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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8.06.25 18:08 수정 : 2018.06.25 19:30

최인호
전 <한겨레> 교열부장

“말이 오르면 나라가 오르고, 말이 내리면 나라가 내리나니~”
한힌샘이 한 말씀이다
“강산도 빼어났다 배달의 나라/ 긴 역사 오랜 전통 지녀온 겨레
거룩한 세종대왕 한글 펴시니/ 새세상 밝혀주는 해가 돋았네”
외솔은 이렇게 노래했고,
“말은 삶의 열쇠요 사람됨의 열쇠다.
배달말 제대로 살려 삶을 여는 글을 쓰자”
말을 곧 사람이요 삶 자체라고 올려세운 이가
빗방울 김수업님이다.

황하나 장강 삶터보다 아득한 옛적
거슬러 일만년 안팎 만주 요하 큰물 기슭
사람다운 사람들의 삶터가 있었으니
이름하여 홍산문화라던가
그 언저리에서 옛조선 일어서고
그 바탕 그 내림 오늘에 이르렀나니
글보다 말이 먼저라
글자 없어도 말하고 온갖 삶꽃 피워 어울렸거니
겨레 두루 쉽게 하고 알아듣는
그 말의 소중함 깨치기에 숱한 세월 걸렸으니
말 담는 그릇, 스물넉자 소리글자
마침내 우러러 뫼실 큰임금 계시니
복되고 자랑스런 겨레 어디 또 있으랴

한자에 로마자, 영어로 학문하는 사이
제말 챙기고 넉넉히 펴는 일, 선생처럼
깊고 도타이 이룬 이 드물리라
그 글 읽으면 가슴 트이고
깜냥 열리고 뜻줄기 가지쳐 아득히
하늘 저쪽으로 뻗어가느니
늙마에 벌이신
우리말 제대로 갈무리할 배달말집
기틀 짰으니 남은 일 거두어 담을 일
그 몫까지 어찌 선생께 기대리
애시부터 뒷대 일로 남겼거니
이쯤에서 굳센 뜻 묽히시고
저 하늘길 곁줄기 어디쯤에서
부리고 가소서, 때로
어리석은 이 마음자리도 헤아리소서

*

선생은 2018년 6월23일 아침녘에 저승으로 가셨다. 선생의 학문적 깊이를 재고 마름질하는 일은 학자들의 몫이다. 끝으로, 선생이 몇해전 배달말로 베푼 ‘으뜸벼리’(헌법 전문)를 내보이는 것으로 허튼말을 줄인다.

우리 배달나라는 아득한 예로부터 널리 사람 사이를 이롭게 하라는 거룩한 뜻으로 동아리를 이루어 살아온 겨레 나라다. 가까이는 빼앗겼던 나라를 목숨 바쳐 되찾았으나 안타깝게도 겨레가 두 나라로 갈라지는 아픔을 겪었기에 자나 깨나 서로 사랑하며 한 나라로 다시 모여 기쁨 가운데 길이 더불어 살아가는 날을 앞당기고자 힘과 슬기를 다한다. 그릇된 길을 바로잡으려 목숨을 던지며 일어섰던 젊은이들의 빛나는 얼과 피땀에 힘입어 모든 사람이 나라의 임자답게 서로 사랑하며 저마다 타고난 바를 마음껏 펼치며 살아갈 수 있는 겨레 나라를 반드시 새롭게 일으키고자 한다. 나아가 땅 위 모든 나라 사람과 함께 손잡고 하나뿐인 땅덩이를 아름답게 가꾸며 살아갈 것을 다짐하면서 1948년 7월 12일 처음 만들고 아홉 차례 고친 으뜸 벼리를 나라사람 모두의 뜻에 따라 다시 고쳤다.

2018.6.23. 삼가 후학 골잘 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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