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냐면 |
[왜냐면] 유라시아 철도 시대, 서울역이 관문 역할을 제대로 하려면 / 구자훈 |
구자훈 한양대 도시대학원 교수
남북협력 문제가 논의되면서 유라시아 국제철도에 대한 관심이 다시 높아지고 있다. 한국과 북한의 철도망만 연결하면, 현재 북한과 연결되어 있는 4개의 국제노선인 중국 횡단철도, 몽골 횡단철도, 만주 횡단철도, 시베리아 횡단철도를 거쳐서 유럽 철도까지 하나의 철도망으로 연결된다. 그래서 중국-몽골-카자흐스탄-러시아-폴란드-독일-프랑스-영국까지 여객과 화물 수송의 획기적인 개선이 가능하다.
세계는 지금 철도 중심으로 공간구조를 바꾸고 있다. 선진국의 주요 도시들은 광역 간, 도시 간 교통체계를 기존의 자동차 중심에서 친환경 교통수단인 고속철도 중심으로 바꾸고 있다. 고속철도가 정차하는 거점역을 중심으로 광역교통 및 지역교통의 환승 시스템을 한곳에 통합하여 입체적 수직환승 체계를 갖춰 환승시간을 2~3분 이내로 강화하고 있다. 그리고 거점역의 상부와 인접 부지에 국제업무복합지구를 조성하여 지식서비스업과 컨벤션 및 회의, 숙박 기능, 문화예술 시설을 집결해서 도시의 새로운 성장거점지역으로 육성하고 있다.
제3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2016~2025년)에 의하면 서울역은 고속철도인 케이티엑스(KTX)가 지하로 들어오게 되어 있고, 신규 광역급행철도 4개 노선(GTX-A, GTX-B, 신안산선, 신분당선 연장)이 신설되어 8개 철도 노선의 복합환승역이 된다. 이렇게 되면 서울역은 국제철도, 국가철도, 광역철도, 도시철도까지 연결되는 명실상부한 철도교통 시대의 거점환승역이 된다.
유라시아 국제철도의 가능성이 높아지고, 국토교통부의 국가철도망 구축계획 등을 고려해 보면 서울역은 앞으로 국제철도의 관문역으로서 엄청난 역할이 기대된다. 그러나 서울역의 현황 및 관련 계획은 이런 국가 중앙역으로서의 기대보다는 우려가 생긴다.
서울역의 현황을 살펴보면 첫째 서울역의 평균 환승시간은 7.5분(평균 환승거리=378m)으로 환승 서비스 수준은 에프(F) 등급이다. 둘째, 도심 거점으로서의 기능도 미흡해서 특정 백화점 업체의 소매시설이 시설 면적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셋째, 지상 부분은 철도시설이 동서 방향으로 약 300m에 달하여 도시 지역을 단절하고 있다. 새롭게 놓일 4개의 광역철도 계획을 살펴보면 철도 라인이 현재의 철도본선 라인과 떨어진 한강로 지하에 들어서고, 신설 서울역도 개별적으로 분리되어 건설되게 되어 있다.
이렇게 수평적으로 분산된 역사 체계로는 광역교통 간 통합환승 체계를 갖추기 어려워서, 현 서울역의 환승 문제, 토지이용, 도시단절 문제들을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고착화하거나 심화시키게 될 가능성이 우려된다.
국제관문역으로서 서울역의 위상에 걸맞은 선진국 수준의 거점역이 되기 위해서는 첫째, 서울역 신설역들은 국제 및 국가철도망인 케이티엑스와 신설 광역철도 역사를 기존 철도부지 지하에 수직적으로 통합해야 한다. 둘째, 통합 역사의 지상부와 인접부지를 연계한 마스터플랜을 통해서 국제복합업무지구를 만드는 철도계획과 도시개발계획의 통합이 필요하다.
베를린 중앙역이나, 런던 킹스크로스역은 모든 철도노선의 플랫폼 기능과 환승, 지원 기능을 지하와 지상에 통합한 수직환승체계로 평균 환승시간 3분 이내(평균 환승거리=130m 이내)로 만들고, 환승 플랫폼의 상부 부지와 기존 철도부지의 연접부에 다양한 문화시설, 광장 및 오픈스페이스로 어우러진 국제복합업무지구를 조성해 새로운 도심 성장거점을 만들고 이를 확장하는 계획을 추진 중이다. 서울역도 이런 통합적 개발계획의 수립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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