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대 국어국문학과 “저, 다들 어디 지원하셨어요?” 침묵을 깨는 첫마디였다. 살면서 면접을 본 적은 꽤 많았지만 취업준비를 위한 면접을 보러 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인턴 면접을 보러 온 참이었다. 데스크 직원의 안내를 받아 면접 대기실에 도착하니 정적만이 흘렀다. 하지만 같은 지원자의 한마디에 침묵은 깨졌고, 저마다 입을 열며 잡담을 나누기 시작했다. 면접의 불안감을 해소하려는 이유였을까? 모인 지원자들이 각자 자랑하듯 ‘스펙’을 말하는 순간 오히려 더 짜증이 났다. 그래서 나는 적당히 대답했다. 어떤 지원자는 인턴 1년 경력에 자신이 팀으로 참여한 프로젝트를 완료한 경험이 있었고, 어떤 사람은 스타트업을 창업한 경험도 있었다. 매출도 1억원이나 나왔다며 자랑스레 말했다. 고작해야 ‘인턴’을 지원하러 온 사람들인데 말이다. 가장 이해되지 않는 것은 다른 지원자들의 태도였다. 인턴 채용에 경력이 있는 걸 당연스레 여기고, 대기업 취업을 위해 중소기업 인턴을 하다 다시 대기업 인턴을 지원하는 것을 너무나도 기본적인 ‘소양’으로 여긴다. 이에 대해 부당하다며 일갈하는 이는 있어도, 불가항력적인 것이라며 자조하는 분위기가 취준생(취업준비생)들 사이에서는 더 강하다. 나는 조마조마한 마음을 감추고 인터뷰 룸으로 들어섰다. 3 대 3 면접이었고, 면접관은 자리에 앉는 순간까지 휴대폰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 곧이어 뻔한 질문들이 이어졌다. 각자 스펙을 말하고 자신을 정성스럽게 포장했다. 면접관들은 ‘경력 있고, 스펙 좋은’ 지원자에게만 집중적으로 질문했다. 여기가 경력직 채용을 하는 곳인지 인턴 채용을 하는 곳인지 모를 지경이다. ‘무경력’인 나에게 돌아오는 것은 공통질문이 전부였고 그마저도 별 관심이 없어 보였다. 가운데 앉은 면접관은 공통질문을 던지고 책상 아래로 손을 내려 휴대폰을 만지작거렸다. 한시간 넘게 진행된 면접이 끝나고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하라고 했다. 열심히 준비한 답변을 말했지만 별로 신경 쓰지도 않는 눈치였다. 그렇게 내 첫 ‘취준면접’은 실패로 끝났고, 나는 ‘경력 없는 신입’이라 인턴에 떨어졌다고 생각했다. 그래야 마음이라도 편하게 먹을 수 있으니까. 불합격 문자를 받고 나서 <에스엔엘(SNL) 코리아>에 나온 유병재의 ‘명언’이 떠올랐다. ‘경력직만 뽑으면 나 같은 신입은 어떻게 경력을 쌓으라고!’ 정말 그렇다. 경험 없고 경력 없는 나 같은 신입은 도대체 어떻게 경력을 쌓으란 말인가. 경력직 권하는 사회, 준비된 신입을 원하는 사회는 사라져야 한다. 그래야 덜 슬플 것 같다.
왜냐면 |
[왜냐면] 경력 있는 신입 권하는 사회 / 김풍기 |
김풍기
중앙대 국어국문학과 “저, 다들 어디 지원하셨어요?” 침묵을 깨는 첫마디였다. 살면서 면접을 본 적은 꽤 많았지만 취업준비를 위한 면접을 보러 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인턴 면접을 보러 온 참이었다. 데스크 직원의 안내를 받아 면접 대기실에 도착하니 정적만이 흘렀다. 하지만 같은 지원자의 한마디에 침묵은 깨졌고, 저마다 입을 열며 잡담을 나누기 시작했다. 면접의 불안감을 해소하려는 이유였을까? 모인 지원자들이 각자 자랑하듯 ‘스펙’을 말하는 순간 오히려 더 짜증이 났다. 그래서 나는 적당히 대답했다. 어떤 지원자는 인턴 1년 경력에 자신이 팀으로 참여한 프로젝트를 완료한 경험이 있었고, 어떤 사람은 스타트업을 창업한 경험도 있었다. 매출도 1억원이나 나왔다며 자랑스레 말했다. 고작해야 ‘인턴’을 지원하러 온 사람들인데 말이다. 가장 이해되지 않는 것은 다른 지원자들의 태도였다. 인턴 채용에 경력이 있는 걸 당연스레 여기고, 대기업 취업을 위해 중소기업 인턴을 하다 다시 대기업 인턴을 지원하는 것을 너무나도 기본적인 ‘소양’으로 여긴다. 이에 대해 부당하다며 일갈하는 이는 있어도, 불가항력적인 것이라며 자조하는 분위기가 취준생(취업준비생)들 사이에서는 더 강하다. 나는 조마조마한 마음을 감추고 인터뷰 룸으로 들어섰다. 3 대 3 면접이었고, 면접관은 자리에 앉는 순간까지 휴대폰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 곧이어 뻔한 질문들이 이어졌다. 각자 스펙을 말하고 자신을 정성스럽게 포장했다. 면접관들은 ‘경력 있고, 스펙 좋은’ 지원자에게만 집중적으로 질문했다. 여기가 경력직 채용을 하는 곳인지 인턴 채용을 하는 곳인지 모를 지경이다. ‘무경력’인 나에게 돌아오는 것은 공통질문이 전부였고 그마저도 별 관심이 없어 보였다. 가운데 앉은 면접관은 공통질문을 던지고 책상 아래로 손을 내려 휴대폰을 만지작거렸다. 한시간 넘게 진행된 면접이 끝나고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하라고 했다. 열심히 준비한 답변을 말했지만 별로 신경 쓰지도 않는 눈치였다. 그렇게 내 첫 ‘취준면접’은 실패로 끝났고, 나는 ‘경력 없는 신입’이라 인턴에 떨어졌다고 생각했다. 그래야 마음이라도 편하게 먹을 수 있으니까. 불합격 문자를 받고 나서 <에스엔엘(SNL) 코리아>에 나온 유병재의 ‘명언’이 떠올랐다. ‘경력직만 뽑으면 나 같은 신입은 어떻게 경력을 쌓으라고!’ 정말 그렇다. 경험 없고 경력 없는 나 같은 신입은 도대체 어떻게 경력을 쌓으란 말인가. 경력직 권하는 사회, 준비된 신입을 원하는 사회는 사라져야 한다. 그래야 덜 슬플 것 같다.
중앙대 국어국문학과 “저, 다들 어디 지원하셨어요?” 침묵을 깨는 첫마디였다. 살면서 면접을 본 적은 꽤 많았지만 취업준비를 위한 면접을 보러 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인턴 면접을 보러 온 참이었다. 데스크 직원의 안내를 받아 면접 대기실에 도착하니 정적만이 흘렀다. 하지만 같은 지원자의 한마디에 침묵은 깨졌고, 저마다 입을 열며 잡담을 나누기 시작했다. 면접의 불안감을 해소하려는 이유였을까? 모인 지원자들이 각자 자랑하듯 ‘스펙’을 말하는 순간 오히려 더 짜증이 났다. 그래서 나는 적당히 대답했다. 어떤 지원자는 인턴 1년 경력에 자신이 팀으로 참여한 프로젝트를 완료한 경험이 있었고, 어떤 사람은 스타트업을 창업한 경험도 있었다. 매출도 1억원이나 나왔다며 자랑스레 말했다. 고작해야 ‘인턴’을 지원하러 온 사람들인데 말이다. 가장 이해되지 않는 것은 다른 지원자들의 태도였다. 인턴 채용에 경력이 있는 걸 당연스레 여기고, 대기업 취업을 위해 중소기업 인턴을 하다 다시 대기업 인턴을 지원하는 것을 너무나도 기본적인 ‘소양’으로 여긴다. 이에 대해 부당하다며 일갈하는 이는 있어도, 불가항력적인 것이라며 자조하는 분위기가 취준생(취업준비생)들 사이에서는 더 강하다. 나는 조마조마한 마음을 감추고 인터뷰 룸으로 들어섰다. 3 대 3 면접이었고, 면접관은 자리에 앉는 순간까지 휴대폰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 곧이어 뻔한 질문들이 이어졌다. 각자 스펙을 말하고 자신을 정성스럽게 포장했다. 면접관들은 ‘경력 있고, 스펙 좋은’ 지원자에게만 집중적으로 질문했다. 여기가 경력직 채용을 하는 곳인지 인턴 채용을 하는 곳인지 모를 지경이다. ‘무경력’인 나에게 돌아오는 것은 공통질문이 전부였고 그마저도 별 관심이 없어 보였다. 가운데 앉은 면접관은 공통질문을 던지고 책상 아래로 손을 내려 휴대폰을 만지작거렸다. 한시간 넘게 진행된 면접이 끝나고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하라고 했다. 열심히 준비한 답변을 말했지만 별로 신경 쓰지도 않는 눈치였다. 그렇게 내 첫 ‘취준면접’은 실패로 끝났고, 나는 ‘경력 없는 신입’이라 인턴에 떨어졌다고 생각했다. 그래야 마음이라도 편하게 먹을 수 있으니까. 불합격 문자를 받고 나서 <에스엔엘(SNL) 코리아>에 나온 유병재의 ‘명언’이 떠올랐다. ‘경력직만 뽑으면 나 같은 신입은 어떻게 경력을 쌓으라고!’ 정말 그렇다. 경험 없고 경력 없는 나 같은 신입은 도대체 어떻게 경력을 쌓으란 말인가. 경력직 권하는 사회, 준비된 신입을 원하는 사회는 사라져야 한다. 그래야 덜 슬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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