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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8.02.07 18:37 수정 : 2018.02.07 19:39

이부영 동아시아평화회의 운영위원장

평창 겨울올림픽이 북한(조선)이 참가함으로써 순조롭게 열리게 되었다. 평창 ‘이후’를 걱정하는 소리가 없지 않으나 잘 안 되는 쪽으로만 전망할 이유는 없을 것이다.

한국에는 평창 겨울올림픽의 성공적인 개최 ‘이후’에도 동아시아에서의 긴장완화와 평화유지가 필요하다. 다행히 2020년에 일본의 도쿄 여름올림픽이 열리고 2022년에는 중국의 베이징 겨울올림픽이 잇따라 열린다. 2022년에는 중국의 항저우, 2026년에는 일본의 나고야에서도 아시아경기대회가 예정돼 있다. 동아시아에 스포츠 축제가 몰려 있는 것은 중국과 일본, 한국이 경쟁적으로 대회를 유치해서지만, 역설적으로 이들 스포츠 축제 덕분에 전쟁 위기가 계속 고조되는 데 방파제 역할을 할 것이다. 2026년까지 동아시아에서 벌어지는 스포츠 제전 기간 동안 긴장완화를 지속하면서 북-미(조-미) 협상의 황금 기회를 확보할 수 있을지에 한반도와 동아시아의 운명이 달려 있다. 앞으로 언제 다시 동아시아에 평화의 방파제들이 구축될 수 있겠는가.

동아시아에서 정치를 비롯해 스포츠 등 각종 역내외의 교류들이 벌어질 경우 역내국가들 사이의 관계가 어떤가보다는 역외의 국가인 미국이 어떤 태도를 보이는가에 큰 영향을 받는다. 그만큼 미국은 큰 나라이고 각 분야에 이해관계를 맺고 있다. 당장 북핵 문제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한반도 위기가 높아져왔다. 북한의 핵 문제뿐 아니라 그 체제 자체를 부정하려는 미국의 정책이 북측의 반발을 불러 핵과 대륙간탄도미사일 보유로 진화해왔다. 제네바 합의의 불발, 미국과 일본의 대북 수교 거부가 오늘의 핵위기 시발이 됐다. 한국의 입장에서는 북한의 핵 보유도, 미국의 선제공격도 받아들일 수 없는 재앙이다. 한국의 확고한 입장은 한반도 비핵화와 동아시아의 핵 비확산 원칙을 지켜내는 것이다.

지난 150여년 동안 중국, 한반도, 일본을 포함한 동아시아 국가들은 식민지배와 침략전쟁으로 불행한 과거사를 강요당해왔고, 아직 그 후유증 때문에 갈등과 대립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합의되지 못하는 문제들은 그대로 짊어지고 가면서 동아시아 국가들의 긴장을 완화하고 평화를 유지해가는 노력 또한 절실하다. 지금은 동아시아 국가와 국민들이 함께 누려온 문화유산을 통해 오늘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화해와 협동의 공동 작업을 펼쳐보는 노력이 있어야 할 때다. 올림픽과 아시아경기대회에 앞서 중국, 일본, 한국, 조선(북한)의 전통문화예술제와 대중문화축제, 영화제, 바둑대회, 청소년 프레올림픽 등 다양한 행사들을 마련해볼 수 있을 것이다. 이 같은 행사들을 통해 동아시아의 친선과 화해의 분위기를 북돋워가는 것이 오늘의 위기를 해소하고 미래의 동아시아 평화공동체를 준비하는 일이 될 것이다.

이 과제는 누가 어떤 과정을 통해 만들어갈 것인가. 중국, 일본, 한국, 북한의 정부당국들이 그 일을 할 수 있을까. 한국이나 북한 입장에서는 이미 평창올림픽을 치렀는데 무슨 올림픽, 아시아경기대회의 사전행사냐고 외면할지 모른다. 동아시아 내일을 내다보는 안목을 갖춘 원로들과 시민사회가 이끌어야 한다. 우선 평창 겨울올림픽 기간이나 이후에 중국, 일본, 한국, 북한의 전직 고위 인사들, 원로 문화예술인과 지식인들이 이런 행사의 필요성과 과제를 놓고 논의를 시작할 필요가 있다.

우리는 1980년 모스크바와 1984년 로스앤젤레스 올림픽에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기억하고 있다. 당시 미국과 소련이 냉전 대결을 위해 두 올림픽을 갈라놓았다. 중국과 일본의 대립을 보면서 걱정한다. 한국과 북한의 대결도 마찬가지다. 이런 불길한 예감을 떨쳐버린 것이 평창올림픽의 한국과 북한의 화해와 양보였다. 그처럼 어렵다는 동아시아의 화해도 의외로 스포츠에서 시작될 수 있겠다. 한국과 북한이 나란히 함께 참가하여 일본과 중국의 올림픽과 아시아경기대회가 성공적으로 개최되도록 착한 이웃이 되어야 할 것이다. 이번 평창올림픽에서 그랬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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