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18.01.03 18:03 수정 : 2018.01.03 20:54

2008년 7월1일부터 ‘노동자’는 아니지만 ‘업무상 재해’에 대한 ‘보호의 필요성’ 때문에 ‘특수형태근로종사자’를 산재보험에서 특례 형식으로 가입할 수 있게 했다. 처음 4개 직종(골프장 캐디, 보험설계사, 학습지교사, 레미콘 기사)에서 2012년 2개 직종(퀵서비스 기사와 택배 기사), 2016년 3개 직종(대리운전기사, 대출모집인, 신용카드 모집인)이 늘어 현재 9개 직종이 이에 해당한다.

2017년 9월 기준으로 이 직종들 전체의 평균 산재 적용률(9개 직종 총 입직자 중 산재보험 가입률)은 12.2%다. 직종별로는 대리운전기사가 69.2%, 퀵서비스 기사가 55.0%, 레미콘 기사 44.2%, 택배 기사 28.6%, 대출모집인 23.9%, 신용카드 모집인 20.7%, 학습지 교사 13.1%, 보험설계사 9.6%, 골프장 캐디 4.3%다. 산재보험이 처음 도입된 2008년의 15.3%를 제외하고는 10% 전후의 적용률을 기록하고 있다.

보통의 산재는 사용자가 100% 보험료를 납부하는 의무가입 형식이다. 하지만 특수형태근로종사자는 산재보험료를 사용자와 특수형태근로종사자가 반반씩 부담한다. 또한 산재 적용에 대해서도 ‘적용제외신청’을 할 수 있도록 했다. 적용률 12%의 의미는 적용제외신청을 88%가 했다는 것이다. 쉽게 말해 100명 중 88명이 산재보험 가입을 자의든 타의든 거부했단 뜻이다. 그 적용제외신청을 특수형태근로종사자가 자발적으로 했는지 조사한 2012년 국회입법조사처 자료를 보면, 54.4%가 회사의 요구 등으로 했다고 답했다. 또한 2008년 한국노동연구원 적용제외신청 이유 조사에서는 45.3%가 보험료가 부담스러워서라고 했다. 특수형태근로종사자 개선방안에도 ‘적용제외신청제도’를 없애고, 보험료를 100% 사용자가 내도록 해야 한다는 요구가 많이 있다.

특수형태근로종사자의 산재 적용을 실질적으로 높이는 방안에 대한 많은 학자들의 연구가 있었다. 하지만 특수형태근로종사자가 실제로 산재보험으로 얼마나 보호를 받고 있는지에 대한 연구는 많지 않다. 그래서 근로복지공단에 정보공개 청구를 해 관련 내용을 정리해보았다.

2008년부터 2017년 9월까지 전체 산재 신청 건수는 98만4579건이고, 그중 특수형태근로종사자가 신청한 것은 2817건으로 전체의 0.3%를 차지한다. 그렇게 많은 수는 아니지만 적용률 10% 안팎을 반영하면 적지 않은 수라고 본다.

업무상 사고와 업무상 질병을 심사하는 방식이 상이하니 다르게 정보공개 청구를 하였다. 그 결과를 살펴보니 업무상 사고에 대한 일반 노동자의 승인율이 94.5%인 데 반해 특수형태근로종사자는 89.8%였다. 5%포인트 가까이 차이가 났고, 이 정도의 차이는 산재심사에서 뭔가 다르게 판단하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했다. 보험설계사, 골프장 캐디의 경우는 업무상 사고 승인율이 73.5%, 77.3%로 유난히 낮았다.

더 놀라운 것은 업무상 질병 관련 승인율의 차이였다. 일반 노동자들은 업무상 질병과 관련해 47.2%의 승인율을 보인 반면 특수형태근로종사자는 26.5%의 승인율을 보였다. 약 2배 가까운 차이였다. 택배 기사는 57.1%의 승인율이었지만 보험설계사는 8.9%밖에 되지 않았다. 업무상 질병이 뇌심혈관계 질환인지, 근골격계 질환인지 등 구체적인 분류에 따라 다르겠고, 신청 건수가 많지 않아서 아주 정확하다고 볼 수는 없다. 하지만 일반 노동자에 비해 상당히 낮은 것은 사실이다.

국제통화기금(IMF) 사태 이후 비정규직이 늘어나고 고용형태도 다양해진 상황에서 노동법과 사회보험이 다양한 방식의 노동자들을 보호하고 있지 못한 상태일 때 특수형태근로종사자에 대한 산재보험 특례제도가 생겼다. 여러 비판이 있었고, 대안 이야기도 많이 나왔지만 직종이 늘어난 것 이외에 뚜렷한 진척은 별로 보이지 않는다.

적용률을 높이기 위한 ‘적용제외신청 폐지’, ‘사업주 100% 보험료 부담’은 기본으로 하고, 산재보험 적용에서 제대로 된 심사와 보상이 필요해 보인다. 보편적 원리로 국가의 사회보험 틀 안에 들어오면 안전이 보장되고, 안심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이 기본이다. 노동부와 근로복지공단은 특수형태근로종사자에 대한 산재 승인율이 왜 낮은지 분석하고, 제대로 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최승현 노무법인 삶 노무사

광고

브랜드 링크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