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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11.28 18:34 수정 : 2005.11.28 18:34

왜냐면

황우석 박사의 업적이 아무리 훌륭해도 그의 잘못이 감춰지는 일은 없어야 하며 그로 인해 황우석 박사의 연구가 지체돼서도 안 된다.

안톤 오노의 반칙, 양태영 선수의 잃어버린 금메달, 황우석 박사의 논란, 이 세 가지 사건에서 한국을 흥분시켰던 사건이라는 공통점 외에 또 한 가지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다. 그것은 선수 자신이 되었든 심판진이 되었든 페어플레이를 하지 않았다는 점이고, 자의든 타의든 규칙을 지킨 쪽은 연구에서든 경기에서든 패배자가 되었고 제2인자가 되었다는 점이다. 과정이야 어떻게 되든 원하는 쪽으로 결과를 만든 쪽은 승자가 되었고 영웅이 되었다. 다만 차이점은 앞쪽의 두 가지 사건은 우리가 패자였고 후자는 우리가 승자가 되었다는 점이다. 그런데 최근 황우석 박사를 둘러싼 논란을 보면 우리는 오노의 반칙과 양태영의 눈물의 은메달을 집단 기억상실증에 빠져 잊어버린 듯하다. 결과는 훌륭했지만 전자의 사건과 같이 규칙을 지키지 않았고 진실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비판받아 마땅한 일을 두고 온 국민이 합심한 듯 우리의 영웅을 두둔하고 있으니 말이다.

여론의 추세뿐 아니라 금요일 새벽에 방송된 한 방송사의 토론 프로그램에서도 이러한 자세는 쉽게 드러났다. 언론인이자 의사 자격증을 가진 이가 황우석 박사를 두둔하며 편 논리가 국익 타령에 불과했다. 그리고 영원히 숨겨졌을 비밀이 제럴드 섀튼 박사의 결별로 외부로부터 터진 이 사건을 두고 오히려 왜 스스로 긁어 부스럼 만드느냐는 듯한 태도로 진실을 보도하는 언론을 비난해 언론인으로서 반성은커녕 스스로 언론의 권위를 깎아내리는 결과를 낳았다.

그뿐만 아니라 오래전부터 황우석 박사 실험의 윤리적 문제에 의문을 제기한 진보 지식인과 시민·사회 단체, 의료인들이 황 박사의 엄청난 업적에 대해 시기하는 것 아니냐는 식으로 비약해 논의의 핵심을 흐리게 했다. 나는 우리나라의 최고 엘리트 자리에 있는 분이 논리가 아닌 감정과 국익에 호소하는 모습을 보면서 우리의 개발주의와 더불어 과정보다는 결과를 중시하는 한국의 교육관을 확인하는 듯하여 씁쓸하기만 했다.

이번 황우석 박사 논란은 흑백논리로 나누어 본질을 흐리게 하는 이러한 논리 비약으로 아깝게 보내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황우석 박사의 업적이 아무리 훌륭하다 해도 그의 잘못이 감춰지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며 그로 인해 황우석 박사의 연구가 지체되어서도 안 될 것이다. 이 논란을 교훈 삼아, 이제까지 제대로 되지 않았던 생명과학 연구의 윤리적 문제를 좀더 공론화시켜야 한다.

끝으로 이번 기회에 사회의 감시 기능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아직 임상시험도 들어가지 못한 배아줄기세포에 대해 장밋빛 환상만을 이야기하고 영웅 만들기에 급급했던 언론도 스스로 반성해야 할 것이라 생각한다.

임춘우/부산 북구 덕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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