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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8.06.06 17:25 수정 : 2018.06.06 19:19

허영주 스텔라데이지호 가족대책위 공동대표

“지난 4년간 치열하게 싸웠는데 재난사고에 대한 정부 대응은 바뀐 게 없다.”

지난해 4월29일, 촛불집회에서 만난 세월호 유가족들과 스텔라데이지호 실종자 가족들은 서로 부둥켜안고 울었습니다. 그로부터 1년이 지난 지금 ‘스텔라삼바호 사고’ 소식을 접한 스텔라데이지호 실종자 가족들은 세월호 유가족들이 가슴을 치며 분노하던 마음을 비로소 실감하게 됩니다.

스텔라삼바호는 스텔라데이지호와 같은 25년 된 노후 개조 화물선으로 이 또한 ‘폴라리스쉬핑’ 소속입니다. 스텔라데이지호 침몰 이후에도 ‘스텔라유니콘호’, ‘스텔라퀸호’, ‘솔라엠버호’ 등 폴라리스쉬핑 소속 선박 사고 소식이 보도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해양수산부는 개조 노후선에 대해 민관합동점검단을 구성하여 조사했으나 모든 선박에 문제가 없다고 합니다.

물론 안전점검을 철저히 해도 사고는 발생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사고에 대응하는 자세가 바뀌지 않는 한 ‘대한민국은 재난에 있어 개발도상국’입니다. 스텔라삼바호 화재 사고는 한국시각 5월26일 낮 12시10분쯤 발생했으나 사고 4일째가 되어서야 언론에 보도되었습니다. 스텔라삼바호는 화재 진압 이후에도 엔진과 전원이 복구되지 않아 7일 동안 남대서양을 표류하다 브라질에 도착했습니다. 무엇보다 ‘선원들의 무사귀환’이 다행입니다. 그러나 몸은 무사귀환했어도 그들의 마음과 정신이 무사귀환했을지 걱정입니다.

바다 위에서 엔진과 전원이 꺼진 채 떠다니는 선박은 말 그대로 ‘떠다니는 관’이라고 합니다. 쉽게 말해 ‘브레이크가 망가진 자동차’입니다. 이런 상황에 처한 선원들은 고장난 엘리베이터 안에 갇혀 있는 것처럼 패닉 상태가 된다고 합니다. 그런데 선원들이 왜 탈출을 못 할까요? 만약 선원들이 탈출하면 이 배는 바다 위의 ‘흉기’가 됩니다. 유조선에 부딪히면 폭발하게 되고 여객선에 충돌하면 대량살상무기가 되겠지요. 목숨을 걸고 7일간의 암흑 속에서 싸운 선원들의 노력에 눈물이 납니다.

올해 6월 한국거래소 상장 예비심사를 앞두고 있는 폴라리스쉬핑은 이 사고가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까봐 노심초사하고 있습니다. 당연히 사고 내용을 축소하고 싶어 하지요. 배가 통제불능 상태가 되면 바로 예인선을 투입해야 합니다. 그러나 폴라리스쉬핑은 예인선을 사고 선박으로 보내지 않고 브라질 연안에 대기시켜 놓기만 했습니다.

기업윤리 없이 이윤만을 추구하는 사기업은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됩니다. 그러나 대한민국 정부는 왜 예인선을 투입하지 않았습니까? 선원 25명의 생사가 촌각을 다투는 상황에서 단지 선사를 통해 상황 보고를 받으며 먼발치에서 구경만 하고 있었던 것을 어떻게 이해해야 합니까?

스텔라데이지호 침몰 사고 당시 폴라리스쉬핑은 가족에게 16시간 만에 연락했습니다. 왜 정부는 가족에게 연락하지 않았느냐고 항의하자 외교부 김완중 국장은 “가족 연락은 국민안전처가 할 일”이라고 답했습니다. 그때까지 무엇을 하고 있었느냐고 질문하자 “황교안 권한대행 보고 문서와 언론 대응 자료를 만들었다”며 당당하게 관련 자료를 보여줬습니다. 구명보트가 몇 척 있으며 식수와 식량은 얼마나 있는지 질문하자 “그런 정보는 가족이 선사로부터 확인해서 정부에 알려줘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1년이 지나 또 사고가 발생했지만 정부 관료들의 태도는 변함이 없습니다. 사고 4일째 되던 날, 기자가 스텔라삼바호 선원 가족들에게 사고 소식이 전달됐느냐고 묻자 해수부는 “우리 소관이 아니다”라고 말했고 외교부는 “모르겠다”고 답했습니다.

세월호 5년째, 스텔라데이지호 2년째… 언제까지 재난사고 피해자들이 재발 방지를 위해 뛰어다녀야 정부 시스템이 변화할까요? 정부가 과거의 미흡한 대응에 진심으로 반성하는 용기를 보여주길 바랍니다.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이젠 국가를 믿고 의지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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