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냐면 |
[왜냐면] 재난 피해자 마음의 상처, 이제 국가가 보듬는다 / 박능후 |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
지진이 자주 일어나는 일본은 지진 후유증이 참전 군인들이 겪는 고통과 같다는 인식에서 지진 트라우마(정신적 외상)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2011년 동일본 대지진 이후 재해후유증으로 불안증을 겪고 있는 고령자와 어린이들이 늘어남에 따라 재해지역을 비롯하여 일본 전역에서 지진으로 인한 불안증을 치료하기 위한 노력이 지속되고 있다.
전쟁, 자연재해, 대형 참사 등 재난의 충격은 물리적인 영역에 국한되지 않는다. 재난에 의한 파급효과는 심리적, 인지적, 사회적, 행동적 영역으로 다양하게 나타나 개인의 삶과 지역사회에도 영향을 미친다. 최근 연구 결과에 따르면 2014년 세월호 참사의 생존 학생 중 26%가 2년간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에 시달렸다고 한다. 이들은 배나 비행기를 두려워하거나, 일상생활 중 갑자기 당시 상황이 떠올라 멍한 상태가 되기도 하고, 새로운 관계 형성을 두려워하는 경향을 보였다고 한다. 아직도 재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가 재난 시 심리적 지원에 대해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은 요 근래의 일이다. 세월호 참사 이후 재난 피해자의 트라우마가 장기화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이로 인한 실직과 가족해체 등 사회적 비용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면서 심리적 트라우마도 지원 대상이 되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었다.
이에 따라 세월호를 비롯하여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경주·포항 지진 등으로 인한 재난 피해자들에게 권역별 국립병원을 중심으로 국가 차원의 재난 심리지원을 해왔다. 특히 지난 포항 지진 발생 시에는 경상지역을 담당하는 국립 부곡병원뿐만 아니라, 5개 국립병원의 전문의와 정신건강전문요원이 개입하여 총 8758건의 심리지원을 수행하기도 했다. 그러나 재난 시에만 임시적으로 구성하는 비상설 체계라는 한계로 평상시에 재난 심리지원을 위한 역량을 향상시킬 여건이 다소 부족한 아쉬움이 있었다.
정부는 그간의 문제점을 극복하고 국가 차원의 체계적이고 효율적인 심리지원을 하기 위해 대형재난 발생 시 희생자 가족과 생존자들의 심리지원을 총괄하는 ‘국가트라우마센터’를 설치·운영하기로 하였다.
4월5일부터 국립정신건강센터 내에 설치되는 이 센터는 평시에 전문 인력 양성, 재난 유형별 대응 매뉴얼 개발, 연구·치료지원 등의 기능을 하고, 재난 발생 시에는 정신과 전문의, 정신건강전문요원 등의 전문 인력을 현장에 급파하여 심리지원을 총괄 지휘하는 역할을 수행할 예정이다. ‘국가트라우마센터’의 운영으로 재난 피해자의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최소화하고 우리나라의 재난 심리지원 전문성도 크게 강화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우리나라에서 국가적 재난에 따른 심리지원을 위해 별도의 기관을 설치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정부는 국가트라우마센터 개소를 시작으로, 향후 2020년까지 충청, 강원, 경상, 전라 등 권역별로 확대하여, 전국적인 재난심리지원체계를 구축할 계획이다. 권역별 센터와 각 지역의 정신건강복지센터가 연계되어, 장기 트라우마 환자에 대해 지역사회를 통한 일상적인 접근도 가능해질 것이다.
국가트라우마센터가 재난으로 인한 마음의 상처를 보듬고, 보다 많은 분들이 재난으로 인한 상처를 극복해 평온한 일상으로 조속히 돌아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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