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냐면 |
[왜냐면] 공평한 건강보험료 부과, 포용적 복지국가의 길 / 박능후 |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
건강보험료를 내고 있는 두 가정이 있다. 첫번째 가정은 장애인인 13살 아들과 단둘이 생활하고 있는 45살 여성 A씨의 집이다. A씨는 아이를 돌보느라 일을 할 수 없어 특별한 소득이 없다. 하지만 매월 건강보험료를 6만원 가까이 내왔다.
소득이 없어도 성별·나이 등으로 추정하여 부과된 평가소득 보험료와 전세 보증금, 자동차에 대해 매겨진 보험료 때문이다. 한편, 다른 가정은 금융소득 3천만원, 시가 18억원에 상당하는 재산을 보유하고 있는 53살 여성 B씨의 가정이다. B씨는 대기업에 다니는 아들의 피부양자로 등록되어 건강보험료를 전혀 내지 않고 있다.
두 가정의 이야기는 6월까지 유지되어온 건강보험료 부과 기준에 따라 발생한 실제 사례다. 불합리한 보험료 부과의 문제는 직장과 지역 건강보험이 통합되던 2000년의 보험료 부과 기준을 바뀐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지금까지 계속 적용해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오는 7월부터 건강보험료 기준이 합리적으로 변화된다. 생활이 어려운 저소득층의 부담은 덜어주고 고소득층은 능력에 맞게 내도록 건강보험 제도가 개편되기 때문이다. 제도가 개선되면 A씨의 보험료는 6만원에서 최저보험료 수준인 1만3100원으로 낮아지고, 고소득자인 B씨는 약 27만원을 내게 될 것이다.
정부는 형평성을 최대한 확보하는 방향으로 건강보험료 부과 기준을 개편하기 위하여 꾸준히 준비해 왔으며, 올 7월부터 단계적으로 시행해 나갈 예정이다.
우선, 저소득 지역가입자의 부담이 줄어들도록 하였다. 성별·나이에 따른 평가소득 기준을 폐지하고, 소형차나 생계형 차량에 대한 자동차 보험료를 면제한다. 아울러 소액 재산에 대한 공제도 도입한다. 이에 따라 지역가입자 중 약 77%에 해당하는 가구의 보험료가 평균 21% 정도, 금액으로는 약 2만2천원이 낮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이와 함께, 충분한 소득이나 재산이 있어도 보험료를 내지 않던 피부양자 그리고 임대·금융 소득 등 급여 외에 여타 고액의 소득이 있음에도 보험료를 내지 않던 상위 1% 직장가입자, 소득과 재산이 각각 상위 2~3% 수준인 지역가입자는 부담 능력에 맞게 보험료를 내도록 개선된다.
일각에서는 직장가입자, 지역가입자의 이원화된 구분을 단번에 없애고 소득에만 건강보험료를 부과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그러나 현실적 여건을 고려하지 않고 기준을 한번에 일원화할 때에는 또 다른 형평성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 아직은 지역가입자 중 연간 소득이 500만원을 넘는다고 파악된 가구가 약 27%에 불과하고, 절반에 가까운 약 46%의 소득이 0원인 상황이다.
지역가입자의 소득 파악 기제를 강화해 나가는 동시에, 가입자가 자신의 부담 능력에 맞게 보험료를 납부하도록 단계적으로 기준을 개선해 나갈 필요성이 있다. 더불어, 금융·임대 소득에 대한 보험료 부과 기준 강화 등의 방안도 논의되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올해 7월부터는 관계 부처, 전문가와 함께 ‘보험료 부과제도개선위원회’를 구성하여 합리적인 보험료 부과를 위한 실효성 있는 방안을 마련하는 논의를 시작할 계획이다.
건강보험료 부과체계 개편은 가입자가 부담 능력에 맞는 보험료를 내고 필요에 따라 혜택을 받는 사회보험의 원칙에 한 걸음 더 다가가는 것이다. 나아가 누구도 제도에서 소외되지 않고 아우르기 위한 ‘포용적 복지국가’로 향하는 길이기도 하다.
그동안 보험료 부과 기준을 합리적으로 개편해야 한다는 사회적 요구가 많았고, 개편 방안도 다각도로 검토되었다. 그 결실이자 첫걸음이 이번 7월의 건강보험료 부과체계 개편이다. 정부는 건강보험의 보장성을 강화해나감과 동시에 보험료의 형평성을 확보하여 건강보험이 국민에게 더욱 신뢰받는 제도로 진일보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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