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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8.02.14 17:37 수정 : 2018.02.14 18:39

권영우 한국외국어대 철학과 교수

오래전부터 교육은 백년지대계로 이해되어왔다. 그런데 정작 대한민국의 장래를 좌우할 고등교육정책은 시류에 따라 그리고 정권이 바뀔 때마다 너무나 크게 변해왔다. 현시점에서 우리는 이러한 변화가 교육백년지대계에 과연 부합하는지 곰곰이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현 정부는 지난 정권과 차별성을 두기 위해 대학교육정책도 큰 폭으로 바꾸려 하고 있다. 그중 하나가 2019년부터 추진하려는 자율협약형 대학지원사업이다. 이 사업이 시행되면 기존의 특수목적성 대학재정지원사업인 학부교육선진화 선도대학(ACE), 대학 인문역량 강화(CORE), 산업연계 교육활성화 선도대학(PRIME) 사업은 폐지될 예정이다. 장기적 안목에서 필자는 정부가 추진하려는 자율협약형 대학지원사업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특수목적성 대학재정지원사업은 교육부가 제시한 사업요강에 따라 정해진 틀에 맞춰 예산을 집행해야 하기 때문에 이 사업을 통해 대학들은 현실적으로 필요한 재정적 지원을 받을 수 없는 한계를 지닌다. 이에 반해 자율협약형 대학지원사업은 대학의 자율성을 보장하고 동시에 정부가 대학에 효과적으로 재정지원을 해줄 수 있는 방안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무리 좋은 정책이라 하더라도 교육분야에서만큼은 갑작스러운 정책변화를 지양하는 것이 교육백년지대계에 부합한다고 생각한다. 많은 대학들이 기존 정권이 추진한 특수목적성 대학재정지원사업을 시행하면서 교과과정을 대폭 개편하고 여러 학위과정을 신설하였으며, 현재 많은 학생들이 신설된 학위과정과 교과과정을 이수 중이다. 이 학생들이 기존의 대학재정지원사업으로 신설된 학위과정을 완전히 마치기도 전에 새로운 대학재정지원사업 시행을 이유로 기존의 대학재정지원사업을 일시에 중단하는 것은 미시적으로는 학생 개개인에 대한 교육적 책임을 방기하는 것을 의미하고, 거시적으로는 대학교육정책을 시행하는 교육부에 대한 근본적 불신을 가져올 수 있다.

따라서 만일 현 정부가 장기적 안목을 갖고 자율협약형 대학지원사업을 추진하고자 계획했다면, 교육정책의 급작스러운 변화를 지양하고 기존의 대학재정지원사업이 적어도 연착륙을 할 수 있도록 시간적 여유를 두고 기존 사업을 폐지함과 동시에 새로운 사업을 시행했어야 한다.

대학교육정책이 내실을 가지기 위해서는 우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고등교육분야 평균 국가재정부담비율인 국내총생산(GDP)의 1.1% 수준으로 고등교육예산을 확보한 후 지속 유지할 필요가 있다. 그다음으로 교육분야에서만큼은 여야가 합의할 수 있는 교육정책을 만들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교육은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것이라는 데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되어야 하고,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교육의 중심에는 인문학이 있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대한민국의 국민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시행되는 ‘어떤 정권의 교육정책’이 아니라 정권이 바뀌어도 대한민국의 국민으로서 누려야 할 일관성 있는 백년지대계의 ‘대한민국 교육정책’을 바랄 것이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교육정책개혁이 큰 폭으로 단행돼 교육백년지대계의 의미를 무색하게 만들어왔던 건 아닌지 돌아봐야 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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