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18.05.02 18:43 수정 : 2018.05.02 22:25

강제윤 시인·사단법인 섬연구소장

김은경 환경부 장관님, 국정에 노고가 많으시지요? 다름이 아니라 신안군 섬 주민들의 숙원인 흑산공항 건설 문제가 환경부의 적폐 청산 리스트에 오르며 좌초 위기에 처했다는 소식을 듣고 안타까운 마음에 편지를 씁니다. 흑산공항 건설은 4대강 사업 같은 적폐가 아니라 차별을 받아온 교통약자인 섬 주민들의 교통기본권 보장 사업이기 때문입니다.

흑산도 사람들은 서울 나들이 한번 하려면 오가는 데만 평균 3일이 걸립니다. 게다가 흑산도는 연평균 40일이나 여객선이 다니지 못합니다. 목포~흑산 간 여객선 결항일은 2012년에 45일, 2013년에는 41일, 2014년에는 34일, 2015년에는 42일, 2016년에는 40일이었습니다. 겨울에는 결항률이 23%나 됩니다. 어렵게 배가 뜨더라도 파도가 높으면 승객들은 변기를 붙들고 토사곽란에 시달리며 바다를 건너야 합니다.

육지에서는 단 하루만 열차나 버스가 안 다녀도 난리가 납니다. 육지 같았으면 폭동이 났겠지요. 그래서 저는 섬 주민들의 유일한 대체 교통수단인 소형 여객기의 운항 문제가 적폐로 지목된 이유를 도저히 납득할 수가 없습니다. 섬 주민들은 계속 교통불편을 감수하란 말입니까.

일각에서 흑산공항 반대 이유 중 하나로 거론하고 있는 경제성 부족 문제 역시 섬 차별입니다. 연안여객선 이용객 수가 1년에 1500만명 이상인데도 여객선은 대중교통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여객선의 1㎞당 운임은 고속철(KTX)의 2.2배, 고속버스보다는 무려 6.6배나 비쌉니다. 연간 사회간접자본(SOC) 투자액 중 연안여객에 투자되는 것은 0.08%에 불과합니다. 그래서 경제성을 이유로 소형 여객기 운항을 반대하는 것은 설득력이 없습니다.

이미 문재인 대통령의 선거 공약이었던 여객선 공영제도 국정 과제에서 제외되어 섬 주민들을 실망시킨 바 있습니다. 오히려 정부는 섬 교통편익을 위해 더 많은 예산을 투자해야 마땅합니다. 흑산공항이 제2의 양양공항처럼 될 것이란 우려도 기우에 불과합니다. 육지에는 대체 교통수단이 널렸습니다. 케이티엑스나 고속버스 등이 자꾸 생기니 공항들이 망할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하지만 흑산도 같은 섬에는 항공기 외에 대체 교통수단이 전혀 없습니다.

위그선이나 초쾌속선이 뜬다고 해도 흑산도에서 서울 등 수도권 도달에는 꼬박 하루가 걸립니다. 하지만 항공기는 한 시간이면 족합니다. 그러니 흑산공항이 경쟁력을 잃고 제2의 양양공항이 될 일은 없을 것입니다. 지금도 수많은 섬들이 다리로 연결되고 있습니다. 장관님은 흑산도 주민들이 공항 대신 다리를 놓거나 해저터널로 연결시켜 달라면 찬성하시겠습니까? 천문학적 예산이나 기술력 때문에 불가능에 가깝지만 설령 연결될 수 있다 하더라도 그것은 섬의 환경을 더 크게 파괴하는 일이 될 것입니다.

섬의 가치를 지키는 데는 공항이 더 유리합니다. 연륙교가 놓아진 섬들은 오히려 인구가 줄고, 섬의 경제력도 위축되고, 자연 파괴가 극심합니다. 그래서 제가 우려하는 것은 공항보다 공항 건설 이후입니다. 공항 건설 추진단에서는 외지 자본을 유치해 리조트나 호텔, 대형 식당 등을 만들 계획을 하고 있습니다. 이는 분명히 반대해야 합니다. 호텔, 리조트 대신 섬 주민들이 운영하는 100개의 어촌 민박 만들기 같은 정책으로 섬 주민들의 살길을 찾아주어야 마땅합니다.

공항 추진단에서는 외부자본 유입 계획을 전면 취소해야 합니다. 또 공항 건설 후 지나치게 많은 관광객 유입으로 섬이 훼손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섬 주민들 역시 입도객 총량제에 동의해야 합니다. 이 전제조건이 충족된다면 환경부에서도 공항 건설을 반대할 명분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장관님께서 공론화를 통한 합의 도출에 중재자 역할을 해주실 것을 간절히 부탁드립니다.

광고

브랜드 링크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