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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8.02.12 18:37 수정 : 2018.02.12 18:59

김성희
고려대 노동문제연구소 교수

최저임금을 둘러싼 논란이 뜨겁다. 시행 한 달을 조금 넘었는데 인원 감소, 노동시간 축소, 판매가격 인상 등 부담을 느낀 업체들에 관한 소식이 끊이질 않는다. 상여금, 식비 등 최저임금 산정에 포함되지 않았던 임금항목을 오른 금액에 맞춰 끼워 넣는 편법도 난무하고 있다. 급기야 사회적 합의도 없이 숙식비를 최저임금 항목에 넣어야 한다는 법률안이 제출되기까지 했다. 보수 야당은 무리한 정책이라고 연일 공세를 펴고 있다. 정부 여당에선 최저임금 1만원 달성의 속도를 조절하겠다는 말이 흘러나온다.

보수와 진보를 가르지 않고 유력 대선 후보 5명 모두가 최저임금 1만원 실현을 공약했던 일이 엊그제 같은데 뭐가 달라진 것인가? 저임금의 불안정 노동층이 넘쳐나고, 일을 못 해서도 가난하지만 일을 해도 가난한 사람들이 만연한 사회에서 확실히 양극화를 줄여나갈 방책이 최저임금 인상이다. 노동빈곤에 시달리는 미국, 영국, 독일 등의 나라들도 획기적으로 인상하고 있다. 역대 세번째이고, 2000년 이후 최고의 인상률이지만 보수정부 9년 동안 재벌엔 감세하고 최저임금은 낮게 올린 걸 되돌리는 중이다. 그럼에도 과연 감당하기 벅찬 것일까?

사업체 총비용 중 인건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16.7%, 음식숙박업, 도소매업은 약 20%이다. 16.4% 오른 최저임금으로 인한 총비용 증가분은 가장 부담된다는 업종에서도 3.24%이다. 그런데도 10%나 20%씩 가격을 올리는 것은 최저임금을 둘러싼 과도한 논란에 편승하는 행위이다. 자영업자들이 가장 힘들다고 하는데, 고용인이 없어 최저임금의 영향을 받지 않는 자영업자가 72.5%이다. 최저임금의 영향을 많이 받는 30인 미만 중소기업에 이전 5년간 최저임금 인상률 7.4%와 올해 인상률의 차액에 해당하는 월 13만원을 지원하는 보완책도 실시되고 있다. 10인 미만 사업장에는 사회보험료 지원도 확대 적용된다.

꽤 촘촘한 보완책이 마련되었지만, 그럼에도 부담이 된다는 아우성이 나오는 이유는 다른 데서 찾아야 한다. 영업총비용 중 인건비만 조정 가능한 변수로 보는 것은 인간 노동을 존중하지 않는 나쁜 관행일 뿐이다. 다만, 나날이 치솟는 임대료와 프랜차이즈 본사의 과도한 비용전가, 카드수수료 부담은 어찌할 수 없는 고정비용처럼 여겨질 법도 하다. 정부가 상가 임대료 인상 상한을 9%에서 5%로 낮추는 방안과 갑의 횡포를 방지할 상생지원대책도 발표했지만 실효성을 장담하기 어렵다. 영세업체만 부당하게 2배를 부담하는 카드수수료를 대기업과 같이 1%로 낮추면 최저임금 인상 부담을 해소하고 남는다. 최저임금 인상이 저임금 노동자에게 실익을 가져오도록 편법과 탈법을 방지해야 하는 것과 동시에 중소영세업체에도 이처럼 확실한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

최저임금 인상은 ‘저임금 노동자의 소득 개선→소비 증가→투자 증가→고용 증가와 경제 성장’의 선순환 시나리오를 기대한다. 그런데 저임금 노동자를 위한다는 정책이 이들의 고용 감소를 불러와 폐해만 커진다는 부정적 시각도 많다. 이제까지 모든 연구를 종합해본 결과 최저임금 인상이 고용 감소를 불러온다는 주장은 입증되지 않는다. 저임금 노동자의 실질 임금 향상에는 분명한 효과를 가진다. 미국 시애틀의 식당업 최저임금은 2010년 8.55달러에서 2015년 11달러, 2016년 13달러로 급격히 올라갔는데, 이를 연구한 버클리대학의 로버트 라이시 교수 등은 ‘고용의 감소 없는 실질 임금의 향상’을 설득력 있게 논증했다.

2020년에 최저임금 1만원이 되어야만 국제 기준인 상용 노동자 평균임금의 50% 수준에 근접한다. 갑의 횡포는 건재한 채 을들 간의 다툼만 남지 않도록 을들 간의 연대를 촉진하면서 최저임금 1만원 실현이라는 문재인 정부의 공약은 당당하게 이행되어야 한다. 노동시간 단축 방안을 잘 결합시켜 청년실업 해소와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실현할 기반을 마련하여 다 같이 고르게 일하고 약자의 처지를 북돋는 진정한 공정사회로 이행해야 한다. 불안정 저임금 계층의 양산과 양극화의 질곡을 벗어나는 사회로 전환할 계기를 놓쳐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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