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지난 12월14일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는 망 중립성 원칙 폐기를 선언했다. 이 선언으로 넷플릭스가 위태롭다는 기사도 나오고 있다. 넷플릭스의 경쟁사인 타임워너 인수에 나선 에이티앤티(AT&T)는 이제 넷플릭스에 대한 차별대우를 통해 타임워너의 시장점유율을 높이려고 할 것이다. 내가 에이티앤티 인터넷 서비스 가입자인데, 넷플릭스는 영상이 끊기면서 나오는 반면 타임워너 채널은 깨끗하게 잘 나온다면 선택은 뻔하지 않을까? 과연 미국만의 이야기일까? 망 중립성은 통신업자가 망 사용자를 차별하지 말아야 한다는 원칙이다. 망 중립성은 인터넷 초창기부터 모두가 당연하다고 생각해온 원칙인데, 넷플릭스나 유튜브 같은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가 대대적인 트래픽을 유발하면서 문제가 되고 있다. 통신사들은 막대한 트래픽을 발생시키는 사용자에게 더 비싼 요금을 징수하거나 속도를 제한하는 조치가 당연하다는 입장이다. 반면, 업체들은 망 중립성에 위배되는 차별대우는 받아들일 수 없다고 한다. 망 중립성은 네트워크도 전기선이나 수도관처럼 공공재로 보아야 한다는 생각으로 옹호된다.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데이터는 이제 물이나 전기와 마찬가지로 필수재다. 통신사들은 현재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 사업자를 대상으로만 차별적 대우가 필요하다는 논리를 펼치고 있지만, 그것은 단지 시작에 불과하다. 망 중립성 원칙이 일단 붕괴되면, 통신사는 시장을 잘게 쪼개어 가격 차별을 시도할 것이다. 대부분 나라에서 독과점 상태인 통신시장에서 소비자들은 저항할 수 없다. 시장 실패를 망 중립성이라는 간단한 원칙으로 막을 수 있는 현재 상태를 포기한다면, 호미로 막을 문제를 나중엔 가래로도 막지 못하게 된다. 통신시장은 결국 독점시장이 될 것이며, 시장 실패를 용인하고 독점기업에 의해 사회 전체의 후생이 휘청거리는 상황을 받아들이든지, 통신사업을 국영화하여 그 비효율성을 세금으로 메꾸든지 해야 할 것이다. 망 중립성과 함께 살펴보아야 할 것으로 제로 레이팅 문제가 있다. 제로 레이팅은 간단히 말해 공짜 데이터다. 구체적으로 어디까지를 제로 레이팅으로 볼 것인가는 정의하기에 따라 다르겠지만, 현재도 어느 정도 용인되고 있다. 이벤트나 사은품으로 얼마간의 데이터를 무료로 제공하는 일은 흔하다. 내 짧은 생각으로는, 제로 레이팅이 망 중립성 와해의 마중물이 될 수 있다. 제로 레이팅을 활용할 수 있는 사업자는 통신회사든 아니든 어느 정도 대기업이어야 한다. 시식을 통해 만두를 팔려고 해도, 우선 시식으로 제공할 만두를 만들 돈은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보자. 만약 마이크로소프트가 막대한 돈을 투자해서 유튜브와 같은 스트리밍 서비스를 광고 없이, 그리고 데이터 비용 없이 소비자들에게 제공한다면 어떻게 될까? 전형적인 치킨게임이 시작된다. 나중에 유튜브와 넷플릭스가 망하고 나면, 마이크로소프트 스트리밍 서비스는 독점가격을 부과할 것이다. 당장 공짜 좋아하다가 장기적으로 ‘호갱'이 되는 시나리오가 현실이 될 수 있다. 제로 레이팅은 망 중립성을 우회하는 방법이 될 수도 있다. 올해 페이스북은 에스케이(SK)브로드밴드에 한국 내에 캐시 서버를 설치하고, 캐시 서버의 망 사용료는 면제해 달라는 요구를 했다. 페이스북처럼 해외에 서버를 둔 업체는 국내 이용자가 원활하게 접속할 수 있도록 캐시 서버를 국내에 설치한다. 이 요구는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두 기업은 갈등했다. 그런데 만약 에스케이가 이 요구를 수용했다면? 캐시 서버에 통신료를 부과하지 않는 것은 제로 레이팅이다. 그런데 그것은 페이스북에만 허용되는 특혜다. 페이스북과 유사한 서비스를 제공하려는 신규 업체는 캐시 서버 없이 느린 속도로 서비스를 하든지, 아니면 캐시 서버의 막대한 통신비를 부담하면서 페이스북과 경쟁해야 한다. 제로 레이팅은 후발주자에게 엄청난 진입장벽이 될 수 있다. 큰 틀에서 보면 이것은 공유지의 비극과 같은 이야기다. 모두의 문제는 누구의 문제도 아니다. 그렇다고 그 문제를 방치하면 피해는 결국 모두의 것이 된다. 오바마 전 대통령, 문재인 대통령의 선거 공약은 망 중립성을 지키는 것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의 선거 공약은 망 중립성을 폐기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는 약속을 지켰다.
왜냐면 |
[왜냐면] 망 중립성 폐기, 남 얘기가 아니다 / 이용준 |
이용준
공무원 지난 12월14일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는 망 중립성 원칙 폐기를 선언했다. 이 선언으로 넷플릭스가 위태롭다는 기사도 나오고 있다. 넷플릭스의 경쟁사인 타임워너 인수에 나선 에이티앤티(AT&T)는 이제 넷플릭스에 대한 차별대우를 통해 타임워너의 시장점유율을 높이려고 할 것이다. 내가 에이티앤티 인터넷 서비스 가입자인데, 넷플릭스는 영상이 끊기면서 나오는 반면 타임워너 채널은 깨끗하게 잘 나온다면 선택은 뻔하지 않을까? 과연 미국만의 이야기일까? 망 중립성은 통신업자가 망 사용자를 차별하지 말아야 한다는 원칙이다. 망 중립성은 인터넷 초창기부터 모두가 당연하다고 생각해온 원칙인데, 넷플릭스나 유튜브 같은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가 대대적인 트래픽을 유발하면서 문제가 되고 있다. 통신사들은 막대한 트래픽을 발생시키는 사용자에게 더 비싼 요금을 징수하거나 속도를 제한하는 조치가 당연하다는 입장이다. 반면, 업체들은 망 중립성에 위배되는 차별대우는 받아들일 수 없다고 한다. 망 중립성은 네트워크도 전기선이나 수도관처럼 공공재로 보아야 한다는 생각으로 옹호된다.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데이터는 이제 물이나 전기와 마찬가지로 필수재다. 통신사들은 현재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 사업자를 대상으로만 차별적 대우가 필요하다는 논리를 펼치고 있지만, 그것은 단지 시작에 불과하다. 망 중립성 원칙이 일단 붕괴되면, 통신사는 시장을 잘게 쪼개어 가격 차별을 시도할 것이다. 대부분 나라에서 독과점 상태인 통신시장에서 소비자들은 저항할 수 없다. 시장 실패를 망 중립성이라는 간단한 원칙으로 막을 수 있는 현재 상태를 포기한다면, 호미로 막을 문제를 나중엔 가래로도 막지 못하게 된다. 통신시장은 결국 독점시장이 될 것이며, 시장 실패를 용인하고 독점기업에 의해 사회 전체의 후생이 휘청거리는 상황을 받아들이든지, 통신사업을 국영화하여 그 비효율성을 세금으로 메꾸든지 해야 할 것이다. 망 중립성과 함께 살펴보아야 할 것으로 제로 레이팅 문제가 있다. 제로 레이팅은 간단히 말해 공짜 데이터다. 구체적으로 어디까지를 제로 레이팅으로 볼 것인가는 정의하기에 따라 다르겠지만, 현재도 어느 정도 용인되고 있다. 이벤트나 사은품으로 얼마간의 데이터를 무료로 제공하는 일은 흔하다. 내 짧은 생각으로는, 제로 레이팅이 망 중립성 와해의 마중물이 될 수 있다. 제로 레이팅을 활용할 수 있는 사업자는 통신회사든 아니든 어느 정도 대기업이어야 한다. 시식을 통해 만두를 팔려고 해도, 우선 시식으로 제공할 만두를 만들 돈은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보자. 만약 마이크로소프트가 막대한 돈을 투자해서 유튜브와 같은 스트리밍 서비스를 광고 없이, 그리고 데이터 비용 없이 소비자들에게 제공한다면 어떻게 될까? 전형적인 치킨게임이 시작된다. 나중에 유튜브와 넷플릭스가 망하고 나면, 마이크로소프트 스트리밍 서비스는 독점가격을 부과할 것이다. 당장 공짜 좋아하다가 장기적으로 ‘호갱'이 되는 시나리오가 현실이 될 수 있다. 제로 레이팅은 망 중립성을 우회하는 방법이 될 수도 있다. 올해 페이스북은 에스케이(SK)브로드밴드에 한국 내에 캐시 서버를 설치하고, 캐시 서버의 망 사용료는 면제해 달라는 요구를 했다. 페이스북처럼 해외에 서버를 둔 업체는 국내 이용자가 원활하게 접속할 수 있도록 캐시 서버를 국내에 설치한다. 이 요구는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두 기업은 갈등했다. 그런데 만약 에스케이가 이 요구를 수용했다면? 캐시 서버에 통신료를 부과하지 않는 것은 제로 레이팅이다. 그런데 그것은 페이스북에만 허용되는 특혜다. 페이스북과 유사한 서비스를 제공하려는 신규 업체는 캐시 서버 없이 느린 속도로 서비스를 하든지, 아니면 캐시 서버의 막대한 통신비를 부담하면서 페이스북과 경쟁해야 한다. 제로 레이팅은 후발주자에게 엄청난 진입장벽이 될 수 있다. 큰 틀에서 보면 이것은 공유지의 비극과 같은 이야기다. 모두의 문제는 누구의 문제도 아니다. 그렇다고 그 문제를 방치하면 피해는 결국 모두의 것이 된다. 오바마 전 대통령, 문재인 대통령의 선거 공약은 망 중립성을 지키는 것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의 선거 공약은 망 중립성을 폐기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는 약속을 지켰다.
공무원 지난 12월14일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는 망 중립성 원칙 폐기를 선언했다. 이 선언으로 넷플릭스가 위태롭다는 기사도 나오고 있다. 넷플릭스의 경쟁사인 타임워너 인수에 나선 에이티앤티(AT&T)는 이제 넷플릭스에 대한 차별대우를 통해 타임워너의 시장점유율을 높이려고 할 것이다. 내가 에이티앤티 인터넷 서비스 가입자인데, 넷플릭스는 영상이 끊기면서 나오는 반면 타임워너 채널은 깨끗하게 잘 나온다면 선택은 뻔하지 않을까? 과연 미국만의 이야기일까? 망 중립성은 통신업자가 망 사용자를 차별하지 말아야 한다는 원칙이다. 망 중립성은 인터넷 초창기부터 모두가 당연하다고 생각해온 원칙인데, 넷플릭스나 유튜브 같은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가 대대적인 트래픽을 유발하면서 문제가 되고 있다. 통신사들은 막대한 트래픽을 발생시키는 사용자에게 더 비싼 요금을 징수하거나 속도를 제한하는 조치가 당연하다는 입장이다. 반면, 업체들은 망 중립성에 위배되는 차별대우는 받아들일 수 없다고 한다. 망 중립성은 네트워크도 전기선이나 수도관처럼 공공재로 보아야 한다는 생각으로 옹호된다.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데이터는 이제 물이나 전기와 마찬가지로 필수재다. 통신사들은 현재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 사업자를 대상으로만 차별적 대우가 필요하다는 논리를 펼치고 있지만, 그것은 단지 시작에 불과하다. 망 중립성 원칙이 일단 붕괴되면, 통신사는 시장을 잘게 쪼개어 가격 차별을 시도할 것이다. 대부분 나라에서 독과점 상태인 통신시장에서 소비자들은 저항할 수 없다. 시장 실패를 망 중립성이라는 간단한 원칙으로 막을 수 있는 현재 상태를 포기한다면, 호미로 막을 문제를 나중엔 가래로도 막지 못하게 된다. 통신시장은 결국 독점시장이 될 것이며, 시장 실패를 용인하고 독점기업에 의해 사회 전체의 후생이 휘청거리는 상황을 받아들이든지, 통신사업을 국영화하여 그 비효율성을 세금으로 메꾸든지 해야 할 것이다. 망 중립성과 함께 살펴보아야 할 것으로 제로 레이팅 문제가 있다. 제로 레이팅은 간단히 말해 공짜 데이터다. 구체적으로 어디까지를 제로 레이팅으로 볼 것인가는 정의하기에 따라 다르겠지만, 현재도 어느 정도 용인되고 있다. 이벤트나 사은품으로 얼마간의 데이터를 무료로 제공하는 일은 흔하다. 내 짧은 생각으로는, 제로 레이팅이 망 중립성 와해의 마중물이 될 수 있다. 제로 레이팅을 활용할 수 있는 사업자는 통신회사든 아니든 어느 정도 대기업이어야 한다. 시식을 통해 만두를 팔려고 해도, 우선 시식으로 제공할 만두를 만들 돈은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보자. 만약 마이크로소프트가 막대한 돈을 투자해서 유튜브와 같은 스트리밍 서비스를 광고 없이, 그리고 데이터 비용 없이 소비자들에게 제공한다면 어떻게 될까? 전형적인 치킨게임이 시작된다. 나중에 유튜브와 넷플릭스가 망하고 나면, 마이크로소프트 스트리밍 서비스는 독점가격을 부과할 것이다. 당장 공짜 좋아하다가 장기적으로 ‘호갱'이 되는 시나리오가 현실이 될 수 있다. 제로 레이팅은 망 중립성을 우회하는 방법이 될 수도 있다. 올해 페이스북은 에스케이(SK)브로드밴드에 한국 내에 캐시 서버를 설치하고, 캐시 서버의 망 사용료는 면제해 달라는 요구를 했다. 페이스북처럼 해외에 서버를 둔 업체는 국내 이용자가 원활하게 접속할 수 있도록 캐시 서버를 국내에 설치한다. 이 요구는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두 기업은 갈등했다. 그런데 만약 에스케이가 이 요구를 수용했다면? 캐시 서버에 통신료를 부과하지 않는 것은 제로 레이팅이다. 그런데 그것은 페이스북에만 허용되는 특혜다. 페이스북과 유사한 서비스를 제공하려는 신규 업체는 캐시 서버 없이 느린 속도로 서비스를 하든지, 아니면 캐시 서버의 막대한 통신비를 부담하면서 페이스북과 경쟁해야 한다. 제로 레이팅은 후발주자에게 엄청난 진입장벽이 될 수 있다. 큰 틀에서 보면 이것은 공유지의 비극과 같은 이야기다. 모두의 문제는 누구의 문제도 아니다. 그렇다고 그 문제를 방치하면 피해는 결국 모두의 것이 된다. 오바마 전 대통령, 문재인 대통령의 선거 공약은 망 중립성을 지키는 것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의 선거 공약은 망 중립성을 폐기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는 약속을 지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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