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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8.01.22 18:30 수정 : 2018.01.22 19:09

이준희
경기 안성시 공도읍

평창 겨울올림픽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 구성 문제가 뜨거운 감자다. 새해 벽두 시작된 남북대화가 물 흐르듯 풀렸다. 단일팀 구성도 쉽게 합의됐다. 얼어붙은 남북관계에 봄이 성큼 다가온 듯했다. 문제는 내부에서 터졌다. 반대 여론이 만만치 않다. 지금껏 준비해온 선수들에게 피해를 줄 수 있다는 우려다.

지금 논쟁에서 찬반 양측은 모두 ‘올림픽 정신’ 그 자체를 놓치고 있다. 먼저, 올림픽은 ‘결과’가 아닌 ‘과정’의 축제다. 국가대항전처럼 변질되기는 했으나, 올림픽은 국가 간 메달 개수를 경쟁하는 대회가 아니다. 기록 경쟁의 장도 아니다. 올림픽은 경쟁이 아닌 화합의 장이 되어야 한다. 분단국가 구성원들이 서로 만나 하나 되어 경기를 치르는 과정 자체가 유의미할 수 있다.

올림픽은 ‘평화’의 축제다. 올림픽은 고대 그리스에서 도시국가들이 서로 간 전쟁을 막기 위해 시작됐다. 서로에게 창을 겨누던 이들이 같은 방향을 향해 창을 던졌다. 전쟁이 아니라 스포츠를 통해 만나 평화의 기틀을 세웠다. 이런 정신은 지금까지 이어져 남북이 평창 올림픽을 계기로 대결을 멈추고 대화를 시작했다. 세계는 올림픽 기간 동안 전쟁을 멈추기로 약속했다. 단일팀은 이러한 흐름 속에 평화의 상징처럼 존재한다.

물론 우려는 이해한다. 특히 선수들에게 이러한 지점들을 잘 설명하고 설득했어야 할 정부가 오히려 성과중심주의에 매몰된 실언을 했다. 준비기간이 짧기 때문에, 어려움을 겪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런 이유 때문에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 구성이 잘못됐다고 말할 순 없다. 지금이라도 올림픽 정신을 되돌아보고, 그 정신에 걸맞은 단일팀이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2012년 런던올림픽 개막식에서 영국은 자국의 의료체계인 ‘엔에이치에스’(NHS: National Health Service·국민보건서비스)를 무대에 세웠다. 환자복과 간호사복을 입은 이들이 어우러진 무대 자체보다도 ‘사회적 연대’라는 가치를 개막식 무대에 세울 수 있다는 사실이 인상 깊었다. 단일팀 합의 소식을 듣고 이 무대를 다시 떠올렸다. 평창 올림픽에서 ‘평화’를 개막식 무대에 세우면 어떨까? 존 레넌의 ‘이매진’과 함께 아이스하키 단일팀이 등장하면 어떨까? 그들이 올림픽기를 흔들며 전세계에 ‘평화’를 호소하면 어떨까? 전쟁을 피해 한국에 온 난민들이 등장하면 어떨까? 평화적 저항의 상징이었던 촛불로 평창을 밝히면 어떨까? 이번 올림픽을 계기로 우리가 대결의 10년을 넘어 평화의 100년으로 나아간다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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