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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8.06.25 18:06 수정 : 2018.06.25 19:31

조재희
고려대 노동대학원 연구교수

한국 민주주의 문제에 대한 이론적 지평을 열었던 원로 교수님께 물었다. 왜 선생님은 ‘노동 문제’를 전공했습니까. 답은 간명했다. ‘살아 있는 사람들의 생활 이야기인 노동을 제외하고 뭐 다른 것을 연구할 게 있는가.’

그렇다. 촛불혁명으로 조기 등판한 새 정부가 첫번째로 일자리위원회를 설치하고 ‘노동존중사회’ 실현을 천명한 것도 그런 의미일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5월 메이데이(노동절) 기념사에서, ‘노동의 가치와 존엄은 바로 우리 자신의 가치와 존엄입니다’라고 선언했다. 그 내용을 조금 더 살펴보자. ‘아버지의 손톱에 낀 기름때는 삶을 지탱합니다. 어머니의 손톱 밑 흙에서는 희망처럼 곡식이 자랍니다. 일하는 사람들에 의해 대한민국은 여기까지 왔습니다.’

2018년 최저임금을 7530원으로 16.4% 인상했다. 주 52시간으로 노동시간을 단축했다. 공공기관부터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정책을 추진했다. 지난 50년 동안 압축적 경제성장의 그늘에서 장시간 노동과 저임금에 시달린 한국 노동현장에 대한 위로부터 개혁의 신호였다.

그런데 최저임금법을 개정한 국회 입법 후 노동계의 반응은 불만으로 달아오르고 있다. 5월28일 국회는 최저임금에 정기 상여금 25% 초과분과 복리후생비 7% 초과분을 최저임금에 산입하는 개정안을 통과시키고, 6월5일 국무회의를 거쳐 내년 1월부터 실시하기로 했다.

노동계는 최저임금 개정안으로 정부가 예상한 21만명 이상의 노동자가 오히려 임금에서 손해를 본다고 주장하면서 최저임금위원회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한다. 사용자 단체들은 최저임금에 산입된 상여금과 복리후생비가 모두 통상임금으로 법제화되면 퇴직금 인상 등 기업의 직간접 부담이 수조원으로 늘어나고, 최저임금 인상으로 일자리가 줄어들었다고 주장한다. 올해 예상되는 최저임금 인상률에 대해 벌써부터 저항하고 있다. 논란이 지속되자 정부는 근로장려금 제도(EITC)를 활용한 임금손실 보전 방안을 조심스럽게 제시하고 있다. 국회는 그동안 법원 판례마다 다른 결정으로 혼란이 있었던 통상임금 산입에 대한 근로기준법을 개정하려고 한다.

임금에 대한 여러 이론이 있을 수 있지만, 통상임금 다르고 최저임금 기준이 달랐던 것은 주는 자와 받는 자의 힘의 차이가 달랐기 때문이다. 임금 산입기준을 단순화하고 통일시켜야 하는 과제 또한 정부의 몫이다. 그런데 정부나 국회의 선한 의지만 내세워 지시적으로 진행한다면 정책의 효과에 따른 손실을 조금이라도 보는 사람들의 상실감은 크고 이득을 보는 사람들의 만족감은 작게 나타난다.

불만으로 달궈진 올여름, 소득 3만달러 한국 사회의 사회적 타협 모델로 경제사회노동위원회가 새롭게 출범하게 된다. 첨예하게 대립되는 임금에 대한 논의를 비롯해 한국 사회의 경제사회 발전 방향에 대한 집약된 의견을 표출하는 것이 좋겠다. 좀 더 직설적으로 ‘왜 한국의 노동자는 가난한가’, ‘어떤 정부규제가 기업의 활동에 제약 요인인가’ 등 각 집단의 이익을 드러내놓고 타협할 수 있는 능력을 시험할 시기가 다가왔다.

노동자든 사용자든 자신들의 이익이 무엇인지를 분명하게 주장하는 뜨거운 여름을 기대한다. 이러한 갈등과 긴장 속에서 최저임금이 1만원으로 인상되면, 그나마 생활임금으로 원룸 집세 내고, 커피값, 교통비, 통신비 등 아껴가며 미래의 희망을 설계하던 청년 노동자들의 작은 꿈도 익어가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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