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역거부자·전쟁없는세상 활동가 내가 일하는 ‘전쟁없는세상’은 내년에 15주년을 맞는 제법 오래된 평화운동 단체다. 병역거부자들의 모임으로 시작한 만큼 가장 많이 하는 일 중 하나가 병역거부를 고민하는 사람들 상담이다. 예나 지금이나 상담자가 찾아오면 우리는 먼저 병역거부에 대해 신중하게 다시 생각해보라고 한다. 병역거부 고민하는 분들이 군대에 대해서는 깊게 고민하고 오지만 감옥 생활은 진지하게 생각하지 않는 경우가 많아서다. 그런데 요즘 들어서는 말리면서도 속으로는 딴생각을 많이 한다. ‘차라리 감옥이 군대보다 안전하지 않을까?’ 전쟁없는세상은 병역거부 상담뿐만 아니라 대체복무제도 도입 캠페인을 15년째 하고 있다. 15년 동안 대체복무 도입을 반대하는 분들이 늘 던지는 질문이 있다. “그럼 군대 누가 가냐?” “군대 간 사람들은 바보라서 군대 가냐?” “대체복무가 아무리 난이도가 높다 한들 군대만큼 빡셀 수 있겠냐?” 등등. 대체복무제도를 반대하는 분들과 나는 정반대의 입장을 가지고 있지만 한 가지는 공감한다. ‘현재 한국 군대는 젊은이들의 입영을 기피할 만큼 굉장히 열악하다.’ 멀게는 훈련소 인분 사건에서부터 윤 일병 사건, 김 병장 사건을 거쳐 가깝게는 공관병 갑질 사건까지, 한국 군대는 가기 싫은 곳, 가면 몸과 마음을 다치는 곳, 잘못하면 목숨까지 잃는 곳이라는 생각이 사람들에게 널리 퍼져 있다. 그 와중에 돈 좀 있거나 권력 좀 있는 사람들이 자기 자식 군대 안 보내는 일들이 왕왕 발생한다. 그들이 주로 이용하는 방법으로 알려진 것이 병역기피성 해외도피인데, ‘병역기피자 신상공개’는 바로 권력층 자제나 유명인들의 병역기피성 해외도피를 막기 위한 방안을 국회 국방위에서 논의하면서 시작되었다. 지난해 12월 병역기피자 237명의 이름, 나이, 주소 등 신상 정보를 병무청 홈페이지에 올린 것을 시작으로 올해에는 266명의 신상 정보를 공개했다. 이 제도는 여러 문제가 있다. 과도한 낙인찍기, 이중 처벌 등 인권 침해에 대해서 전쟁없는세상,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 참여연대 등 시민사회단체가 줄기차게 비판해왔다. 아직 기소도 되지 않은 사람들을 피의자 취급하는 것은 무죄 추정의 원칙에도 어긋난다는 비판도 있다. 또한 작년 명단에서 3분의 2, 올해 명단에서 약 5분의 1이 병역거부자인데, 감옥에 갈지언정 군대를 거부하는 이들의 신상 정보를 공개하는 것이 과연 사회적으로 어떤 긍정적인 효과가 있는지 의문이다. 왜 사람들이 병역기피자가 되는지는 고민하지 않은 채 병역기피자들 망신을 줘서 병역기피를 근절하겠다는 게 ‘병역기피자 신상 공개’다. 병역기피자 신상 공개가 과연 효과가 있을까? 나는 효과가 없을 거라고 보지만, 효과가 있다 해도 그것대로 문제다. 유신시절 박정희는 병무청에 입영률 100% 달성을 지시했다. 관계 당국의 무리한 집행은 입영률은 높였지만, 끝내 여러 사람의 목숨을 앗아가는 사고의 원인이 됐다. 병역기피의 원인을 제거하지 않은 채 망신주기로 입영률을 높인다면 같은 비극이 반복될 수도 있다. 그리고 비극적인 사건은 또다시 병역기피의 원인이 되고, 악순환이 이어지는 가운데 피해는 고스란히 성실하게 국가의 부름에 응하는 젊은이들에게 집중될 것이다. 국방부나 병무청, 혹은 국회가 할 일은 병역기피자 신상 공개가 아니다. 사람들이 군 입대를 피하고 싶어 하는 원인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그 원인을 해결하는 것만이 병역기피를 근절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가고 싶은 군대까지는 바라지도 않는다. 최소한 가서 어처구니없게 죽고 다치는 군대, 나라 지키는 일과는 아무 상관 없는 일에 동원되고 그러면서 몸과 마음이 다치는 군대는 벗어나는 게 병역기피 근절을 위한 첫걸음이어야 하지 않을까.
왜냐면 |
[왜냐면] ‘병역기피자 공개’ 국가의 해결 책임 개인에게 떠넘기는 것 / 이용석 |
이용석
병역거부자·전쟁없는세상 활동가 내가 일하는 ‘전쟁없는세상’은 내년에 15주년을 맞는 제법 오래된 평화운동 단체다. 병역거부자들의 모임으로 시작한 만큼 가장 많이 하는 일 중 하나가 병역거부를 고민하는 사람들 상담이다. 예나 지금이나 상담자가 찾아오면 우리는 먼저 병역거부에 대해 신중하게 다시 생각해보라고 한다. 병역거부 고민하는 분들이 군대에 대해서는 깊게 고민하고 오지만 감옥 생활은 진지하게 생각하지 않는 경우가 많아서다. 그런데 요즘 들어서는 말리면서도 속으로는 딴생각을 많이 한다. ‘차라리 감옥이 군대보다 안전하지 않을까?’ 전쟁없는세상은 병역거부 상담뿐만 아니라 대체복무제도 도입 캠페인을 15년째 하고 있다. 15년 동안 대체복무 도입을 반대하는 분들이 늘 던지는 질문이 있다. “그럼 군대 누가 가냐?” “군대 간 사람들은 바보라서 군대 가냐?” “대체복무가 아무리 난이도가 높다 한들 군대만큼 빡셀 수 있겠냐?” 등등. 대체복무제도를 반대하는 분들과 나는 정반대의 입장을 가지고 있지만 한 가지는 공감한다. ‘현재 한국 군대는 젊은이들의 입영을 기피할 만큼 굉장히 열악하다.’ 멀게는 훈련소 인분 사건에서부터 윤 일병 사건, 김 병장 사건을 거쳐 가깝게는 공관병 갑질 사건까지, 한국 군대는 가기 싫은 곳, 가면 몸과 마음을 다치는 곳, 잘못하면 목숨까지 잃는 곳이라는 생각이 사람들에게 널리 퍼져 있다. 그 와중에 돈 좀 있거나 권력 좀 있는 사람들이 자기 자식 군대 안 보내는 일들이 왕왕 발생한다. 그들이 주로 이용하는 방법으로 알려진 것이 병역기피성 해외도피인데, ‘병역기피자 신상공개’는 바로 권력층 자제나 유명인들의 병역기피성 해외도피를 막기 위한 방안을 국회 국방위에서 논의하면서 시작되었다. 지난해 12월 병역기피자 237명의 이름, 나이, 주소 등 신상 정보를 병무청 홈페이지에 올린 것을 시작으로 올해에는 266명의 신상 정보를 공개했다. 이 제도는 여러 문제가 있다. 과도한 낙인찍기, 이중 처벌 등 인권 침해에 대해서 전쟁없는세상,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 참여연대 등 시민사회단체가 줄기차게 비판해왔다. 아직 기소도 되지 않은 사람들을 피의자 취급하는 것은 무죄 추정의 원칙에도 어긋난다는 비판도 있다. 또한 작년 명단에서 3분의 2, 올해 명단에서 약 5분의 1이 병역거부자인데, 감옥에 갈지언정 군대를 거부하는 이들의 신상 정보를 공개하는 것이 과연 사회적으로 어떤 긍정적인 효과가 있는지 의문이다. 왜 사람들이 병역기피자가 되는지는 고민하지 않은 채 병역기피자들 망신을 줘서 병역기피를 근절하겠다는 게 ‘병역기피자 신상 공개’다. 병역기피자 신상 공개가 과연 효과가 있을까? 나는 효과가 없을 거라고 보지만, 효과가 있다 해도 그것대로 문제다. 유신시절 박정희는 병무청에 입영률 100% 달성을 지시했다. 관계 당국의 무리한 집행은 입영률은 높였지만, 끝내 여러 사람의 목숨을 앗아가는 사고의 원인이 됐다. 병역기피의 원인을 제거하지 않은 채 망신주기로 입영률을 높인다면 같은 비극이 반복될 수도 있다. 그리고 비극적인 사건은 또다시 병역기피의 원인이 되고, 악순환이 이어지는 가운데 피해는 고스란히 성실하게 국가의 부름에 응하는 젊은이들에게 집중될 것이다. 국방부나 병무청, 혹은 국회가 할 일은 병역기피자 신상 공개가 아니다. 사람들이 군 입대를 피하고 싶어 하는 원인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그 원인을 해결하는 것만이 병역기피를 근절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가고 싶은 군대까지는 바라지도 않는다. 최소한 가서 어처구니없게 죽고 다치는 군대, 나라 지키는 일과는 아무 상관 없는 일에 동원되고 그러면서 몸과 마음이 다치는 군대는 벗어나는 게 병역기피 근절을 위한 첫걸음이어야 하지 않을까.
병역거부자·전쟁없는세상 활동가 내가 일하는 ‘전쟁없는세상’은 내년에 15주년을 맞는 제법 오래된 평화운동 단체다. 병역거부자들의 모임으로 시작한 만큼 가장 많이 하는 일 중 하나가 병역거부를 고민하는 사람들 상담이다. 예나 지금이나 상담자가 찾아오면 우리는 먼저 병역거부에 대해 신중하게 다시 생각해보라고 한다. 병역거부 고민하는 분들이 군대에 대해서는 깊게 고민하고 오지만 감옥 생활은 진지하게 생각하지 않는 경우가 많아서다. 그런데 요즘 들어서는 말리면서도 속으로는 딴생각을 많이 한다. ‘차라리 감옥이 군대보다 안전하지 않을까?’ 전쟁없는세상은 병역거부 상담뿐만 아니라 대체복무제도 도입 캠페인을 15년째 하고 있다. 15년 동안 대체복무 도입을 반대하는 분들이 늘 던지는 질문이 있다. “그럼 군대 누가 가냐?” “군대 간 사람들은 바보라서 군대 가냐?” “대체복무가 아무리 난이도가 높다 한들 군대만큼 빡셀 수 있겠냐?” 등등. 대체복무제도를 반대하는 분들과 나는 정반대의 입장을 가지고 있지만 한 가지는 공감한다. ‘현재 한국 군대는 젊은이들의 입영을 기피할 만큼 굉장히 열악하다.’ 멀게는 훈련소 인분 사건에서부터 윤 일병 사건, 김 병장 사건을 거쳐 가깝게는 공관병 갑질 사건까지, 한국 군대는 가기 싫은 곳, 가면 몸과 마음을 다치는 곳, 잘못하면 목숨까지 잃는 곳이라는 생각이 사람들에게 널리 퍼져 있다. 그 와중에 돈 좀 있거나 권력 좀 있는 사람들이 자기 자식 군대 안 보내는 일들이 왕왕 발생한다. 그들이 주로 이용하는 방법으로 알려진 것이 병역기피성 해외도피인데, ‘병역기피자 신상공개’는 바로 권력층 자제나 유명인들의 병역기피성 해외도피를 막기 위한 방안을 국회 국방위에서 논의하면서 시작되었다. 지난해 12월 병역기피자 237명의 이름, 나이, 주소 등 신상 정보를 병무청 홈페이지에 올린 것을 시작으로 올해에는 266명의 신상 정보를 공개했다. 이 제도는 여러 문제가 있다. 과도한 낙인찍기, 이중 처벌 등 인권 침해에 대해서 전쟁없는세상,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 참여연대 등 시민사회단체가 줄기차게 비판해왔다. 아직 기소도 되지 않은 사람들을 피의자 취급하는 것은 무죄 추정의 원칙에도 어긋난다는 비판도 있다. 또한 작년 명단에서 3분의 2, 올해 명단에서 약 5분의 1이 병역거부자인데, 감옥에 갈지언정 군대를 거부하는 이들의 신상 정보를 공개하는 것이 과연 사회적으로 어떤 긍정적인 효과가 있는지 의문이다. 왜 사람들이 병역기피자가 되는지는 고민하지 않은 채 병역기피자들 망신을 줘서 병역기피를 근절하겠다는 게 ‘병역기피자 신상 공개’다. 병역기피자 신상 공개가 과연 효과가 있을까? 나는 효과가 없을 거라고 보지만, 효과가 있다 해도 그것대로 문제다. 유신시절 박정희는 병무청에 입영률 100% 달성을 지시했다. 관계 당국의 무리한 집행은 입영률은 높였지만, 끝내 여러 사람의 목숨을 앗아가는 사고의 원인이 됐다. 병역기피의 원인을 제거하지 않은 채 망신주기로 입영률을 높인다면 같은 비극이 반복될 수도 있다. 그리고 비극적인 사건은 또다시 병역기피의 원인이 되고, 악순환이 이어지는 가운데 피해는 고스란히 성실하게 국가의 부름에 응하는 젊은이들에게 집중될 것이다. 국방부나 병무청, 혹은 국회가 할 일은 병역기피자 신상 공개가 아니다. 사람들이 군 입대를 피하고 싶어 하는 원인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그 원인을 해결하는 것만이 병역기피를 근절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가고 싶은 군대까지는 바라지도 않는다. 최소한 가서 어처구니없게 죽고 다치는 군대, 나라 지키는 일과는 아무 상관 없는 일에 동원되고 그러면서 몸과 마음이 다치는 군대는 벗어나는 게 병역기피 근절을 위한 첫걸음이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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