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송파구 송파동 모유 비누가 주목받고 있다. <문화방송>(MBC) 프로그램 ‘나 혼자 산다’에서 배우 이시영이 빅뱅의 승리에게 모유 비누를 권하면서다. ‘모유 비누 만들어서 선물로 드릴게요’라는 이시영의 말에 승리는 당황스러운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말을 잇지 못하는 승리를 두고 꿋꿋이 모유 비누의 좋은 점을 설명하던 이시영의 모습이 ‘재미 포인트’였다. 그런데 모든 사람이 즐긴 건 아닌 모양이다. ‘모유 비누를 굳이 방송에서 이야기해야 하냐’며 불편한 기색을 보인 사람들이 있었다. 가족이 아닌 성인 남성에게 모유를 권하는 것이 민망해 보인다는 얘기다. 심지어 성희롱이라고 주장하는 누리꾼도 있었다. 이시영이 승리에게 성과 관계된 말로 불쾌감을 줬다는 이유에서다. 이 논란으로 과거 연예인 정가은의 모유수유 사진까지 수면 위로 올랐다. 정가은은 아이에게 모유를 수유하는 사진을 올렸다가 악플에 시달렸다. 나의 반응은 승리와 비슷했다. 모유도 당황스러운데 ‘모유 비누’라니. 모유에 관한 지식이 없던 터라 딱히 할 말도 없었다. 모유에 관련된 콘텐츠를 접한 거라면, 어릴 때 읽었던 그리스 신화에서 헤라의 모유가 은하계(Milky Way)가 되었다는 이야기뿐이었다. 나에게 모유는 신화적인 상상력을 주면서도 베일에 싸여 있는 것이었다. 무지의 탓은 나에게 있었다. 아이를 낳은 친구에게 물어보니, 모유 비누는 이미 엄마들 사이에서 유명했다. 인터넷엔 이미 모유 비누 판매처가 널려 있었다. 또 수유 후 남은 모유의 활용 방안은 엄마들 사이에서 유용한 정보였다. 심지어 출산 계획이 없는 ‘여사친’(여자 사람 친구)들도 모유에 관해 자세하게 알고 있었다. 모유에 대한 무지는 내가 스스로 육아와 관련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는 걸 방증했다. 나의 반응은, 육아에 대한 무지와 편견에서 비롯된 게 아닐까 싶다. 육아는 비단 여성만의 일이 아닌데, 자신이 육아와 관계없다고 생각하는 젊은 남성이 적지 않다. 또 젊은 남자가 굳이 찾아 나서지 않으면 모유에 관해 알 수 없다. 어쩌면 정보를 찾아 나서는 것이 눈초리를 받는 일이 될지도 모르겠다. 이번 논란으로 모유를 둘러싼 상반된 관점을 접했다. 신성시된 모유와 성적 대상화가 된 모유. 그런데 ‘무지한 자’의 입장에서 이 둘은 크게 다르지 않아 보였다. 신성화와 성적 대상화, 결국 이 둘이 양극단에서 만나 억압으로 귀결되는 것은 아닐까. 둘 다 모유를 평범한 일상에서 떨어뜨려, 쉽게 접근할 수 없게 만드는 관점이다. 모유에 관한 담론의 부재가 정보의 불균형을 일으키고, 편견을 강화하는 건 아닐까. 논란은 수그러들었다. 그런데 얼토당토않은 논란이라며 무시하기보단, 논란이 된 이유와 승리를 비롯한 젊은 남성이 당황한 이유에 주목해야 한다. 모유는 신화가 아닌 현실이다. 현실 중에서도 육아와 긴밀히 연결된 필수 정보다. 개인적인 노력과 더불어, 모유에 관한 정보 격차가 왜 성별로 나뉘는지, 담론화를 억압하는 관점은 무엇인지 생각해볼 때다.
왜냐면 |
[왜냐면] 젊은 남자에게 모유 비누란 / 김겨레 |
김겨레
서울시 송파구 송파동 모유 비누가 주목받고 있다. <문화방송>(MBC) 프로그램 ‘나 혼자 산다’에서 배우 이시영이 빅뱅의 승리에게 모유 비누를 권하면서다. ‘모유 비누 만들어서 선물로 드릴게요’라는 이시영의 말에 승리는 당황스러운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말을 잇지 못하는 승리를 두고 꿋꿋이 모유 비누의 좋은 점을 설명하던 이시영의 모습이 ‘재미 포인트’였다. 그런데 모든 사람이 즐긴 건 아닌 모양이다. ‘모유 비누를 굳이 방송에서 이야기해야 하냐’며 불편한 기색을 보인 사람들이 있었다. 가족이 아닌 성인 남성에게 모유를 권하는 것이 민망해 보인다는 얘기다. 심지어 성희롱이라고 주장하는 누리꾼도 있었다. 이시영이 승리에게 성과 관계된 말로 불쾌감을 줬다는 이유에서다. 이 논란으로 과거 연예인 정가은의 모유수유 사진까지 수면 위로 올랐다. 정가은은 아이에게 모유를 수유하는 사진을 올렸다가 악플에 시달렸다. 나의 반응은 승리와 비슷했다. 모유도 당황스러운데 ‘모유 비누’라니. 모유에 관한 지식이 없던 터라 딱히 할 말도 없었다. 모유에 관련된 콘텐츠를 접한 거라면, 어릴 때 읽었던 그리스 신화에서 헤라의 모유가 은하계(Milky Way)가 되었다는 이야기뿐이었다. 나에게 모유는 신화적인 상상력을 주면서도 베일에 싸여 있는 것이었다. 무지의 탓은 나에게 있었다. 아이를 낳은 친구에게 물어보니, 모유 비누는 이미 엄마들 사이에서 유명했다. 인터넷엔 이미 모유 비누 판매처가 널려 있었다. 또 수유 후 남은 모유의 활용 방안은 엄마들 사이에서 유용한 정보였다. 심지어 출산 계획이 없는 ‘여사친’(여자 사람 친구)들도 모유에 관해 자세하게 알고 있었다. 모유에 대한 무지는 내가 스스로 육아와 관련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는 걸 방증했다. 나의 반응은, 육아에 대한 무지와 편견에서 비롯된 게 아닐까 싶다. 육아는 비단 여성만의 일이 아닌데, 자신이 육아와 관계없다고 생각하는 젊은 남성이 적지 않다. 또 젊은 남자가 굳이 찾아 나서지 않으면 모유에 관해 알 수 없다. 어쩌면 정보를 찾아 나서는 것이 눈초리를 받는 일이 될지도 모르겠다. 이번 논란으로 모유를 둘러싼 상반된 관점을 접했다. 신성시된 모유와 성적 대상화가 된 모유. 그런데 ‘무지한 자’의 입장에서 이 둘은 크게 다르지 않아 보였다. 신성화와 성적 대상화, 결국 이 둘이 양극단에서 만나 억압으로 귀결되는 것은 아닐까. 둘 다 모유를 평범한 일상에서 떨어뜨려, 쉽게 접근할 수 없게 만드는 관점이다. 모유에 관한 담론의 부재가 정보의 불균형을 일으키고, 편견을 강화하는 건 아닐까. 논란은 수그러들었다. 그런데 얼토당토않은 논란이라며 무시하기보단, 논란이 된 이유와 승리를 비롯한 젊은 남성이 당황한 이유에 주목해야 한다. 모유는 신화가 아닌 현실이다. 현실 중에서도 육아와 긴밀히 연결된 필수 정보다. 개인적인 노력과 더불어, 모유에 관한 정보 격차가 왜 성별로 나뉘는지, 담론화를 억압하는 관점은 무엇인지 생각해볼 때다.
서울시 송파구 송파동 모유 비누가 주목받고 있다. <문화방송>(MBC) 프로그램 ‘나 혼자 산다’에서 배우 이시영이 빅뱅의 승리에게 모유 비누를 권하면서다. ‘모유 비누 만들어서 선물로 드릴게요’라는 이시영의 말에 승리는 당황스러운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말을 잇지 못하는 승리를 두고 꿋꿋이 모유 비누의 좋은 점을 설명하던 이시영의 모습이 ‘재미 포인트’였다. 그런데 모든 사람이 즐긴 건 아닌 모양이다. ‘모유 비누를 굳이 방송에서 이야기해야 하냐’며 불편한 기색을 보인 사람들이 있었다. 가족이 아닌 성인 남성에게 모유를 권하는 것이 민망해 보인다는 얘기다. 심지어 성희롱이라고 주장하는 누리꾼도 있었다. 이시영이 승리에게 성과 관계된 말로 불쾌감을 줬다는 이유에서다. 이 논란으로 과거 연예인 정가은의 모유수유 사진까지 수면 위로 올랐다. 정가은은 아이에게 모유를 수유하는 사진을 올렸다가 악플에 시달렸다. 나의 반응은 승리와 비슷했다. 모유도 당황스러운데 ‘모유 비누’라니. 모유에 관한 지식이 없던 터라 딱히 할 말도 없었다. 모유에 관련된 콘텐츠를 접한 거라면, 어릴 때 읽었던 그리스 신화에서 헤라의 모유가 은하계(Milky Way)가 되었다는 이야기뿐이었다. 나에게 모유는 신화적인 상상력을 주면서도 베일에 싸여 있는 것이었다. 무지의 탓은 나에게 있었다. 아이를 낳은 친구에게 물어보니, 모유 비누는 이미 엄마들 사이에서 유명했다. 인터넷엔 이미 모유 비누 판매처가 널려 있었다. 또 수유 후 남은 모유의 활용 방안은 엄마들 사이에서 유용한 정보였다. 심지어 출산 계획이 없는 ‘여사친’(여자 사람 친구)들도 모유에 관해 자세하게 알고 있었다. 모유에 대한 무지는 내가 스스로 육아와 관련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는 걸 방증했다. 나의 반응은, 육아에 대한 무지와 편견에서 비롯된 게 아닐까 싶다. 육아는 비단 여성만의 일이 아닌데, 자신이 육아와 관계없다고 생각하는 젊은 남성이 적지 않다. 또 젊은 남자가 굳이 찾아 나서지 않으면 모유에 관해 알 수 없다. 어쩌면 정보를 찾아 나서는 것이 눈초리를 받는 일이 될지도 모르겠다. 이번 논란으로 모유를 둘러싼 상반된 관점을 접했다. 신성시된 모유와 성적 대상화가 된 모유. 그런데 ‘무지한 자’의 입장에서 이 둘은 크게 다르지 않아 보였다. 신성화와 성적 대상화, 결국 이 둘이 양극단에서 만나 억압으로 귀결되는 것은 아닐까. 둘 다 모유를 평범한 일상에서 떨어뜨려, 쉽게 접근할 수 없게 만드는 관점이다. 모유에 관한 담론의 부재가 정보의 불균형을 일으키고, 편견을 강화하는 건 아닐까. 논란은 수그러들었다. 그런데 얼토당토않은 논란이라며 무시하기보단, 논란이 된 이유와 승리를 비롯한 젊은 남성이 당황한 이유에 주목해야 한다. 모유는 신화가 아닌 현실이다. 현실 중에서도 육아와 긴밀히 연결된 필수 정보다. 개인적인 노력과 더불어, 모유에 관한 정보 격차가 왜 성별로 나뉘는지, 담론화를 억압하는 관점은 무엇인지 생각해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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