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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8.01.08 18:07 수정 : 2018.01.08 19:43

김덕종
서울시 서초구 서초동

저승행 케이티엑스(KTX)가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지난 연말에 행정안전부 장관이 정부청사 등을 관리하는 비정규직 3000여명을 직접 고용한다고 발표한 일이 있었다. 당시 장관은 말했다. “지금부터 여러분은 당당한 대한민국의 공직자가 되신 것입니다. 여러분 다시 한번 축하합니다. 힘 내십시오.”

평생을 계약직 임시직으로 청소며 경비 일을 전전하며 살다가, 말년에나마 정규직 공직자가 되는 기쁨을 누리게 된 것이 조상 묘를 잘 쓴 음덕인지, 지나간 해에 촛불을 높이 든 보람인지 꿈만 같은 일이다. 그런데 더 들어보니 60살이 정년이고 60살이 넘은 현직자는 65살까지 고용을 보장한다고 한다. 얼마나 고맙고, 감사한 일인가? 그런데 나는 1945년생으로 73살 현재 초등학교에서 당직근무로 야간과 공휴일 연휴를 학교에서 지내는 경비원이다. 가족이 해주는 따뜻한 밥이나 설날의 떡국이나 추석의 송편을 가족과 같이 먹고 싶은 심정이야 간절하지만, 현실이 그렇지 못하니, 휴일이고 연휴 때고 티브이(TV)를 벗 삼아 학교에서 지낸다.

100만원도 안 되는 월급이지만, 그나마 필요하니 그저 감사할 따름이다. 한데, 행정안전부 장관의 티브이 발표가 있고 며칠 후 학교 행정실에서 서류를 주며 읽어보고 사인하라고 하는데, 보니 계속 근무를 원하면 교육을 받으란다. 단 65살 이상은 제외다. 65살 이상은 아예 교육을 받을 필요도 없다는 것이다.

며칠 후 들으니, 학교의 경비용역이나 청소용역은 오는 8월 말로 계약 기간이 만기되고, 이후에는 모든 계약이 종료되도록 지시가 왔단다. 용역회사에 고용돼 일하던 65살 이상 노인은 더 이상 일하기 어렵게 된 것이다. 그럼 65살 이상은 집에 가서 애나 보고, 애가 없으면 하늘이나 보고 세월을 보내다가 저승으로 가라는 거다.

정부의 창조적인 일자리 창출이 현재 근무하는 노인들의 일자리를 박탈하여 더 젊은 사람에게 일자리를 주는 것인가. 용역계약직 자리를 박탈하고 더 젊은 정규직을 채용하는 것이 실질적 실적인가. 아니면 용역회사로 지급되는 용역대금 중 용역회사 운영비를 경비원 임금 인상으로 전환하는 것이 정상적인가.

이번 조처로 정부가 추진하는 일자리 창출, 계약직의 정규직 전환, 임금 인상의 일석삼조 성과를 거둘 것이란 기대는 착각이다. 현재 전국 초·중·고등학교 1만1560여곳에 한두명 이상씩 경비원이 근무하고 있다. 내 경험으로 이들의 80% 이상이 70살이 넘는 노인이다. 70살이 넘어도 부득이한 형편으로 근무하지 않으면 안 될 처지여서, 가족의 따뜻한 밥보다, 학교를 근무지로 택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100살 시대’가 되었다고 방송도 되고, 일본에서는 정년을 80살로 검토한다는 뉴스도 있었다. 우리나라는 그렇게는 못할망정, 그나마 있는 노인네들의 일자리를 정규직 전환이네, 임금 인상이네 하는 미명 아래 없애면 오직 갈 데가 어디인가? 탑골공원의 차디찬 돌계단에 앉아서 저승행 케이티엑스가 오기만을 손꼽아 기다려야 하는 것인가? 노인들에게도 일자리가 필요함을 알아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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