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전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장 비트코인은 일정한 장치를 통해 시간과 비용을 들여 채굴할 수 있는 블록체인이라는 암호기술 기반의 가상화폐라고 한다. 그것을 어떻게 정의하느냐 하는 것과 그것을 어떻게 규제해야 하느냐 하는 것이 논리 필연적인 연관을 가진 것은 아니지만, 어떤 대상을 규제하려면 규제 대상을 이해하는 것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일 것이다. 리처드 바틀은 가상세계성(Virtual Worldliness)을 논하면서 가상세계를 만드는 사람들은 가상세계에 대한 규제를 이해할 필요가 있고, 가상세계에 대한 규제를 만들고 해석하는 사람들 또한 가상세계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보았다. 세계 최초로 상업적 성공을 거둔 온라인게임인 리니지에서는 아덴이라는 게임머니가 등장한다. 아덴은 게임 속에서 필요한 아이템을 거래하는 교환수단이다. 게임 세상에서의 명실상부한 가치척도다. 비트코인은 채굴 과정을 통해 획득한다는 측면에서 보면 파밍(farming)이라고 불리는 반복 사냥을 통해 아덴을 획득하는 것과 유사한 측면이 있다. 비트코인은 누가 만들었는지, 백도어(비정상적 방법으로 인증된 시스템이나 응용프로그램을 통해 접근하는 경로)가 있는지 알 수 없다는 측면에서, 제작자가 분명하고 제작자의 의사에 따라 그 공급량이 조절되는 아덴과는 다른 측면이 있다. 아덴은 게임 세상에서 필요한 아이템을 얻을 수 있게 해주는 가상화폐로서 게임 이용자의 시간과 비용을 줄여주므로 현실세계에서 거래 시세를 가지고 거래되었고 지금도 거래되고 있다. 게임을 통하여 아덴을 얻는 것이 도박인가에 관하여 다양한 견해가 있겠으나, 대체로 도박이 아니라고 한다. 그 이유는 아덴을 얻는 과정이 노가다에 비유될 수 있는 단순 반복 작업이고 우연성이 적용되는 과정이 아니라는 것에 있다. 필자는 이러한 설명이 온라인게임의 본질을 오해한 것이라고 보므로 이러한 방식의 설명에 동의하지는 않지만, 게임을 통하여 아덴을 얻는 과정을 도박으로 다룰 필요가 없다는 점에는 동의한다. 아덴의 현실시세는 고정되어 있지는 않으나 리니지 게임의 서비스 초기에 최고 가격이 형성되었다가 시간이 흐름에 따라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다. 리니지 게임에서 아덴은 시간이 흐름에 따라 지속적으로 확대 공급되고 있는 것이다. 리니지 게임이 서비스된 초기인 1998년 당시에 1아덴이 1원이었다면 20년이 지난 지금은 1만 아덴이 1원이라는 식이다. 이것은 아덴 획득에 미치는 여러 요소 및 물가상승률이나 현실에서의 화폐가치 변동 등을 고려하지 않고 단순화해서 말한다면, 20년 전에는 1아덴을 얻기 위해서 1초 동안의 게임플레이가 필요했다면 지금은 1초 동안의 게임플레이로 1만 아덴을 얻을 수 있다는 뜻이다. 이것은 아덴이 가치축적 수단으로서의 기능은 거의 없다는 것을 말해준다. 이처럼 가치축적 수단으로서의 기능이 거의 없고 지속적으로 가격이 하락하는 재화를 도박의 수단인 베팅칩으로 활용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이 점은 온라인 고스톱포커류 게임에서 사용되는 게임머니의 현실시세가 큰 변동 없이 거의 고정되어 있는 것과는 큰 차이가 있다. 비트코인은 어떤가? 비트코인의 현실시세는 다소간의 변동은 있지만 지속적으로 상승해왔다. 비트코인은 어떠한 가치를 가지는가? 비트코인이 채굴을 통하여 획득된다는 점에서 게임머니와 유사하지만 비트코인은 현실화폐와 교환되지 않는 한 채굴자의 시간과 비용을 줄여주는 요소는 전혀 없다. 현실세계에서의 거래 가능성이 국가에 의해 보장되거나 유력한 경제주체가 보장하는 것도 아니며 오직 개개인 간의 신뢰에 의해서 유통성이 보장될 뿐이다. 어느 누구도 비트코인의 현실시세를 보장하지 않는다. 아덴도 현실시세를 보장하지 않기는 마찬가지지만 아덴은 게임 속에서 게임 이용자의 시간과 비용을 줄여준다. 현실적인 노동의 대가로 아덴을 구입할 경제적 유인이 존재하지만 비트코인은 그렇지 않다. 그러면 비트코인은 어떻게 현실시세를 가지게 되었나? 비트코인을 교환수단으로 만들기 위한 (누군가의) 끊임없는 노력이 사람들에게 비트코인이 현실 재화와 교환가능하다는 신뢰를 주었고, 사람들은 이러한 신뢰에 근거해서 비트코인이 현실시세를 가진다고 믿게 되었다. 그런데 이러한 신뢰는 국가가 보장하거나 은행 등의 유력한 경제주체가 보장하는 것이 아니고 현실의 효용이 있는 것도 아니므로 언제 무너질지 알 수 없는 것이다. 지속적으로 가격이 상승하는 재화에는 투기수요가 붙기 쉽고 요행을 노리는 투자자가 증가하기 마련이다. 현실에서 비트코인은 베팅칩에 가깝다. 친구가 일확천금한 이야기를 듣는 것은 매우 고통스럽다. 중산층이 자산가치의 등락에 노출되는 것을 방치하면 필연적으로 중산층이 붕괴한다. 사람들이 사행적인 투기 행렬에 가담하는 것은 사람들의 삶이 매우 고달프다는 증거이고 사회가 붕괴하는 신호탄이다. 세계적인 신자유주의 유행은 노동소득 감소 및 복지 축소로 이어져 평범한 중산층의 삶을 뒤흔들었고, 위기에 처한 평범한 사람들은 쉽게 투기 행렬에 뛰어들었다. 재테크 없이 월급만으로는 살 수 없는 사회가 된 것이다. 한국에서 비트코인 열풍이 불고 있는 것은 우선, 평범한 사람들의 삶이 너무나 불안하기 때문이다. 다음으로 한국에는 사행성 수요에 대한 국가적인 통제체계가 지극히 부실하다. 국가전략으로서의 사행성 통제장치가 거의 없다. 비트코인 규제는 사행성 규제의 일환으로 다루어져야 한다. 미국에서는 선물거래가 가능하도록 함으로써 금융규제 대상으로 다루게 되었는데, 금융규제 대상으로 다루는 것도 가능하지만 사행성 규제로 다루는 것이 더 장점이 많다. 왜냐하면 한국에서는 금융규제가 소비자 보호보다는 금융시스템을 보호하는 데 치중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한국에서는 금융소비자를 보호하는 시스템이 매우 부실하다. 선진국의 사행성 규제체계는 금융규제와 매우 유사한 시스템을 가지고 있다. 대체로 4가지의 규제장치를 설계하면 사행성 규제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다. 첫째, 전문성과 독립성이 보장되는 감독위원회를 설치하고 그 산하 감독국(감독집행기구)을 설치한다. 사행성 규제는 매우 높은 전문성이 요구된다. 몇년마다 보직이 바뀌는 관료들이 담당하기 어려운 영역이다. 감독위원회는 독립성을 보장하고 권한과 책임을 부여해야 제대로 작동한다. 감독국은 감독위원회의 지휘를 받아 감독 업무를 집행한다. 둘째, 주기적으로 갱신되는 라이선스(면허) 체제를 도입하는 것이다. 가상화폐를 만들거나 유통하는 행위를 업으로 하는 경우 라이선스를 받도록 해야 한다. 이 라이선스는 엄격한 심사를 거쳐 발급되고 주기적으로 갱신되어야 한다. 가상화폐의 경우에는 거래 양태를 예상하기 어려우므로 지금은 1년 단위 갱신제를 제안한다. 셋째, 내부 통제 시스템이다. 일명 컴플라이언스(준법 감시) 체제를 말한다. 라이선스를 받은 업체 내부에서 불법, 범법, 규정 위반 등을 감시하고 감독위원회에 직접 보고하는 업무를 전담하는 감독책임자를 두도록 하고 내부 감독기구를 구성한다. 내부 감독기구는 경영층으로부터 독립하여 구성되고 내부 감독책임자에 대한 인사권을 가진다. 넷째, 이용자 보호 규정을 정비한다. 사행산업의 경우에는 책임도박시스템, 게임의 경우에는 게임이용자보호방안, 금융의 경우에는 금융소비자보호방안에 해당한다. 이용자 보호 규정을 정비하는 것은 감독위원회의 주된 업무이다. 이용자 보호 규정에는 이용자 교육, 본인 확인, 투자한도, 가상화폐에 대한 정보공개 의무 부과, 가상화폐에 대한 등급제, 경고, 이용제한조치 등이 포함되어야 한다. 비트코인은 아마도 게임아이템과 베팅칩과 금융상품이 만나는 중간 어디쯤에 그 주소가 있는 것 같다. 그것이 게임이든 도박이든 금융상품이든 중요한 것은 이용자(투자자, 소비자)를 보호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용자 보호 장치는 매우 정교한 설계가 필요하다. 불법을 단속하거나 거래소를 불법화하는 조치로는 충분하지 않다. 불법을 방치하지 않으면서도 합법적인 공간 내로 사행성 수요를 흡수하고 사행성 규제장치를 완비하여 이용자를 보호해야 한다. ‘나만 아니면 돼!'가 아니라 우리 모두 함께 더불어 잘 사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보이지 않는 위험으로부터 평범한 사람들을 보호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왜냐면 |
[왜냐면] 비트코인 어떻게 다룰 것인가? / 이헌욱 |
이헌욱
변호사·전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장 비트코인은 일정한 장치를 통해 시간과 비용을 들여 채굴할 수 있는 블록체인이라는 암호기술 기반의 가상화폐라고 한다. 그것을 어떻게 정의하느냐 하는 것과 그것을 어떻게 규제해야 하느냐 하는 것이 논리 필연적인 연관을 가진 것은 아니지만, 어떤 대상을 규제하려면 규제 대상을 이해하는 것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일 것이다. 리처드 바틀은 가상세계성(Virtual Worldliness)을 논하면서 가상세계를 만드는 사람들은 가상세계에 대한 규제를 이해할 필요가 있고, 가상세계에 대한 규제를 만들고 해석하는 사람들 또한 가상세계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보았다. 세계 최초로 상업적 성공을 거둔 온라인게임인 리니지에서는 아덴이라는 게임머니가 등장한다. 아덴은 게임 속에서 필요한 아이템을 거래하는 교환수단이다. 게임 세상에서의 명실상부한 가치척도다. 비트코인은 채굴 과정을 통해 획득한다는 측면에서 보면 파밍(farming)이라고 불리는 반복 사냥을 통해 아덴을 획득하는 것과 유사한 측면이 있다. 비트코인은 누가 만들었는지, 백도어(비정상적 방법으로 인증된 시스템이나 응용프로그램을 통해 접근하는 경로)가 있는지 알 수 없다는 측면에서, 제작자가 분명하고 제작자의 의사에 따라 그 공급량이 조절되는 아덴과는 다른 측면이 있다. 아덴은 게임 세상에서 필요한 아이템을 얻을 수 있게 해주는 가상화폐로서 게임 이용자의 시간과 비용을 줄여주므로 현실세계에서 거래 시세를 가지고 거래되었고 지금도 거래되고 있다. 게임을 통하여 아덴을 얻는 것이 도박인가에 관하여 다양한 견해가 있겠으나, 대체로 도박이 아니라고 한다. 그 이유는 아덴을 얻는 과정이 노가다에 비유될 수 있는 단순 반복 작업이고 우연성이 적용되는 과정이 아니라는 것에 있다. 필자는 이러한 설명이 온라인게임의 본질을 오해한 것이라고 보므로 이러한 방식의 설명에 동의하지는 않지만, 게임을 통하여 아덴을 얻는 과정을 도박으로 다룰 필요가 없다는 점에는 동의한다. 아덴의 현실시세는 고정되어 있지는 않으나 리니지 게임의 서비스 초기에 최고 가격이 형성되었다가 시간이 흐름에 따라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다. 리니지 게임에서 아덴은 시간이 흐름에 따라 지속적으로 확대 공급되고 있는 것이다. 리니지 게임이 서비스된 초기인 1998년 당시에 1아덴이 1원이었다면 20년이 지난 지금은 1만 아덴이 1원이라는 식이다. 이것은 아덴 획득에 미치는 여러 요소 및 물가상승률이나 현실에서의 화폐가치 변동 등을 고려하지 않고 단순화해서 말한다면, 20년 전에는 1아덴을 얻기 위해서 1초 동안의 게임플레이가 필요했다면 지금은 1초 동안의 게임플레이로 1만 아덴을 얻을 수 있다는 뜻이다. 이것은 아덴이 가치축적 수단으로서의 기능은 거의 없다는 것을 말해준다. 이처럼 가치축적 수단으로서의 기능이 거의 없고 지속적으로 가격이 하락하는 재화를 도박의 수단인 베팅칩으로 활용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이 점은 온라인 고스톱포커류 게임에서 사용되는 게임머니의 현실시세가 큰 변동 없이 거의 고정되어 있는 것과는 큰 차이가 있다. 비트코인은 어떤가? 비트코인의 현실시세는 다소간의 변동은 있지만 지속적으로 상승해왔다. 비트코인은 어떠한 가치를 가지는가? 비트코인이 채굴을 통하여 획득된다는 점에서 게임머니와 유사하지만 비트코인은 현실화폐와 교환되지 않는 한 채굴자의 시간과 비용을 줄여주는 요소는 전혀 없다. 현실세계에서의 거래 가능성이 국가에 의해 보장되거나 유력한 경제주체가 보장하는 것도 아니며 오직 개개인 간의 신뢰에 의해서 유통성이 보장될 뿐이다. 어느 누구도 비트코인의 현실시세를 보장하지 않는다. 아덴도 현실시세를 보장하지 않기는 마찬가지지만 아덴은 게임 속에서 게임 이용자의 시간과 비용을 줄여준다. 현실적인 노동의 대가로 아덴을 구입할 경제적 유인이 존재하지만 비트코인은 그렇지 않다. 그러면 비트코인은 어떻게 현실시세를 가지게 되었나? 비트코인을 교환수단으로 만들기 위한 (누군가의) 끊임없는 노력이 사람들에게 비트코인이 현실 재화와 교환가능하다는 신뢰를 주었고, 사람들은 이러한 신뢰에 근거해서 비트코인이 현실시세를 가진다고 믿게 되었다. 그런데 이러한 신뢰는 국가가 보장하거나 은행 등의 유력한 경제주체가 보장하는 것이 아니고 현실의 효용이 있는 것도 아니므로 언제 무너질지 알 수 없는 것이다. 지속적으로 가격이 상승하는 재화에는 투기수요가 붙기 쉽고 요행을 노리는 투자자가 증가하기 마련이다. 현실에서 비트코인은 베팅칩에 가깝다. 친구가 일확천금한 이야기를 듣는 것은 매우 고통스럽다. 중산층이 자산가치의 등락에 노출되는 것을 방치하면 필연적으로 중산층이 붕괴한다. 사람들이 사행적인 투기 행렬에 가담하는 것은 사람들의 삶이 매우 고달프다는 증거이고 사회가 붕괴하는 신호탄이다. 세계적인 신자유주의 유행은 노동소득 감소 및 복지 축소로 이어져 평범한 중산층의 삶을 뒤흔들었고, 위기에 처한 평범한 사람들은 쉽게 투기 행렬에 뛰어들었다. 재테크 없이 월급만으로는 살 수 없는 사회가 된 것이다. 한국에서 비트코인 열풍이 불고 있는 것은 우선, 평범한 사람들의 삶이 너무나 불안하기 때문이다. 다음으로 한국에는 사행성 수요에 대한 국가적인 통제체계가 지극히 부실하다. 국가전략으로서의 사행성 통제장치가 거의 없다. 비트코인 규제는 사행성 규제의 일환으로 다루어져야 한다. 미국에서는 선물거래가 가능하도록 함으로써 금융규제 대상으로 다루게 되었는데, 금융규제 대상으로 다루는 것도 가능하지만 사행성 규제로 다루는 것이 더 장점이 많다. 왜냐하면 한국에서는 금융규제가 소비자 보호보다는 금융시스템을 보호하는 데 치중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한국에서는 금융소비자를 보호하는 시스템이 매우 부실하다. 선진국의 사행성 규제체계는 금융규제와 매우 유사한 시스템을 가지고 있다. 대체로 4가지의 규제장치를 설계하면 사행성 규제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다. 첫째, 전문성과 독립성이 보장되는 감독위원회를 설치하고 그 산하 감독국(감독집행기구)을 설치한다. 사행성 규제는 매우 높은 전문성이 요구된다. 몇년마다 보직이 바뀌는 관료들이 담당하기 어려운 영역이다. 감독위원회는 독립성을 보장하고 권한과 책임을 부여해야 제대로 작동한다. 감독국은 감독위원회의 지휘를 받아 감독 업무를 집행한다. 둘째, 주기적으로 갱신되는 라이선스(면허) 체제를 도입하는 것이다. 가상화폐를 만들거나 유통하는 행위를 업으로 하는 경우 라이선스를 받도록 해야 한다. 이 라이선스는 엄격한 심사를 거쳐 발급되고 주기적으로 갱신되어야 한다. 가상화폐의 경우에는 거래 양태를 예상하기 어려우므로 지금은 1년 단위 갱신제를 제안한다. 셋째, 내부 통제 시스템이다. 일명 컴플라이언스(준법 감시) 체제를 말한다. 라이선스를 받은 업체 내부에서 불법, 범법, 규정 위반 등을 감시하고 감독위원회에 직접 보고하는 업무를 전담하는 감독책임자를 두도록 하고 내부 감독기구를 구성한다. 내부 감독기구는 경영층으로부터 독립하여 구성되고 내부 감독책임자에 대한 인사권을 가진다. 넷째, 이용자 보호 규정을 정비한다. 사행산업의 경우에는 책임도박시스템, 게임의 경우에는 게임이용자보호방안, 금융의 경우에는 금융소비자보호방안에 해당한다. 이용자 보호 규정을 정비하는 것은 감독위원회의 주된 업무이다. 이용자 보호 규정에는 이용자 교육, 본인 확인, 투자한도, 가상화폐에 대한 정보공개 의무 부과, 가상화폐에 대한 등급제, 경고, 이용제한조치 등이 포함되어야 한다. 비트코인은 아마도 게임아이템과 베팅칩과 금융상품이 만나는 중간 어디쯤에 그 주소가 있는 것 같다. 그것이 게임이든 도박이든 금융상품이든 중요한 것은 이용자(투자자, 소비자)를 보호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용자 보호 장치는 매우 정교한 설계가 필요하다. 불법을 단속하거나 거래소를 불법화하는 조치로는 충분하지 않다. 불법을 방치하지 않으면서도 합법적인 공간 내로 사행성 수요를 흡수하고 사행성 규제장치를 완비하여 이용자를 보호해야 한다. ‘나만 아니면 돼!'가 아니라 우리 모두 함께 더불어 잘 사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보이지 않는 위험으로부터 평범한 사람들을 보호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변호사·전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장 비트코인은 일정한 장치를 통해 시간과 비용을 들여 채굴할 수 있는 블록체인이라는 암호기술 기반의 가상화폐라고 한다. 그것을 어떻게 정의하느냐 하는 것과 그것을 어떻게 규제해야 하느냐 하는 것이 논리 필연적인 연관을 가진 것은 아니지만, 어떤 대상을 규제하려면 규제 대상을 이해하는 것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일 것이다. 리처드 바틀은 가상세계성(Virtual Worldliness)을 논하면서 가상세계를 만드는 사람들은 가상세계에 대한 규제를 이해할 필요가 있고, 가상세계에 대한 규제를 만들고 해석하는 사람들 또한 가상세계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보았다. 세계 최초로 상업적 성공을 거둔 온라인게임인 리니지에서는 아덴이라는 게임머니가 등장한다. 아덴은 게임 속에서 필요한 아이템을 거래하는 교환수단이다. 게임 세상에서의 명실상부한 가치척도다. 비트코인은 채굴 과정을 통해 획득한다는 측면에서 보면 파밍(farming)이라고 불리는 반복 사냥을 통해 아덴을 획득하는 것과 유사한 측면이 있다. 비트코인은 누가 만들었는지, 백도어(비정상적 방법으로 인증된 시스템이나 응용프로그램을 통해 접근하는 경로)가 있는지 알 수 없다는 측면에서, 제작자가 분명하고 제작자의 의사에 따라 그 공급량이 조절되는 아덴과는 다른 측면이 있다. 아덴은 게임 세상에서 필요한 아이템을 얻을 수 있게 해주는 가상화폐로서 게임 이용자의 시간과 비용을 줄여주므로 현실세계에서 거래 시세를 가지고 거래되었고 지금도 거래되고 있다. 게임을 통하여 아덴을 얻는 것이 도박인가에 관하여 다양한 견해가 있겠으나, 대체로 도박이 아니라고 한다. 그 이유는 아덴을 얻는 과정이 노가다에 비유될 수 있는 단순 반복 작업이고 우연성이 적용되는 과정이 아니라는 것에 있다. 필자는 이러한 설명이 온라인게임의 본질을 오해한 것이라고 보므로 이러한 방식의 설명에 동의하지는 않지만, 게임을 통하여 아덴을 얻는 과정을 도박으로 다룰 필요가 없다는 점에는 동의한다. 아덴의 현실시세는 고정되어 있지는 않으나 리니지 게임의 서비스 초기에 최고 가격이 형성되었다가 시간이 흐름에 따라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다. 리니지 게임에서 아덴은 시간이 흐름에 따라 지속적으로 확대 공급되고 있는 것이다. 리니지 게임이 서비스된 초기인 1998년 당시에 1아덴이 1원이었다면 20년이 지난 지금은 1만 아덴이 1원이라는 식이다. 이것은 아덴 획득에 미치는 여러 요소 및 물가상승률이나 현실에서의 화폐가치 변동 등을 고려하지 않고 단순화해서 말한다면, 20년 전에는 1아덴을 얻기 위해서 1초 동안의 게임플레이가 필요했다면 지금은 1초 동안의 게임플레이로 1만 아덴을 얻을 수 있다는 뜻이다. 이것은 아덴이 가치축적 수단으로서의 기능은 거의 없다는 것을 말해준다. 이처럼 가치축적 수단으로서의 기능이 거의 없고 지속적으로 가격이 하락하는 재화를 도박의 수단인 베팅칩으로 활용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이 점은 온라인 고스톱포커류 게임에서 사용되는 게임머니의 현실시세가 큰 변동 없이 거의 고정되어 있는 것과는 큰 차이가 있다. 비트코인은 어떤가? 비트코인의 현실시세는 다소간의 변동은 있지만 지속적으로 상승해왔다. 비트코인은 어떠한 가치를 가지는가? 비트코인이 채굴을 통하여 획득된다는 점에서 게임머니와 유사하지만 비트코인은 현실화폐와 교환되지 않는 한 채굴자의 시간과 비용을 줄여주는 요소는 전혀 없다. 현실세계에서의 거래 가능성이 국가에 의해 보장되거나 유력한 경제주체가 보장하는 것도 아니며 오직 개개인 간의 신뢰에 의해서 유통성이 보장될 뿐이다. 어느 누구도 비트코인의 현실시세를 보장하지 않는다. 아덴도 현실시세를 보장하지 않기는 마찬가지지만 아덴은 게임 속에서 게임 이용자의 시간과 비용을 줄여준다. 현실적인 노동의 대가로 아덴을 구입할 경제적 유인이 존재하지만 비트코인은 그렇지 않다. 그러면 비트코인은 어떻게 현실시세를 가지게 되었나? 비트코인을 교환수단으로 만들기 위한 (누군가의) 끊임없는 노력이 사람들에게 비트코인이 현실 재화와 교환가능하다는 신뢰를 주었고, 사람들은 이러한 신뢰에 근거해서 비트코인이 현실시세를 가진다고 믿게 되었다. 그런데 이러한 신뢰는 국가가 보장하거나 은행 등의 유력한 경제주체가 보장하는 것이 아니고 현실의 효용이 있는 것도 아니므로 언제 무너질지 알 수 없는 것이다. 지속적으로 가격이 상승하는 재화에는 투기수요가 붙기 쉽고 요행을 노리는 투자자가 증가하기 마련이다. 현실에서 비트코인은 베팅칩에 가깝다. 친구가 일확천금한 이야기를 듣는 것은 매우 고통스럽다. 중산층이 자산가치의 등락에 노출되는 것을 방치하면 필연적으로 중산층이 붕괴한다. 사람들이 사행적인 투기 행렬에 가담하는 것은 사람들의 삶이 매우 고달프다는 증거이고 사회가 붕괴하는 신호탄이다. 세계적인 신자유주의 유행은 노동소득 감소 및 복지 축소로 이어져 평범한 중산층의 삶을 뒤흔들었고, 위기에 처한 평범한 사람들은 쉽게 투기 행렬에 뛰어들었다. 재테크 없이 월급만으로는 살 수 없는 사회가 된 것이다. 한국에서 비트코인 열풍이 불고 있는 것은 우선, 평범한 사람들의 삶이 너무나 불안하기 때문이다. 다음으로 한국에는 사행성 수요에 대한 국가적인 통제체계가 지극히 부실하다. 국가전략으로서의 사행성 통제장치가 거의 없다. 비트코인 규제는 사행성 규제의 일환으로 다루어져야 한다. 미국에서는 선물거래가 가능하도록 함으로써 금융규제 대상으로 다루게 되었는데, 금융규제 대상으로 다루는 것도 가능하지만 사행성 규제로 다루는 것이 더 장점이 많다. 왜냐하면 한국에서는 금융규제가 소비자 보호보다는 금융시스템을 보호하는 데 치중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한국에서는 금융소비자를 보호하는 시스템이 매우 부실하다. 선진국의 사행성 규제체계는 금융규제와 매우 유사한 시스템을 가지고 있다. 대체로 4가지의 규제장치를 설계하면 사행성 규제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다. 첫째, 전문성과 독립성이 보장되는 감독위원회를 설치하고 그 산하 감독국(감독집행기구)을 설치한다. 사행성 규제는 매우 높은 전문성이 요구된다. 몇년마다 보직이 바뀌는 관료들이 담당하기 어려운 영역이다. 감독위원회는 독립성을 보장하고 권한과 책임을 부여해야 제대로 작동한다. 감독국은 감독위원회의 지휘를 받아 감독 업무를 집행한다. 둘째, 주기적으로 갱신되는 라이선스(면허) 체제를 도입하는 것이다. 가상화폐를 만들거나 유통하는 행위를 업으로 하는 경우 라이선스를 받도록 해야 한다. 이 라이선스는 엄격한 심사를 거쳐 발급되고 주기적으로 갱신되어야 한다. 가상화폐의 경우에는 거래 양태를 예상하기 어려우므로 지금은 1년 단위 갱신제를 제안한다. 셋째, 내부 통제 시스템이다. 일명 컴플라이언스(준법 감시) 체제를 말한다. 라이선스를 받은 업체 내부에서 불법, 범법, 규정 위반 등을 감시하고 감독위원회에 직접 보고하는 업무를 전담하는 감독책임자를 두도록 하고 내부 감독기구를 구성한다. 내부 감독기구는 경영층으로부터 독립하여 구성되고 내부 감독책임자에 대한 인사권을 가진다. 넷째, 이용자 보호 규정을 정비한다. 사행산업의 경우에는 책임도박시스템, 게임의 경우에는 게임이용자보호방안, 금융의 경우에는 금융소비자보호방안에 해당한다. 이용자 보호 규정을 정비하는 것은 감독위원회의 주된 업무이다. 이용자 보호 규정에는 이용자 교육, 본인 확인, 투자한도, 가상화폐에 대한 정보공개 의무 부과, 가상화폐에 대한 등급제, 경고, 이용제한조치 등이 포함되어야 한다. 비트코인은 아마도 게임아이템과 베팅칩과 금융상품이 만나는 중간 어디쯤에 그 주소가 있는 것 같다. 그것이 게임이든 도박이든 금융상품이든 중요한 것은 이용자(투자자, 소비자)를 보호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용자 보호 장치는 매우 정교한 설계가 필요하다. 불법을 단속하거나 거래소를 불법화하는 조치로는 충분하지 않다. 불법을 방치하지 않으면서도 합법적인 공간 내로 사행성 수요를 흡수하고 사행성 규제장치를 완비하여 이용자를 보호해야 한다. ‘나만 아니면 돼!'가 아니라 우리 모두 함께 더불어 잘 사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보이지 않는 위험으로부터 평범한 사람들을 보호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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