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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8.04.09 18:38 수정 : 2018.04.09 19:18

김차곤
법률사무소 새날 변호사

법무부 검찰 과거사위원회는 지난 2월6일 과거 인권침해 및 검찰권 남용 의혹이 있는 12건의 사건을 선정하였는데, ‘유성기업 노조파괴 및 부당노동행위 사건’이 포함됐다. 역사적 반성, 사건의 중대성, 국민적 관심 등을 고려한 것으로 유일한 노동 사건이다.

2011년 금속노조 유성지회 노동자들이 단체교섭을 요구하자 유성기업은 노무법인 창조컨설팅과 공모하여 노조파괴 시나리오를 가동했다. 유성기업의 노조파괴에는 복수노조가 허용된 이후 작업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부당노동행위의 거의 모든 유형이 망라되어 있다.

유성지회 노동자들이 2011년 5월18일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진행하자 같은 날 유성기업은 곧바로 공장을 폐쇄했다. 유성기업은 직장폐쇄 상황을 이용하여 회사에 우호적인 제2노조를 설립해 개입하였다. 직장폐쇄가 철회된 이후에는 연장·휴일근로 기회를 부여하지 않는 방법으로 유성지회 조합원들에게 불이익을 가했고, 유성지회 간부를 포함해 조합활동에 적극적인 조합원 27명을 해고했다. 그리고 유성지회 조합원들을 접촉하여 금속노조 유성지회에서 탈퇴하고 제2노조에 가입하라고 회유·종용했다. 제2노조에 가입하면 징계를 면제해주고 손해배상 청구 대상에서 제외해준다는 식이었다. 그러고도 제2노조가 과반수 조합원을 확보하지 못하자 유성기업은 관리직 사원 49명을 제2노조에 가입하도록 유도했다. 제2노조는 법원에서 자주성이 없어 설립 자체가 무효라는 판결을 받았다.

유성기업 노조파괴 사건의 큰 특징은 원청인 현대자동차가 부품사의 부당노동행위에 개입되어 있다는 것이다. 현대자동차 임직원들이 유성기업의 노조파괴에 관하여 상세히 보고받았을 뿐만 아니라 유성기업과 창조컨설팅 관계자를 본사로 불러, 특정 일자까지 제2노조 조합원을 80%까지 확보하라고 유성기업에 지시했다. 관련 내용은 2017년 유성기업 유시영 회장에 대한 형사 유죄 판결문에도 적시돼 있다.

그러나 천안 검찰은 2013년 12월 현대자동차 노조파괴 혐의자들을 불기소 처분했다. 유성지회가 재차 고소한 이후에도 검찰은 수사와 기소를 미루다가 공소시효를 불과 3일 앞둔 2017년 5월19일에야 비로소 현대차 임직원들과 현대차 법인을 기소하였다. 기소 관련 주요 증거는 2012년 10월과 11월 압수수색에서 확보된 현대자동차 임직원의 이메일과 전략회의 문건들이었다. 검찰은 2012년 말께 기소할 수 있었던 사건을 불기소 처분과 늑장 기소로 4년 이상 방치하였다.

검찰의 방치가 이어지는 동안 유성지회 노동자들은 상상하기 힘든 고통을 겪었다. 2016년 3월17일 유성지회 노동자 한광호씨는 어려움을 이겨내지 못하고 목숨을 끊었다. 법원 판결에도 불구하고 현대자동차와 유성기업은 아직도 부당노동행위 사실을 인정하지 않은 채, 현장에서의 노동탄압은 여전히 심각하다.

올해 1월과 2월에 벌써 유성지회 노동자 3명이 쓰러져 응급실로 실려 갔다. 유성지회 조합원들을 구하기 위한 골든타임이 지나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 거대 재벌까지 합세하여 부품사 노동조합을 파괴하려는 부당노동행위와 그것을 가능하게 만들었던 검찰의 직권남용과 직무유기는 청산해야 할 노동적폐의 핵심이다. 이것이 검찰 과거사위원회의 조사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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