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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8.04.30 18:32 수정 : 2018.04.30 19:14

한세효
서울시 도봉구 창4동

4월27일 역사적인 판문점 선언이 있었다. 정상회담 내내 많은 장면이 의미가 있었지만 그중에서도 세계에 관심이 집중되었던 건 두 정상의 첫 만남이 아니었을까. 두 정상이 처음 만나 두 손을 마주 잡았던 길. 손을 맞잡고 남북으로 넘나들며 한반도뿐만 아니라 전세계에 웃음과 감동을 주었던 그 길. 그러나 슬픈 역사를 가진 판문점 ‘T2’와 ‘T3’ 건물 사이의 길이다. 두 건물의 이름(Temporary: 임시)과 달리 벌써 65년이라는 시간이 걸렸지만 말이다.

두 정상이 ‘2’와 ‘T’ 사이(T2-T3)의 길로 넘어오는 것을 보며 무심코 1980년대생인 나는 아재 감성으로 영화 <이티>(E.T.)가 떠올랐다. 1982년 개봉하여 15년 동안 미국 역대 흥행 1위를 지켰던 스티븐 스필버그의 에스에프(SF) 영화. 줄거리는 몰라도 미켈란젤로가 그린 시스티나 예배당의 천지창조 장면을 형상화한 ‘이티’와 지구 소년의 손가락이 맞닿는 장면이나 이티가 자전거를 타고 하늘로 나는 장면을 기억하는 사람은 많을 것이다.

어쩌면 ‘2’와 ‘T’ 사이의 길을 넘어온 그들이 그간 우리에겐 ‘E(2).T.’처럼 외계인이 아니었을까. 우리에게 외계인은 주로 지구를 침략하거나 위협을 가할 괴물, 요괴로 그려지고 인식되었다. 1970년대 사상 최초 반공 애니메이션이었던 <똘이장군>에서도 그들은 돼지 괴물이었으니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달리 생각하면 외계인은 우주라는 큰 틀에서 우리와 같은 우주인이다. 오늘의 역사적 장면을 보며 아직 그들이 하나의 핏줄, 하나의 언어, 하나의 역사, 하나의 문화를 가진 한민족으로 가슴 깊이 받아들여지진 않아도 적어도 그들이 같은 지구인인 것만은 느꼈으리라.

다시 영화로 돌아가면 이티는 어른들의 눈을 피해 아이들과 서로 친해지고 소년과 텔레파시로 교감할 정도로 가까워진다. 나중에는 이티가 아플 때 소년도 같이 아프고, 숨을 거둔 이티는 소년과 눈물의 기적으로 되살아난다.

우리 역시 그들과 그럴 수 있지 않을까? 비록 전쟁의 아픔을 겪은 아버지, 할아버지 세대들은 어렵다고 하더라도, 지금 젊은 세대 그리고 우리 아이들의 세대에서 점차 친해지고 서로 마음으로 통하는 때가 온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때가 되면 한민족으로서 진심으로 같이 아파하고 같이 눈물을 흘릴 수 있지 않을까? 물론, 외계인인지 한민족인지 모를 그는 소년과 함께 자전거를 타고 하늘로 날아간 것이 아니라 벤츠 자동차를 타고 다시 머나먼 북녘땅으로 넘어갔지만 말이다.

오늘의 남북정상회담과 판문점 선언을 두고 한쪽에서는 환희가, 반대쪽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이들의 말도 맞고 저들의 말도 맞다. 하지만 나는 이에 대해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트위트로 답해본다. “Only time will tell.”(시간만이 답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김창완 작사·작곡의 ‘외계인 이티’를 불러보자. “이티 이티 외계인 이티~ 이티 이티 내 친구 이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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