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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8.06.25 18:06 수정 : 2018.06.25 19:31

우석진
명지대 교수·경제학

올해 초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회 산하 재정개혁특별위원회가 출범한다고 했을 때 큰 기대를 가졌다. 촛불혁명으로 탄생한 문재인 정부의 조세재정 정책의 큰 그림을 보여줄 거라는 희망이 있었다. 하지만 늦장 출범한 특위는 3개월 가까운 활동 끝에 ‘공평과세 실현을 위한 종합부동산세제 개편방향’이라는 이름의 종합부동산세(이하 종부세) 개편안을 발표했다.

개정안에는 공정시장가액비율을 조정하거나(1안), 누진도를 강화하거나(2안), 아니면 이 두 가지를 동시에 조정하는(3안) 방안, 1주택과 다주택자에게 차등 적용(4안)하는 방안이 제시되었다. 제시된 대로 종부세를 개편하면 방안마다 차이는 있지만 대략 5천억원 정도의 세금이 추가로 걷힐 것 같다.

종부세 부담은 공시가격, 공제금액, 공정시장가액비율, 세율에 따라 결정된다. 공시가격에서 공제금액을 빼고 여기에 공정시장가액과 세율을 곱하면 종부세 부담이 결정된다. 예를 들어 공시가격 15억원인 아파트를 한 채 소유한 사람의 경우 공제금액인 9억원을 뺀 6억원이 과세표준이 된다. 여기에 공정시장가액비율인 80%와 세율을 적용하면 종부세 부담은 약 150만원이 된다. 이렇게 결정된 종부세의 실효세율은 공시가격 대비 약 0.1% 정도다. 공시가격은 실거래가보다 보통 낮아서 실제 실효세율은 0.1%보다 더 낮다.

재정개혁특위는 공정시장가액비율과 종부세 대상자 일부에 대한 세율을 미세 조정하겠다는 개편안을 내놓았다. 공정시장가액비율을 2년에 걸쳐 현 80%에서 100%로 올리거나, 과세표준 6억원 초과의 경우 세율을 소폭 올리겠다는 것이다. 위에서 예로 든 15억원 아파트 소유자의 경우 특위 안대로라면 종부세 부담은 20만원 정도 늘어난다. 호들갑은 떨었지만 기존 종부세 부담자들 중 일부에 대해서만 세부담이 소폭 늘어날 뿐이다. 200일 가까이 기다려서 내놓은 개편안치고는 별 내용이 없다. 4번 타자가 대기 타석에서 방망이를 휘둘러대다 정작 타석에서는 번트를 댄 셈이다.

가장 큰 문제는 종부세 개편의 목적이 분명하지 않다는 점이다. 이번 개편을 통해 무엇을 달성하려고 했는지 알 수가 없다. 보통 세제 개편의 목적은 세수를 늘리거나, 경제주체의 행위를 바꾸거나, 불합리한 세제를 정상화하는 것이다. 이번 종부세 개편이 증세를 위한 것이라면 5천억원 세수는 너무 초라하다. 중부담-중복지 국가로 가려면 안정적 세수 확보가 필수다. 과거 정부에서 단행한 세제 개편으로 예상보다 많은 세수가 들어오고는 있지만 이 추세가 지속되지는 않을 것이다. 좀 큰 그림을 그리고 적극적인 증세 방안이 필요하다.

만약 행위 변화가 목적이라면 고가 주택을 구입하지 말라는 것인데, 몇십만원에서 몇백만원 세부담 인상을 가지고 20억원 아파트 두 채 구입하려는 구매자들의 욕망에 영향을 줄 수 있을까. 한 가지 희망은 이번 개편이 시장에 강한 시그널(신호)을 줄 수는 있겠다는 점이다. 하지만 이 역시도 시장에 생채기를 내는 정도일 것이다.

마지막으로 이번 개편안이 종부세 구조를 정상화시키려는 노력의 일부일 수 있다. 부동산 가격은 지난 10년 동안 지속적으로 올랐는데, 부동산 관련 보유세는 그만큼 늘지 않아 다른 자산 혹은 다른 국가와 비교했을 때 실효세율이 낮은 것이 사실이다. 지난 금요일 특위의 발표에 따르면 주요 선진국의 절반 정도다. 그렇다면 종부세 부담자의 최상위 구간만 핀셋 증세를 한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다. 여기에 우리 종부세와 재산세는 세부담 상한도 있어 세부담이 급격히 늘려야 늘 수 없는 구조를 가지고 있어 세제 개편의 효과가 클 수 없다. 따라서 재산세를 포함한 보유과세 전반을 과감하게 정상화해야 한다.

보유세 개혁이 목적이었다면 시가 대비 50% 남짓한 공시가격 현실화는 최소한 포함됐어야 했다. 공제금액 9억원도 현실화할 필요가 있다. 말이 9억원이지 1인별 기준이어서 사실상 기준금액은 18억원으로 보는 것이 맞는다. 부부가 공동명의로 할 수 있어서다. 핀셋 증세라는 명목 아래 고가 1주택자의 세부담이 지방에 저가 주택 여러 채를 소유한 사람의 세부담보다 낮아져 수평적 형평성을 위배하게 됐다.

이번 재정개혁특위의 안이 시가 20억원이 넘는 똘똘한 아파트 한 채를 보유한 사람들을 지켜주기 위해 노력한 결과라고 오해해도 할 말이 없을 것 같아 안타깝다. 이번 안이 최종안은 아니겠지만, 무엇이 하나 마나 한 개편안을 국민들에게 들이밀게 했는지 궁금하다. 큰 그림 없이 부분의 명암을 칠하고 있는 특위의 발걸음이 위태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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