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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8.06.13 21:27 수정 : 2018.06.13 21:34

이병호 학교운동부 담당교사

교육부는 올해부터 ‘학생선수의 대회 및 훈련 참가를 수업 일수의 3분의 1까지 허용’하는 것으로 변경하였다. 작년까지 운동 종목별 대회 일수에 따라 연간 2~5회로 참가 횟수를 제한하는 방식에서 고등학교 기준 연간 수업일수 190일의 3분의 1인 약 64일까지 대회 참가 내지 훈련으로 인한 결석을 인정한다는 것이다.

문제는 이러한 변화가 교육부가 그동안 일관되게 추진해온 ‘공부하는 학생선수’ 정책의 퇴보와 함께 운동만 하는 학교운동부로의 회귀가 우려된다는 점이다.

2000년대 초반 교육부는 대회의 입상 실적만을 좇아 학업은 뒷전으로 하고 훈련에만 내몰린 학교운동부의 현실을 개선하고자, 이른바 ‘공부하며 운동하는 학생선수’의 양성을 정책기조로 꾸준하게 추진해왔다. 이 과정에서 무분별한 대회 참가 횟수를 제한하고, 수많은 토론과 공론화를 통해 최저학력보장제를 실시하였다. 그 결실로 2009년 초중고 축구의 주말리그제를 시작으로 2010년 대학축구, 2011년 고교야구와 대학농구, 2017년 대학야구에 주말리그제가 도입되는 등 학생선수들의 학습권을 보장하며 수업 결손을 최소화하는 노력이 지속되었다.

실제로 학생선수 생활을 하다 부상 등으로 운동을 중도 포기하는 학생이 다른 진로를 선택할 때 공부에 대한 관심을 놓지 않았기에 대입에서 체육특기자가 아닌 일반전형으로 진학하는 사례가 점차 늘어나는 추세다. 하지만 이번 교육부의 대폭적인 대회 및 훈련 참가 허용 일수의 증가 방침은 수업 결손을 최소화하려는 그간의 노력에 찬물을 끼얹게 되었다.

우선 학기 중 수업 결손이 있더라도 얼마든지 주중에도 대회 및 훈련에 참가할 수 있게 됐다. 이에 따라 그동안 학습권 보호를 위해 주중에 대회를 개최하지 않았던 축구부터 당장 학생선수들의 대회 참가 기회를 늘리자는 명목으로 주중 대회를 여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 이대로라면 수업 결손을 줄이자는 취지에서 도입된 주말리그제도 조만간 존폐의 위기에 놓일 가능성이 크다.

이러한 변화는 야구 등 다른 종목의 학기 중 무분별한 대회 개최로 이어질 것이 자명하다. 결국 교육부의 수업 일수 중 3분의 1 대회 및 훈련 참가 허용 정책은 학생선수를 ‘공부하는 학생선수’보다 ‘운동하는 운동선수’라고 인식하게 하여 학교운동부의 학업 등한시 풍조를 조장하게 된다. 다시금 학교 안에 격리된 ‘섬으로서의 학교운동부’로 돌아갈 우려가 크다.

물론 수업 결손에 대한 보충학습으로 결손 수업의 2분의 1을 ‘이-스쿨(e-school) 강의’를 듣도록 하고 있으나, 컴퓨터 마우스 클릭만으로 제대로 수업 보충이 되기는 어렵다. 더구나 우리나라는 학업성취도와 관계없이 수업 일수의 3분의 2만 출석해도 상급 학년 진급이 가능해 ‘이-스쿨 강의’는 수업 결손에 대한 실질적 학습보충의 기능을 할 수 없다. 지금처럼 수업 결손을 3분의 1까지 허용하고도 실질적 학습보충이 가능하려면 학업성취도를 평가하여 낙제를 시키는 경우에나 그럴 수 있다.

물론 교육부는 관계자들의 의견을 수렴해 이러한 정책 변화를 추진했다고 한다. 학교운동부 관계자인 학부모, 지도자, 학생들 대다수의 입장은 상급 학교 진학에도, 실업팀 입단에도 필요 없는 학교수업은 줄여야 한다는 것이다. 교육정책에 관계자의 의견을 반영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초중고 학교는 운동선수를 양성하는 곳이 아니라 민주사회의 시민을 길러내는 곳, 학생들이 기초소양과 지식을 배우고 익히는 장소임을 망각해선 안 된다. 운동선수로서 소질과 적성을 살리는 수월성 교육 또한 학교 교육의 목적에 바탕을 두고 이루어져야 한다.

지난 10여년간 ‘공부하는 학생선수 양성’ 정책은 이러한 목적에 부합하는 방향이었다. 지금이라도 공부를 등한시하고 운동에만 매몰될 우려가 큰 정책을 재고하고, 최소한의 학교생활에 충실하면서 운동에도 참여하여 소질과 적성을 키우는 정책으로 전환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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