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부산시 수영구 광안동 머언 여행길에
길이 있다면
그 길가에 함초롬히
한 송이 꽃이고 싶다 세찬 바람에 흔들려도
나는 숨 쉬는 생명이리라
내리는 빗줄기에 온몸 풀썩거려도
삶의 중심에서 비켜나긴 어려운 법
길이 있다면
그 길 비록 강물 되어도
흐르고 또 흘러가리라 어둠과 햇볕이 뒤섞인 광장 저편에서
누군가 문득문득 나를 바라본다
용서해야 할 더딘 시간이 지나가고
잊혀지고 있음을 어렴풋이 느끼지만
흔들리고 잊혀져도 나는
생명의 끈을 놓을 수 없는
구름 속의 꿋꿋한 여행자이다 꽃이 피고 꽃이 지고
잘 여문 봄날이
여행자의 등 뒤에서 환하다
세월 흘러가도 가슴에 깊은 슬픔 간직한
사람들 곁에도, 꽃은 무심히 흐드러졌다 길을 걸으며
길이 있음을 잠시 잊기도 했지만
길이 있기에
촉촉이 빛나는 눈동자로
오래도록 새록새록 피어나리라
안전한 이곳에서 언제까지나, 세월호 참사 4주기에 즈음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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