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냐면
서울대에서 발표한 2008년 논술 예시문을 보았던 학생과 학부모는 한숨부터 나올 수밖에 없었다. 학교공부만을 성실히 이수한 학생이 쉽게 풀어낼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 사람이 몇이나 될지 의문이다. 수능이 끝났다고 해서 학생과 학부모들이 한숨 돌리며 그간의 스트레스에서 벗어나 잠시 휴식을 취할 수 있느냐 하면, 대답은 결코 “그게 아니다”이다. 또다른 준비를 해야 하니 그것이 바로 논술과의 전쟁인 것이다. 며칠 전 서울대에서 발표한 2008년 논술 예시문을 보았던 학생과 학부모는 한숨부터 나올 수밖에 없었다. 교과서에 있는 것을 시사적으로 아니면 학술적으로 재해석해서 학생들의 생각과 판단을 물어보는 것이었으나, 과연 그것을 보고 학교공부만을 성실히 이수한 학생이 쉽게 풀어낼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 사람이 몇이나 될지 의문이다. 2008년부터는 내신 등급제가 적용되면서 내신 강화를 통한 공교육의 정상화를 꾀하는 것이 대입제도 개선의 목표였으나 오히려 대학들은 강화된 내신 비율을 더욱 신뢰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정책 변화를 무색하게 만드는, 통합 교과형 논술 강화를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수능이 끝난 학원가는 논술 준비와 학생 모집에 혈안이 되어 있다. 10일, 길어야 2주에 200만~300만원 하는 논술학원이지만 부모가 정보수집에 소홀하거나 경제적인 능력이 없으면 등록 자체가 그림의 떡이다. 학교에서 준비해 주지도 않고 혼자 하기에는 버거운 논술을 어찌 하란 말인가! 교육당국의 허술한 단속과 논술교육을 방치하는 공교육 때문에 학부모들은 정말 괴롭고 힘들다. 불법교습으로 적발된다 하더라도 벌점 10점. 벌점 30점이라도 그나마 영업정지 처분 7일이 고작이라 하니, 누가 그런 솜방망이를 무서워하겠는가! 그러나 중요한 문제는 학교에서 준비하고 배울 수 없는 상황에서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비싼 사교육에 매달릴 수밖에 없는 현실인 것이다. 우리의 교육이 장기적으로 통합적인 사고력을 키우고 자신의 생각을 논리에 맞게 표현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는 데 이의를 달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그와 같은 논술교육은 초등학교 시절부터 그런 교육이 가능한 교육과정으로 토론식 수업이 정착한 현실에서나 교육적 효과가 있다 할 것이다. 학교에서 논술을 가르치고 준비할 수 없는 상황에서 대학별 논술고사의 비중은 점차 확대되고, 그로 인해 학생과 학부모들이 커다란 정신적·경제적 고통을 겪는 것은 우리 교육이 무언가 방향 잡기 위한 노 젓기에 실패하고 있다는 생각이다. 논술교육을 학교에서 하는 것으로 충분할 정도로 여건이 개선될 때까지는 논술은 단지 보조적인 수단으로 측정되어야 할 것이다.신순용/인간교육실현학부모연대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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