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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8.05.02 18:43 수정 : 2018.05.02 19:04

한만길 흥사단 교육운동본부 상임대표

남북한 정상은 온 국민과 전세계가 지켜보는 가운데 판문점 선언을 발표했다. 한반도에서 전쟁을 종식하고 화해협력을 추구하는 평화통일의 이정표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우리 청소년들이 판문점 선언에 담겨 있는 통일의 희망을 간직하기에는 한참 부족하다. 현행 교과서(중2 <도덕>)를 보면 남북한 화해협력을 실현하고 공동 번영을 추구하는 내용은 중요하게 다뤄지고 있지 않다. 특히 지난 2000년, 2007년의 역사적인 남북정상회담은 언급조차 없으며, 1992년 채택(발효)한 남북기본합의서와 같은 당국 간 합의 사례도 등장하지 않는다. 이산가족 상봉, 체육 교류는 간단히 소개하고 있으나 금강산 관광, 개성공단은 외면하고 있다.

통일미래상이라는 이름으로 그럴듯한 청사진은 그리고 있지만 정작 통일을 실현하는 절차와 방법은 간과하고 있다. 한마디로 평화통일에 대한 그림이 학생들에게 실감나게 다가오지 않는다. 2015 교육과정에 따라 새로 나온 교과서도 희망을 찾기 어렵다.

2016년 통일부가 발간한 통일교육지침서는 아직 수정판이 나오지 않았는데, 여기서도 남북 교류협력의 중요성은 간과하고 있다. 반면에 북한의 핵실험과 안보위협은 강조하면서 시장 확대, 부분적 개혁개방 등 변화하는 북한 실상은 폄하하고 있다. 지금도 이명박 정부의 대북압박정책, 박근혜 정부의 (흡수)통일준비론의 관점에서 개발한 교재가 교육지침으로 활용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 젊은 세대는 북한 붕괴로 인한 혼란을 예상하면서 북한을 혐오하고, 비용 부담을 우려하여 통일을 기피하고 있다. 통일의식 조사 결과(통일부, 2017년)를 보면 초등학생은 74.4%가 통일 필요성에 공감하지만 중학생은 59.6%, 고교생은 50.2%만이 공감한다. 특히 20대는 통일 필요성에 대하여 2007년 53.3%에서 2016년 36.7%, 2017년 41.4%로 응답했다(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최근 북한 사회가 변화하는 모습이 부각되고 있는데, 공식 종합시장이 404개, 장마당까지 합하면 시장은 전국에 800개에 이른다. 북한 주민들이 사용하는 휴대전화는 351만대라고 한다. 북한에도 한류가 확산되면서 주민들은 남한의 대중가요, 영화, 드라마를 즐기고 있다. 시장이 활성화하면서 지난해 3.9%의 성장률을 보였다. 이런 북한 사회의 변화 양상을 우리 보수 권력층은 애써 외면했고 북한은 경제난으로 붕괴할 것이라는 억측을 정당화하는 정보만 부각시켜왔다. 그래서 북한 사회에 대한 편견과 왜곡 현상이 북한 혐오감을 키우고 통일 기피증을 더욱 부추겼다.

이제 청소년들에게 통일에 앞서 평화와 번영의 소중함을 가르쳐야 한다. 남북한 화해협력은 우리 모두에게 실질적으로 이익을 주고 안정과 평화를 가져올 것이다. 남북 정상이 진지하게 담소를 나누던 ‘도보다리’는 한반도 화해와 평화의 상징이 되어 전세계인들이 찾을 것이다. 개성공단과 같은 경제협력 사업이 활력을 얻으면 일자리가 늘어날 것이 확실하다. 경의선과 동해선이 연장되면 유라시아 철도로 연결되어 ‘기차 타고 파리 가자’는 꿈은 현실이 될 것이다.

이런 평화번영의 희망을 담아 바로 교과서를 개편해야 한다. 통일교육지침서를 개정하고 교육계획을 전면적으로 수정해야 한다. 청소년들이 다양한 활동을 통하여 평화와 통일에 대한 감수성을 가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시민사회단체의 자발적인 시민교육 활동을 장려하고 평화공감문화를 확산하고 승화시켜야 한다. 그리하여 우리 청소년들이 평화통일의 희망을 품고 시대정신에 동참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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