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미국 조지타운대 객원교수 4월과 5월로 예정된 남북 정상회담, 북-미 정상회담이 냉전 해체, 해빙의 기대를 갖게 한다. 물론 조급함은 금물이다. 하지만 최근 여기저기서 나오는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진정성에 대한 의구심은 근거가 없을 뿐 아니라 불필요하다는 생각이다. 진정성 의문의 핵심은 김정은 위원장이 과연 핵을 포기하겠느냐는 것이다. 국제사회의 제재를 벗어나려는 꼼수다, 헌법에 핵보유국을 명시했고 핵보유국이 조선노동당의 기본전략이 되어 있는데 포기하겠느냐, 이렇게 쉽게 될 거면 왜 그동안 비핵화를 안 했겠느냐 등등의 주장들이다. 북한이 대화를 제의할 때마다 박근혜 정부가 제기했던 진정성 의문과 같은 맥락이다. 말하자면, 김정은의 비핵화 의지를 믿을 수 없다는 것인데, 대화 제의의 핵심 내용을 불신하는 것은 대화를 하지 말자는 주장에 다름 아니다. 눈을 과거로만 돌려놓고 있는 것이고, 북한의 일면만을 보고 하는 말이 아닐 수 없다. 북한이 비핵화로 가야 하고 갈 수 있는 이유는 많다. 첫째, 정권의 공고화이다. 최고지도자가 지도력을 확보하려면 권위를 확보해야 한다. 막스 베버는 그 권위를 전통적·카리스마적·합리적 권위, 세 가지로 분류했다. 쉽게 말하면 선대의 후광, 초인적 모습, 시민의 인정이다. 김정은은 지금까지 앞의 두 가지를 활용해 정권의 안정을 추구해왔다. 하지만 보다 튼튼한 반석 위에 올라서기 위해서는 주민들의 인정이 필요하고, 이를 확보하는 첩경은 경제적인 성과이다. 비핵화 없이는 이것이 불가함을 김정은이 모를 리 없다. 둘째, 권위주의 체제인 북한에서 헌법 명시와 같은 형식은 중대한 의미를 갖지는 않는다. 바람직한 것은 아니지만 현실이다. 그런데 그것이 오히려 문제 해결의 가능성을 열어준다. 김정은도 언급했듯이, 북한이 중시하는 선대의 유훈도 비핵화에 있다. 셋째, 경제와 안보에서 김정은의 자신감이다. 집권 이후 경제가 차츰 성장하고 있다. 특히 식량 생산이 1990년대 중반 연 350만톤 수준에서 지금은 500만톤으로 늘었다. 핵과 장거리 미사일은 완성 단계에 와 있다. 불리하지 않은 입장에서 쫓기지 않으면서 주고받기가 가능하다고 판단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전체적으로 보면, 1990년대 중반 고난의 행군 시기 ‘생존’ 자체를 최우선 전략으로 하던 단계를 훨씬 넘어서 어느 정도 전후좌우를 보면서 큰 협상도 할 수 있고, 그렇게 하는 것이 자신에게도 유리하다는 판단을 김정은은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고 해서 김정은의 마인드가 ‘무조건 핵포기’로 가 있다고 볼 수는 없다. 빅딜을 추구하되 얻을 것은 충분히 얻으려 할 것이다. 얻을 것의 핵심인 체제안전과 경제적인 이익이 확보되는 길이 보이면 비핵화도 마다하지 않겠다는 것이 지금의 입장으로 보인다. 국제체제의 성격과 국가 간 관계가 무엇으로 결정되는가에 대한 의견이 많지만, 구성주의는 ‘생각’(Idea)이 중요하다고 본다. ‘힘’(Power)을 중시하는 현실주의와는 대척점에 있다. 과거의 관계가 어떻든 국가 사이 대화와 교류가 진행되면 그 속에서 상대에 대한 생각이 정리되고, 그것에 따라 국가 간 관계도 새롭게 정해진다는 것이다. 그렇게 본다면, 북한과 김정은의 한국, 미국, 그리고 비핵화에 대한 입장은 모두 추후 대화의 진행에 따라 변화할 수 있다. 그러니 진정성 운운할 게 아니라 진정성 있게 만드는 일에 진력할 일이다.
왜냐면 |
[왜냐면] 김정은 위원장의 진정성 / 안문석 |
안문석
전북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미국 조지타운대 객원교수 4월과 5월로 예정된 남북 정상회담, 북-미 정상회담이 냉전 해체, 해빙의 기대를 갖게 한다. 물론 조급함은 금물이다. 하지만 최근 여기저기서 나오는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진정성에 대한 의구심은 근거가 없을 뿐 아니라 불필요하다는 생각이다. 진정성 의문의 핵심은 김정은 위원장이 과연 핵을 포기하겠느냐는 것이다. 국제사회의 제재를 벗어나려는 꼼수다, 헌법에 핵보유국을 명시했고 핵보유국이 조선노동당의 기본전략이 되어 있는데 포기하겠느냐, 이렇게 쉽게 될 거면 왜 그동안 비핵화를 안 했겠느냐 등등의 주장들이다. 북한이 대화를 제의할 때마다 박근혜 정부가 제기했던 진정성 의문과 같은 맥락이다. 말하자면, 김정은의 비핵화 의지를 믿을 수 없다는 것인데, 대화 제의의 핵심 내용을 불신하는 것은 대화를 하지 말자는 주장에 다름 아니다. 눈을 과거로만 돌려놓고 있는 것이고, 북한의 일면만을 보고 하는 말이 아닐 수 없다. 북한이 비핵화로 가야 하고 갈 수 있는 이유는 많다. 첫째, 정권의 공고화이다. 최고지도자가 지도력을 확보하려면 권위를 확보해야 한다. 막스 베버는 그 권위를 전통적·카리스마적·합리적 권위, 세 가지로 분류했다. 쉽게 말하면 선대의 후광, 초인적 모습, 시민의 인정이다. 김정은은 지금까지 앞의 두 가지를 활용해 정권의 안정을 추구해왔다. 하지만 보다 튼튼한 반석 위에 올라서기 위해서는 주민들의 인정이 필요하고, 이를 확보하는 첩경은 경제적인 성과이다. 비핵화 없이는 이것이 불가함을 김정은이 모를 리 없다. 둘째, 권위주의 체제인 북한에서 헌법 명시와 같은 형식은 중대한 의미를 갖지는 않는다. 바람직한 것은 아니지만 현실이다. 그런데 그것이 오히려 문제 해결의 가능성을 열어준다. 김정은도 언급했듯이, 북한이 중시하는 선대의 유훈도 비핵화에 있다. 셋째, 경제와 안보에서 김정은의 자신감이다. 집권 이후 경제가 차츰 성장하고 있다. 특히 식량 생산이 1990년대 중반 연 350만톤 수준에서 지금은 500만톤으로 늘었다. 핵과 장거리 미사일은 완성 단계에 와 있다. 불리하지 않은 입장에서 쫓기지 않으면서 주고받기가 가능하다고 판단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전체적으로 보면, 1990년대 중반 고난의 행군 시기 ‘생존’ 자체를 최우선 전략으로 하던 단계를 훨씬 넘어서 어느 정도 전후좌우를 보면서 큰 협상도 할 수 있고, 그렇게 하는 것이 자신에게도 유리하다는 판단을 김정은은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고 해서 김정은의 마인드가 ‘무조건 핵포기’로 가 있다고 볼 수는 없다. 빅딜을 추구하되 얻을 것은 충분히 얻으려 할 것이다. 얻을 것의 핵심인 체제안전과 경제적인 이익이 확보되는 길이 보이면 비핵화도 마다하지 않겠다는 것이 지금의 입장으로 보인다. 국제체제의 성격과 국가 간 관계가 무엇으로 결정되는가에 대한 의견이 많지만, 구성주의는 ‘생각’(Idea)이 중요하다고 본다. ‘힘’(Power)을 중시하는 현실주의와는 대척점에 있다. 과거의 관계가 어떻든 국가 사이 대화와 교류가 진행되면 그 속에서 상대에 대한 생각이 정리되고, 그것에 따라 국가 간 관계도 새롭게 정해진다는 것이다. 그렇게 본다면, 북한과 김정은의 한국, 미국, 그리고 비핵화에 대한 입장은 모두 추후 대화의 진행에 따라 변화할 수 있다. 그러니 진정성 운운할 게 아니라 진정성 있게 만드는 일에 진력할 일이다.
전북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미국 조지타운대 객원교수 4월과 5월로 예정된 남북 정상회담, 북-미 정상회담이 냉전 해체, 해빙의 기대를 갖게 한다. 물론 조급함은 금물이다. 하지만 최근 여기저기서 나오는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진정성에 대한 의구심은 근거가 없을 뿐 아니라 불필요하다는 생각이다. 진정성 의문의 핵심은 김정은 위원장이 과연 핵을 포기하겠느냐는 것이다. 국제사회의 제재를 벗어나려는 꼼수다, 헌법에 핵보유국을 명시했고 핵보유국이 조선노동당의 기본전략이 되어 있는데 포기하겠느냐, 이렇게 쉽게 될 거면 왜 그동안 비핵화를 안 했겠느냐 등등의 주장들이다. 북한이 대화를 제의할 때마다 박근혜 정부가 제기했던 진정성 의문과 같은 맥락이다. 말하자면, 김정은의 비핵화 의지를 믿을 수 없다는 것인데, 대화 제의의 핵심 내용을 불신하는 것은 대화를 하지 말자는 주장에 다름 아니다. 눈을 과거로만 돌려놓고 있는 것이고, 북한의 일면만을 보고 하는 말이 아닐 수 없다. 북한이 비핵화로 가야 하고 갈 수 있는 이유는 많다. 첫째, 정권의 공고화이다. 최고지도자가 지도력을 확보하려면 권위를 확보해야 한다. 막스 베버는 그 권위를 전통적·카리스마적·합리적 권위, 세 가지로 분류했다. 쉽게 말하면 선대의 후광, 초인적 모습, 시민의 인정이다. 김정은은 지금까지 앞의 두 가지를 활용해 정권의 안정을 추구해왔다. 하지만 보다 튼튼한 반석 위에 올라서기 위해서는 주민들의 인정이 필요하고, 이를 확보하는 첩경은 경제적인 성과이다. 비핵화 없이는 이것이 불가함을 김정은이 모를 리 없다. 둘째, 권위주의 체제인 북한에서 헌법 명시와 같은 형식은 중대한 의미를 갖지는 않는다. 바람직한 것은 아니지만 현실이다. 그런데 그것이 오히려 문제 해결의 가능성을 열어준다. 김정은도 언급했듯이, 북한이 중시하는 선대의 유훈도 비핵화에 있다. 셋째, 경제와 안보에서 김정은의 자신감이다. 집권 이후 경제가 차츰 성장하고 있다. 특히 식량 생산이 1990년대 중반 연 350만톤 수준에서 지금은 500만톤으로 늘었다. 핵과 장거리 미사일은 완성 단계에 와 있다. 불리하지 않은 입장에서 쫓기지 않으면서 주고받기가 가능하다고 판단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전체적으로 보면, 1990년대 중반 고난의 행군 시기 ‘생존’ 자체를 최우선 전략으로 하던 단계를 훨씬 넘어서 어느 정도 전후좌우를 보면서 큰 협상도 할 수 있고, 그렇게 하는 것이 자신에게도 유리하다는 판단을 김정은은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고 해서 김정은의 마인드가 ‘무조건 핵포기’로 가 있다고 볼 수는 없다. 빅딜을 추구하되 얻을 것은 충분히 얻으려 할 것이다. 얻을 것의 핵심인 체제안전과 경제적인 이익이 확보되는 길이 보이면 비핵화도 마다하지 않겠다는 것이 지금의 입장으로 보인다. 국제체제의 성격과 국가 간 관계가 무엇으로 결정되는가에 대한 의견이 많지만, 구성주의는 ‘생각’(Idea)이 중요하다고 본다. ‘힘’(Power)을 중시하는 현실주의와는 대척점에 있다. 과거의 관계가 어떻든 국가 사이 대화와 교류가 진행되면 그 속에서 상대에 대한 생각이 정리되고, 그것에 따라 국가 간 관계도 새롭게 정해진다는 것이다. 그렇게 본다면, 북한과 김정은의 한국, 미국, 그리고 비핵화에 대한 입장은 모두 추후 대화의 진행에 따라 변화할 수 있다. 그러니 진정성 운운할 게 아니라 진정성 있게 만드는 일에 진력할 일이다.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