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냐면 |
[왜냐면] 세월호 집회에 대한 국가의 손해배상청구, 현 정부에서도 지속되나? / 이태호 |
이태호 4·16연대 상임운영위원,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운영위원장
세월호 참사 4주기를 맞았다. 아직 5명의 ‘미수습자’가 가족 품으로 돌아오지 못한 상태이지만, 참사 4년 만에 정부가 합동위령제를 엄수했다. 박근혜 정부의 집요한 조사 방해로 가로막혀 왔던 진상규명은 지난해 발족한 세월호선체조사위원회의 활동과 올 3월의 사회적참사특별조사위원회 위원 임명 등을 계기로 비로소 본격화되고 있다. 이제 시작일 뿐이지만, 이조차도 거저 주어진 것은 아니었다. 지난 4년간을 무너지는 마음과 육신을 다시 일으키며 온갖 공권력의 억압, 음해, 모독에 맞서온 피해자 가족들, 그리고 지난 4년간 가족들과 함께 비를 맞아온 동료 시민들의 지난한 연대투쟁의 결실이다.
세월호 가족들이 이끌어온 4·16운동을 위축시키기 위해 박근혜 정부와 극우세력들이 놓은 가장 고약한 덫은 ‘순수한 피해자’의 신분으로 돌아가라는 덫이었다. 이 논리가 강요하는 ‘피해자다움’이란 모래알처럼 흩어져 개개인으로서 정부에 금전적 보상을 청구하고 고분고분 받아가거나 딱한 처지에 대해 불쌍히 여김을 받는 것에 만족하는 상태를 의미하는 것이었다. 만약 피해자들이 진실규명이나 책임자 처벌을 주장하고 집단적 행동에 나서려 하면 그것은 불순한 외부세력에 감염되었거나 파렴치한 시도로 매도되었다. 그래도 진실과 보상을 맞바꾸라는 국가권력의 유혹과 강요를 거절한 가족들에게는 ‘세월호 빨갱이’라는 주홍글씨가 새겨졌다.
3년 전에 있었던 일이 대표적 사례다. 세월호 참사 1주기를 앞둔 박근혜 정부는 국민 600만명 이상의 서명으로 국회를 통과해 막 구성되기 시작한 세월호특별조사위원회를 위축시키고 무력화할 목적으로 입법 취지와는 크게 벗어난 대통령령(시행령)안을 일방적으로 발표했다. 이것을 신호탄으로 모든 공권력과 여론을 동원하여 특조위의 정상적인 출범과 조사활동을 방해하기 위한 공작이 이어졌다. 가족들과 시민들의 반발이 거세지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그러자 박근혜 정부는 기다렸다는 듯이 가족과 시민의 행위가 ‘순수한 추모행사’를 넘어선 ‘반정부 집회’로 변질됐다고 공격하기 시작했다. 경찰의 태도도 돌변해 1주기 전후 모든 집회와 행사 주변을 차벽으로 통제하곤 했다. 결국 4월18일과 5월1일, 차벽을 설치한 경찰과 청와대로 이동하려는 군중 간의 예기치 않은 물리적 충돌로 이어졌다. 차벽 설치는 위헌 결정을 받은 불법행위였지만, 경찰은 그로 인해 야기된 물리적 충돌에 대해 아무런 책임도 지지 않았다. 국가권력은 ‘순수가족’을 제외한 ‘외부세력들’― 세월호참사국민대책회의, 4·16연대 등 연대기구와 그 중심인물인 박래군, 김혜진, 한상균 등의 활동가들을 인위적으로 구분하여 불순한 폭도로 몰아세웠다. 국가권력은 이 충돌이 사회단체가 미리 기획하고 의도한 것이 전혀 아님에도 주요 활동가들을 구속기소했다. 박래군, 한상균이 구속되었고 김혜진은 고3 아들을 두었다는 이유가 참작돼 불구속 재판에 임하고 있다. 한상균은 아직 감옥에 있다.
그런데 당시 국가가 이들에게 가했던 또 다른 법적 제재에 대해서는 잘 알려져 있지 않다. 경찰은 양일간의 충돌 과정에서 경찰 쪽이 입었다는 1억1천여만원 상당의 손해에 대해서도 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문재인 정부로의 정권교체 이후에도 법무부와 경찰 모두 이 소송을 취하하라는 각계의 요구를 완강히 거부하고 있다. 이 소송의 1심은 아직 진행 중이다.
문 대통령은 취임 후 세월호 유가족들을 만나 “정부의 당연한 책무인 진실규명마저 회피하고 가로막는 비정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늦었지만 정부를 대표해 머리 숙여 사과, 위로의 말씀을 드립니다”라고 사과했다. 세월호 참사 4주기를 맞아 문 대통령이 해야 할 숙제가 하나 더 있다면, 피해자들의 진상규명운동을 파괴하기 위해 국가가 불법행위를 자행하고 물리적 충돌을 야기한 것, 뿐만 아니라 그로 인해 빚어진 손실을 피해자 권리를 되찾는 일에 헌신한 사회운동가들에게 전가해온 것에 대해 사과하고 국가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철회하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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