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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8.06.18 18:17 수정 : 2018.06.19 09:30

성재민
한국노동연구원 동향분석실장

2월부터 10만명 초반대 취업자 수 증가가 이어지는 등 최근 노동시장 지표가 좋지 않다. 이에 대해 금융위기 이래 최악의 고용 참사, 심각한 경기침체 도래, 최저임금 때문 등의 진단이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취업자 수 증가폭이 줄어든 가장 중요한 원인은 인구 변화와 ‘기저변동’이다. 고령화로 생산가능인구(15~64살)가 급속하게 줄고 있다. 지난해 이맘때만 해도 생산가능인구가 2만8천명 증가했으나 현재는 7만8천명 감소했다. 전체 15살 이상 인구도 지난해 33만명 늘었으나 지금은 24만명 증가로 축소되었다. 5년 전 42만명 늘었으므로, 4년간 약 9만명 정도 증가폭이 줄었으나 최근 1년 새 9만명 더 줄어든 것이다. 게다가 60살 이상은 무려 53만명 증가한 반면, 30~40대는 20만명 감소했다. 인구 증가폭도 줄고, 증가의 대부분이 은퇴연령에서 발생해 취업자 수가 이전처럼 늘어나기 어려운 상황이 새로운 현실이 된 것이다.

기저변동은 지난해 많이 채용하면, 올해 경기가 특별히 더 좋지 않은 한 전년보다 적게 뽑는 현상으로 이해하면 된다. 지난해 2~5월에 취업자 수가 30만명 후반~40만명 중반 정도로 매우 크게 나타나 기저변동 영향을 받았고, 인구 변화까지 고려하면 4월까지 나타난 10만명 초반대 증가는 평년 수준 상황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이를 놓고 고용 상황이 매우 나빠진 것으로 해석하고 정책을 입안한다면 다소 과잉대응일 수 있다.

최저임금 탓이라는 해석도 문제다. 최저임금이 평균임금 인상의 약 4배(16.4%)에 이르긴 했으나, 일자리 안정자금, 사회보험료 지원 등으로 실제 인상효과는 평년 수준이다. 한계상황에 처한 일부 음식점에서 최저임금의 부정적 영향이 보일 수 있으나, 음식점업 고용 감소는 전체 고용 둔화의 작은 일부이다. 음식점업 고용 감소에서 최저임금 영향 또한 일부분이다. 금융위기 이후 음식점업 고용 확대는 프랜차이즈 음식점 및 커피전문점 확대와 맞물려 나타났으나, 이제는 골목마다 온통 이들 업소가 거리를 메우고 있는 실정이어서 이미 2016년 말 정점을 찍고 둔화되기 시작했다. 지난해 사드 충격은 여기에 기름을 부은 격이다.

다만 평년 수준 고용상황이라 하더라도 경제 여건과 연계해 정책방향성을 판단해야 한다. 평년 수준 고용상황은 경기가 좋아지는 상황에서도, 나빠지는 상황에서도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조선업과 지엠(GM) 군산공장 폐쇄 등 구조조정의 지속, 아파트 분양 붐이 꺼지면서 건설 및 부동산업 실업자 증가, 내수 서비스업에 대한 사드발 관광객 감소 여파를 비롯하여 향후 수출 증가 전망도 불투명하다. 국제통화기금(IMF) 등 경제전망 기구들이 올해보다 내년에 주요국 경제성장률이 낮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고, 이는 경기 선행적 특성을 띠는 중간재 수출이 많은 우리나라에 일찍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또한 4월까지와는 달리 5월 취업자 동향은 인구 변화, 기저변동을 감안하더라도 평년 수준을 다소 밑돈다. 따라서 경제 여건을 볼 때 현재의 고용지표를 낙관적으로 보기보다는 둔화 위험성이 높은 상황에서 나타나는 평년 수준 지표라 전제하는 것이 정책방향성 측면에서 바람직해 보인다. 특히 어려운 업종, 인구집단을 중심으로 고용과 소득지원 대책을 정교화하는 것이 요청되겠다.

지난해부터 수출이 잘되면서 경제성장률이 확연히 개선되었으나 많은 국민들이 여전히 생활이 어렵다고 느끼는 상황은 수출과 대기업 위주 성장의 낙수효과가 약화된 경제 여건을 보여주는 것이다. 과거 정부라고 산업 혁신을 소홀히 한 것이 아니나, 많은 국민들은 생활이 나아졌다고 느끼지 못했다. 그렇기 때문에 수출과 대기업의 성과가 중소기업에 확산될 수 있도록 원·하청 관계를 개혁하고, 유통 대기업과 프랜차이즈의 갑질을 근절하며, 임대료 인상과 카드 수수료를 규제해 자영업자를 돕고, 비정규직 축소와 최저임금 인상으로 우리 경제의 하부를 튼튼히 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런 정책과제는 지난 두번의 대선에서 핵심적인 의제로 떠올랐던 것들이다. 이제는 어느 정도 가시적인 성과를 내야 할 때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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