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냐면 |
[왜냐면] 국민을 위한 심리상담, 국민건강보험 모두 적용돼야 / 신효정 |
신효정 아주대학교 교수·한국상담심리학회 선임이사
사람은 누구나 나이를 먹고 성장해 가면서 발달과 성숙이 일어나고, 그 과정에서 정상적인 기능을 하는 개인일지라도 심리적 어려움을 경험할 수 있다. 이런 경우 심리상담이 도움이 된다. 심리상담은 우울증이나 불안과 같은 정신건강뿐만 아니라 삶의 질과 관련된 인간 삶의 전반적인 영역을 담당하는 오랜 역사를 갖고 있는 전문 분야다. 심리상담은 정서·인지적인 영역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람이 자신을 이해하고 돌볼 힘을 가지도록 돕고, 상담 과정 중 필요한 것으로 판단되면 정신의학 전문가들과 치료적 협조를 하는 등 대상자 중심의 서비스를 제공해 왔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직장 내 갈등이나 부부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유료 사설상담소를 찾고 있다. 몇몇 대기업에서는 구성원의 정신건강 유지를 위해 심리상담사를 고용하여 관련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여전히 우리나라 국민들은 내가 상담을 받고 있다는 사실을 드러내기 꺼리는 경향이 있지만, 이처럼 이미 많은 사람이 상담서비스를 간절히 원하고 그에 참여하고 있는 실정이다.
석사 이상 학력 및 장기간의 상담수련 경험자들에게 엄정한 자격제도를 시행하고 있는 한국상담심리학회의 자료에 의하면, 상담심리사 1급 자격 소지자 1335명, 2급 자격 소지자 3965명이 있다. 이들은 현재 공공기관, 교육기관, 기업, 사설상담센터 등에서 심리상담자로 활동하고 있고, 이미 많은 국민이 이들의 도움을 받고 있다. 그럼에도 우리 사회는 우울증이나 불안같이 심각한 정신건강상의 어려움에 처한 사람들만 상담을 받는 것으로 잘못 이해하고 있다. 방송에서도 심리상담 전문가에게 심리상담을 받는 장면은 거의 찾아볼 수 없다.
이러한 인식은 결국 최근 보건복지부가 오직 정신과 전문의가 하는 심리상담에만 건강보험을 적용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심리상담자의 상담서비스는 건강보험 수가 적용에서 제외된 것이다. 하지만 뒤늦게라도 실제로는 많은 사람들이 심리상담 전문가들에게 도움을 받고 있다는 사실을 우리 모두가 인정해야 한다. 그리고 국가 또한 이에 적절하고 실질적인 대응을 해야 함을 강조하고 싶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상담전문가들이 제공하는 상담서비스는 국민건강보험 혜택을 받지 못한다. 이와는 다르게 영국, 독일, 미국 등에서는 상담전문가가 제공하는 상담서비스가 건강보험 적용에 포함돼 있다. 이런 나라에서는 건강보험이 적용될 때 좀 더 많은 국민이 상담서비스를 찾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이런 제도가 국민 정신건강 유지 및 문제 예방에 크게 기여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상담전문가에게 받는 상담에 대한 국민건강보험 적용이 우리나라 국민들에게도 절실히 필요하다.
2017년 상담심리학자 김아름, 이상민, 안성희가 국제 심리치료 전문학술지 <사이코테라피 리서치>(Psychotherapy Research)에 발표한 연구를 보면, 우리나라 국민들은 심리상담자가 수행하는 상담서비스가 건강보험에 포함될 수 있다면 기꺼이 자신이 건강보험 수가 상승을 감내할 수 있다고 보고된다. 즉, 우리나라 국민들도 상담서비스에 대한 건강보험 지원을 원하고 있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평균 2500만원 연봉을 받는 직장인은 현재 월 7만원(6만6천원)가량의 건강보험료를 내고 있는데, 상담서비스가 건강보험에 포함된다면 월 2만원 이상의 건강보험료를 더 낼 수 있다고 응답했다.
이러한 결과로 볼 때 우리나라 국민들의 심리상담에 대한 인식이 크게 변화하고 있음을 알 수 있으나 정작 국민정신건강에 대해 관심을 기울여야 하는 당국은 여전히 이를 간과하고 있는 것이 아닌지 묻고 싶다. 국민정신건강 담당 부서인 보건복지부는 이러한 국민들의 요구에 귀를 기울여 심리상담사의 상담서비스가 국민건강보험에 포함될 수 있도록 적극적인 노력을 해주기 바란다. 또한 이를 현실화하기 위한 전반적인 실태 파악 및 자격제도 정비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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