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냐면
당시 철도 해고 노동자들의 요구들 중 상당수는 받아들여졌다. 그러나 해고된 사람들은 일터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 이철 사장이 왜 해고자 복직을 “정치적 사안”이라며 회피만 거듭하는지 궁금하다. 초대 철도공사 사장이 유전게이트로 구속되었을 때 철도 직원의 관심은 차기 사장이 누구일까에 집중됐다. 철도의 산더미같이 쌓인 문제를 해결할 적임자가 나오기를 3만 철도 직원은 간절히 기다렸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자리에 이철씨가 사장으로 임명됐다. 내심 안심이 되었다. 물론 낙하산 인사에 마냥 동조(?)할 수는 없었지만 이 분이라면 적어도 개혁을 바라는 철도 직원의 열망을 알아주리라 믿었기 때문이다. 그나마 현 정치인 중 깨끗하고 개혁적인 이미지를 간직하고 있으며 개인의 소신을 밝힐 줄 아는 드문 정치인이란 판단도 있었다. 특히 폭압적 박정희 유신정권에 저항하고 민청학련 사건으로 사형선고를 받았던 인물이기에 철도 민영화의 파고 속에 소외됐던 우리의 심정을 알 것이라 믿었다. 그리고 6개월이 흘렀다. 지금 철도 노사는 단체교섭이 한창이다. 철도 해고자는 지난 11월 노사교섭에 들어서는 이철 사장을 만났다. 그 자리에서 이철 사장은 해고자 복직 문제는 “개인이 판단하기 어려운 정치적인 문제”라 했다. 그리고 ‘67명의 해고자 중 단 9명만 복직을 논의해 볼 수 있다’는 견해를 밝혔다. 복직이 어렵다던 철도공무원 때도 40명이 복직된 경험이 있다. 또한 “공사 전환 뒤 전향적으로 해고자 복직을 논의한다” “공사가 되면 해고자 복직은 큰 어려움이 없을 것”이라는 철도공사 입장에서도 한참을 후퇴한 것이다. 기대는 한순간 물거품처럼 사라졌다. 그러나 민청학련 세대인 공사 사장은 “해고자 복직이 정치적 문제”라며 외면하고 있다. 철도 해고자들은 이해하기 어렵다. 왜, 우리가 정치적 대상이 되어야만 하는지를…. 우리는 정치인도 아니고 정치적 행위를 한 적도 없으며 우리나라를 주름잡는 정치인과 친분이 두텁지도 않다. 그런데 왜 해고자 복직을 “정치적 사안”이라며 회피만 거듭하는지 정말 궁금하다.그 결과 당시 철도 해고자가 주장한 요구들 중 상당수는 받아들여졌다. 철도 민영화는 철회되어 공사로 바뀌었고, 고속철도 요금를 비롯하여 각종 열차에도 할인제도 등이 폭넓게 도입되었다. 또 일제 때의 유물인 24시간 근무제는 3조2교대로 바뀌었다. 그러나 유독 철도 해고자만은 정든 일터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 결국 철도 해고자들은 단식을 선택했다. 때를 같이하여 철도노조도 12월 중순 총파업을 결정했다. 이제 철도도 달라져야 한다. 국민을 철도 경영의 중심에 둬야 하며 열차 안전을 그 무엇보다 우선으로 삼아야 한다. 우리는 이철 공사 사장이 불의에 저항하던 민청학련 정신으로 되돌아가 철도 공공성의 주역이 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백남희/전국철도노동조합 해고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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