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냐면 |
[왜냐면] 안전한 대한민국 건설을 위한 공사비 정상화 / 정원 |
정원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
대한민국 정부는 세월호 사건 이후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방향으로 국정을 운영하는 것이 최우선 목표임을 분명히 하였다. 그러나 2018년 우리 사회는 부실 공사의 위험으로부터 벗어나기는커녕 공사 현장 재해발생률이 오히려 증가하는 불편한 현실과 직면하고 있다. 더 늦기 전에 부실 공사에 대한 철저한 원인 분석과 함께 확실한 처방을 신속하게 마련해야 한다.
그렇다면 건설 현장의 안전사고와 부실 공사가 끊이지 않는 근본 원인은 어디에 있을까? 일부 전문가들은 그 원인을 건설사의 도덕적 해이, 갑질 문화, 불공정 하도급, 허술한 공사 관리·감독 등에서 찾고 있다. 이런 사항들은 부실 발생의 근본 원인이라기보다는 부실 촉진 내지 추가 요인에 가깝다. 실제 이런 것들이 부실 공사, 사고의 근본 원인이라면 공정거래법, 김영란법, 각종 건설 및 공공계약 관련 법령의 엄격한 적용을 통해 문제가 상당 부분 해결되었어야 한다. 결국 부실 공사와 공사 현장 재해사고의 근본 원인 중 하나는 발주자가 ‘박한 공사비’와 ‘짧은 공기’라는 다소 무리한 목표를 정해 밀어붙여 온 것과 관련돼 있다.
가장 심각한 분야는 아이러니하게도 정부·공공기관이 발주하는 공공 공사다. 대한건설협회 조사에 따르면 공공 공사만 100% 수주하는 3121개 건설사의 2016년 평균 영업이익률은 -24.57%로 채산성이 낮다. 건설업체의 채산성 악화는 하청, 자재 공급 업체는 물론 건설 노동자를 사지로 내몰고 공공시설물의 품질 저하와 안전사고 위험을 증가시킨다. 공사 현장 중대재해의 60% 이상이 하청 및 재하청업체 근로자들의 휴일 및 야간작업 과정에서 발생하고 있다는 사실은 많은 것을 말해준다.
공공 공사비 부족 문제는 구조적이고 제도적인 3가지 이유에 기인한다. 첫째, 우리는 예산에 맞추어 계약 금액과 사업 기간을 결정하는 시스템을 취하고 있다. 둘째, 정부의 회계 및 계약 시스템이 예산 절감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 실제 발주기관이 예산 절감이라는 목표에 집중해 예정가격 결정과 낙찰자 결정의 구체적 기준을 마련한다. 셋째, 피감기관 업무에 압도적 영향을 미치는 감사원 감사 역시 예산 절감을 절대적 기준으로 삼고 있다.
덤핑낙찰로 부실 공사의 원인이 되었던 최저가 낙찰제를 대신해 최적가치(Best Value)를 지향하는 종합심사낙찰제가 도입됐다. 그러나 도입 2년 만에 낙찰률이 다시 떨어지게 된 것도 이런 구조적이고 제도적인 원인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결국 정부의 예산 및 계약 시스템에 대한 근본적인 개선 없이는 정상화는 불가능하다는 뜻이다.
정부 시스템의 개선 및 전환을 위해서는 비용에 대한 정부와 국민들의 인식 전환이 선행되어야 한다. 국민의 세금을 재원으로 하는 비용(예산)은 당연히 절감되어야 하지만, 중장기적 접근도 필요하다. 단기적인 조달 비용만을 대상으로 하는 형식적 절감에서 벗어나 조달 비용과 함께 조달 과정, 이후의 안전 및 유지 비용까지 포함하는 중장기적이고 실질적인 방향으로 인식 전환이 이루어져야 한다.
정부는 현실에 대한 철저한 진단과 분석을 통해 안전 및 유지 비용을 포함하는 비용 개념을 마련하고, 안전한 대한민국을 건설하는 데 최적화된 회계 및 계약 시스템으로 전환을 꾀해야 한다. 물론 이는 국민들의 지속적인 관심이 있어야 가능한 일이다. 아무쪼록 정부가 컨트롤타워를 구성하고, 산학연이 참여하는 민간협의체 구성 등을 통해 합리적인 제도 개선안을 마련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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