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냐면 |
[왜냐면] 자기결정권 강화한 정신건강복지법 1년의 성과와 과제 / 강상경 |
강상경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1995년에 제정된 ‘정신보건법’이 21년이 지난 2016년 5월29일 ‘정신건강증진 및 정신질환자 복지서비스 지원에 관한 법률’(이하 ‘정신건강복지법’)로 전면 개정돼 2017년 5월30일부터 시행되었다. 정신건강복지법의 기본 취지는 국내외에서 지적되어온 장기 입원에 의한 인권침해를 최소화하고, 치료 및 회복 과정에서 자기의사결정권과 복지서비스를 보장하며, 일반 국민의 정신건강 증진을 위한 사업의 근거를 마련하는 것이다.
정신건강복지법은 유엔(UN) 장애인권리협약이나 2013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권고사항 등 정신건강에 대한 국제적 윤리기준과 동향을 반영하고 있으며, 주요 내용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본인이 원치 않는 비자의 입원 절차 개선을 통한 환자의 인권 보호이다. 둘째, 치료 및 보호 위주의 의료적 접근에 더해 회복을 통한 정상화를 가능하게 하는 지역사회 중심의 복지서비스 지원이 강조되었다. 셋째, 정신질환에 대한 치료와 예방의 범주를 넘어 전체 국민의 정신건강 증진에 대한 개입 의지를 천명하였다. 국제적 정신보건의 방향이 정신장애 치료 및 예방 위주 모델에서 정신건강 증진 모델로 이행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전면 개정된 정신건강복지법은 시대적 당위성을 반영한 것이다.
법의 이념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기반 조성이 필요하다. 정부는 정신건강복지센터 정신건강전문요원 확충, 사례관리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통합 정신건강 사례 관리 시스템 구축, 정신질환자의 자기의사결정권을 최대한 보장하기 위한 공공후견인 사업, 실증 자료 구축을 위한 정신질환자 지역사회 복지서비스 현황조사 시행 등 지난 1년간 다차원적인 노력을 기울여 왔다.
정신건강복지법이 시행된 지 1년이 지난 지금, 몇 가지 긍정적 변화가 관찰되고 있다. 법 시행 이후 정신의료기관 비자의 입원율이 지속적으로 하락 추세를 보이고 있다. 법 시행 이전인 2016년 말 기준 비자의 입원율이 61.6%였던 것이 2018년 4월 말에는 37.1%로 줄어, 24.5%포인트가량 대폭 감소하였다. 또한 법 시행 이후 정신의료기관 입원 환자 수가 줄어들었다. 2016년 12월 말 전체 입원 환자 수는 6만9162명이었는데, 2018년 4월 말에는 6만6523명으로 2639명이 줄었다.
한편 이러한 긍정적 변화와 더불어 우려도 제기된다. 첫째, 복지지원 서비스를 통한 정상화가 개정법의 주목적 중 하나인데, 아직 우리나라 지역사회 복지지원 서비스 기반은 미흡한 실정이다. 둘째, 개정법의 성공적 작동을 위해선 입·퇴원 과정에서 국공립 의료기관 및 종사자의 역할이 필요한데, 우리나라의 국공립 의료기관의 비율이 민간에 비해 매우 낮다. 셋째, 입·퇴원이나 치료재활 과정에서 정신질환자의 자기의사결정권 존중은 매우 중요하다. 개정법이 자기의사결정권 존중을 천명하고 있지만 어떻게 보장할 수 있는지에 대한 구체적 내용은 부족하다.
이러한 우려를 극복하고 법에서 지향하는 이념을 성공적으로 실현하려면 복지지원 서비스 및 인력 확충을 통해 지역사회 서비스 기반을 지속적으로 강화해야 하며, 의사 및 정신건강전문요원 확충이 필요하다. 또한 국공립 의료기관 인력 확충, 의사결정 지원제도 활성화와 절차보조인 제도 실행 등 다양한 측면의 노력이 요구된다. 서비스에 필요한 지속가능한 공적 재원 마련도 개정법 이념 실현의 관건이다.
우리 사회는 현재 개정법이 지향하는 정신보건체계 구축을 위해 필요한 자양분을 채우고 있다. 개정법이 지향하는 기본적 이념은 “이용자가 치료와 서비스의 주체”가 될 수 있는 ‘자기의사결정권’ 보장이다. 이 평범한 이념을 관계자들이 공유한 상태에서 다양한 의견 수렴과 제도 개선을 해나가면, 머지않은 미래에 어느 나라에도 뒤지지 않을 정신보건 시스템이 구축될 것으로 믿는다. 정신건강복지법 시행 1년, 한 번도 가보지 못한 길은 누구에게나 어렵다. 그동안 이해관계자들 간에 의견 차이를 보이기도 하였지만, 일보 전진을 위한 밑거름이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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