내비친 것이다. 이미 출범 초기부터 환경, 안전, 노동 규제 등 필요한 규제는 강화하되 그 외의 영역에서는 규제를 과감히 철폐하여 혁신성장을 추진하겠다고 했던 정부로서는 투자, 창업 등에서 가시적인 성과가 나타나지 않는 상황이 답답할 만도 할 것이다.

정부 출범 이후 한참 시간이 지났음에도 왜 기대만큼의 성과가 나타나지 않고 있는가?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규제정책을 집행하는 관료들이 여전히 구태의 사고방식과 행동방식을 버리지 않는 것도 중요한 이유 중 하나이다. 구태의 방식이란 진입 조건을 까다롭게 하여 소수의 업체만을 선별적으로 진입시키는 규제 방식을 의미한다.

소수 업체만 진입시키면 진입 과정에서 관료들이 힘을 행사할 수 있다. 또한 진입 이후에는 소수만 관리하면 되기 때문에 일이 편해진다. 행정편의주의적 발상인 것이다. 업체들은 일단 진입하고 나면 웬만해서는 퇴출당하지 않기 때문에 서비스 개선이나 경쟁력 향상에 열심을 기울이지 않게 된다. 기득권 세력이 되는 셈이다.

여러 분야의 사례가 있지만, 대표적인 경우가 항공산업이다. 국토교통부는 에어서울이 면허를 취득한 2015년 12월 이후 과당경쟁이 우려되는 경우 면허를 불허할 수 있다는 조문을 추가하여 항공법을 개정하였다. 그에 근거해 설립조건을 충족한 신규사업자들조차 면허를 반려하고 있다. 과당경쟁 우려는 항공산업의 규모에 비해 사업체 수가 과도하게 많아지면 출혈경쟁이 벌어질 수 있다는 논리인데, 최근 항공여객이 매년 5%씩 꾸준히 증가하는 등 항공산업이 계속 성장일로에 있다는 점에서 그 타당성이 떨어진다.

항공산업은 성장이 멈추어버린 산업이 아니라 새로운 항공수요 발굴을 통해 얼마든지 확장될 수 있는 신성장동력 산업이다. 작년만 해도 항공업계 1위인 대한항공은 역대 최대 매출을, 2위인 아시아나항공은 최대 영업이익을 기록했으며, 두 항공사 모두 늘어나는 항공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해마다 항공기를 증편하고 있는 상황이다. 반면에 과도한 진입규제 정책으로 인해 신규 중소항공업체들의 진입이 가로막힌 상태이다. 소규모 신규 항공사들이 다양한 서비스 개발을 통해 지역경제를 활성화시키고 일자리를 창출하는 길이 차단되어 있는 것이다. 상대적으로 소외된 지역공항 기반의 저가 항공사는 지역 균형발전에 도움이 된다.

과당경쟁 ‘우려’만으로 진입을 막는 것은 법률적으로 과잉 금지 우려가 있고, 이미 여러 분야에서 이런 규제가 걸림돌로 지적돼 왔다. 왜 기존 업체들, 그것도 대형 회사들이 이미 들어와 있다는 이유로 보호되어야 하는가? 네거티브 원칙에 따른다면 일정한 재무 기준, 안전 기준 등 진입 조건을 충족한 업체들한테는 면허가 발급되는 것이 정상이다. 그래서 기존 업체들과 신규 업체들 간 경쟁이 일어나면 소비자에게 이익이 되고, 새로운 일자리 창출 효과가 나타난다. 과당경쟁으로 안전이 우려된다면 안전규제를 강화하면 될 일인 것이다.

김동연 기획재정부 장관이 규제개혁을 위해 팔을 걷어붙였다. 기재부 내 혁신성장 전담부서를 설치하고 9월까지 규제 개선안을 만드는 등 혁신성장 드라이브를 위한 강력한 의지를 표출했다. 사람 중심 경제의 성공을 위해서는 규제개혁 정책이 성공해야 한다. 그러나 기재부 혹은 청와대만 뛰어서는 성공을 거둘 수 없다. 각 부처도 혹시 구태의 진입 규제 정책으로 인해 혁신성장이 좌초되고 있는 것이 아닌지 살펴보고 과감한 개혁에 나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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