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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8.05.09 17:56 수정 : 2018.05.09 20:00

5월6일부터 9일까지 세네갈의 수도 다카르에서 개최된 ‘제9차 세계민주주의운동 대회’는 전세계 민주주의 활동가들 500여명이 모여 40여개의 분야별 워크숍과 전체 세션들을 진행하였다. “민주주의 재건을 위한 전략적 동반자 관계 형성”을 슬로건으로 한 이 대회는 오늘날 직면하고 있는 여러 도전들과 그 잠재적인 해결책에 대한 이해를 교환하며 서로 간의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건설하기 위한 전세계 민주주의 활동가들의 소중한 만남의 장이었다.

국제인권단체 ‘프리덤 하우스’의 통계에 따르면, 2018년 현재 세계 195개국 가운데 45%만이 자유 국가이고 25%가 자유가 없는 나라이며 나머지 나라들은 ‘부분 자유국’으로 분류된다. 제3의 민주화 물결 당시 미국 정책 당국자들은 경제 시스템의 변화와 국가의 역할에 대한 새로운 논의와 맞물려 하나의 정책 패러다임을 제시한다. 주로 시장 자유에 근거한 ‘워싱턴 컨센서스’였다.

그러나 워싱턴 컨센서스는 그들의 손이 닿은 거의 모든 나라에서 주목할 만한 경제성장을 이끌어내는 데 실패했으며, 개별 국가가 경제개발 단계에서 수행해야 할 균형 잡힌 중요한 역할 또한 무시했다. 결국 민주화와 함께 경제성장, 번영, 평등 사회가 찾아올 거라고 기대에 부푼 해당 국가 국민들이 오히려 민주주의를 불신하고 권위주의 시대에 향수를 품게 되었다.

한편 ‘중국식 개발 모델’은 민주적인 자본주의와 마찬가지로 수많은 결함을 가지고 있는데, 부패를 통제하고 어리석은 지도자들이 권력을 행사하는 일을 막는 데 부족한 면이 있고, 국가의 권력을 견제하는 기능이 부족하다. 또한 중국식 모델은 사려 깊고 현명한 독재자의 존재에 의존하는 경향이 있는데, 그런 사람은 사실상 매우 드물다. 분명 중국 경제는 여전히 위태로우며, 민주적으로 변화하지 않는 한 중국이 중진국 함정에서 벗어나는 것은 여전히 의문스러운 상태가 될 것이므로 장기적으로 개도국들에 이상적인 모델이 될 수 없다고 볼 수 있다.

촛불시민혁명 이후 한국은 아래로부터 시민들의 민주적 에너지와 역량을 대내외적으로 과시할 수 있는 나라가 되었다. 경제발전 이외에 문화·문명·정치의식적 측면에서 한국이 처음으로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시대가 된 것이다. 한국 시민사회는 촛불시민혁명이 어떻게 가능했는가에 대한 해외 시민사회로부터의 질문에 답할 필요에 직면해 있다. 서구에서는 200~300년에 1번씩 가능했던 혁명이 한국에서는 어떻게 100년 사이에 1919년의 3·1 혁명, 1960년의 4·19 혁명, 1987년의 6월 민주항쟁, 2016년 가을부터 진행된 촛불 시민혁명이 가능했는가? 그것을 가능하게 했던 한국 민주주의의 에너지는 과연 무엇인가?

워싱턴 컨센서스가 몰락하고, 베이징 모델의 한계가 드러난 이 시점에서 전세계 시민사회가 대한민국의 민주주의 발전 모델에 새삼 주목하고 있다. 최근 후퇴하고 있는 세계 곳곳의 민주주의와 인권 현실에서 볼 때 한국의 촛불시민혁명은 새로운 희망을 제시하고 있으며, 그만큼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역할에 대한 기대가 매우 높아지고 있다.

한국의 끈질긴 민주화운동 과정에서 유럽과 미국 등지의 수많은 민주주의 지원 단체 및 인권 보호 단체들로부터 물질적·정신적 도움과 지원을 받은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한국은 민주화와 산업화를 성공적으로 수행한 최초의 나라다. 아시아의 많은 시민사회단체들은 한국이 이제 그 이름에 걸맞게 국제적으로 민주주의 지원 및 인권 보호 역할을 할 때라고 한결같이 입을 모으고 있다.

오늘날 전세계적으로 민주주의가 위태롭다. 촛불시민혁명은 ‘새로운 민주주의 발전 모델’로서 대한민국뿐만 아니라 세계 민주주의 역사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 한국의 민주주의 운동이 지금까지 국내 중심적이고 과거를 향했다면 앞으로는 국제적이면서 미래지향적으로 패러다임을 전환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국제적 차원의 민주주의 증진을 지원하는 ‘국제 민주주의 지원센터’를 설립하여 아시아 지역의 평화와 인권, 민주주의 증진에 실질적인 기여를 해야 할 과제를 안고 있는 것이다.

신형식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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