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냐면 |
[왜냐면] ‘골거대세포종’ 청년 환자들에게 건강할 기회를 / 한일규 |
한일규 서울대병원 정형외과 교수
병은 사람을 가리고 시기를 봐가며 찾아오지 않는다. 인구 100만명당 1명에게서 발병하는 극희귀질환인 ‘골거대세포종’도 그러하다. 골거대세포종은 ‘경계성 종양’이다. 악성 종양과 양성 종양의 경계선에 있다는 이야기이다. 이 병의 발병 시기는 자못 잔인하다. 대부분의 환자가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이다. 그 시기는 한 청년이 학업을 마치고 사회에 진출하여 자기 자리를 찾으려고 애쓰는 중요한 변화의 시기가 아닌가.
골거대세포종은 다행히 이겨낼 수 있는 병이다. 대부분의 골거대세포종 환자는 수술로 치료가 가능하다. 그러나 종양의 부위, 크기, 인접 신경에 따라 수술이 어려운 소수의 환자들이 존재한다. 다행히도 몇 해 전 수술이 불가능한 골거대세포종 환자에게 투여가 가능한 유일한 치료약제가 국내 사용 허가를 받았다.
드디어 이 극희귀질환 환자들에게 투여할 수 있는 유일한 약제를 사용할 수 있게 되었지만, 한 달에 한 번 투여하는 이 약제 비용은 아직까지 모두 환자 부담이다. 극희귀질환 치료제라서 아직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기 때문이다. 골거대세포종의 주요 발병 나이대가 대개 사회생활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은 때임을 고려하면 치료비는 청년 환자들에게 경제적 부담이 크다.
우리나라 건강보험 제도는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어떤 치료에 건강보험을 적용할지를 두고 치밀한 검토 절차를 거친다. 약제를 대상으로는 비용 대비 효과를 살펴본다. 급여에 따른 재정 부담과 질환의 심각성, 환자의 치료 혜택을 비교해 우리 사회의 이득과 손실을 검토하는 것이다.
골거대세포종은 극희귀질환인 탓에 이 청년 환자들을 지원함으로써 우리 사회 전체에 얼마나 도움이 될지를 정량적으로 가늠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이 질환의 무게를 따짐에 있어, 이 청년 환자들이 앞으로 살아가야 할 모든 날들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치료 혜택으로 신체적 기능을 가능한 한 유지하고 일상으로 복귀한 청년들이 그 이후의 삶 동안 우리 사회에 기여할 수많은 기회를 갖는다는 것을 말이다.
골거대세포종을 앓고 있는 청년 환자들은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시기를 지나고 있다. 취업 현장에서는 면접자에게 단 한 학기 휴학도 그 사유를 묻고, 많은 회사가 계약직이나 인턴에게는 병가를 내주지 않는다. 이때 건강을 잃는다면 이들에게 다시금 기회는 없다. 이 청년 환자들이 극희귀질환이라는 아픔을 극복하고 자신의 길을 찾아 씩씩하게 걸어나갈 수 있도록 하자면 더 늦기 전에 사회가 이 소수의 절실한 환자들의 어려움을 들여다보아야 한다. 그것이 사회가 나중에 더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길일 수 있기 때문이다.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