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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7.12.25 17:42 수정 : 2017.12.26 16:22

김새로미
사회복지공동모금회 변호사

얼마 전 크리스마스가 다가온다고 들떠 있는 딸들에게 산타할아버지로부터 무슨 선물을 받고 싶은지 물었다. 5살인 첫애는 무릎까지 오는 분홍색 원피스를 받고 싶다며 그림까지 그려가며 제법 상세히 표현했다. 멀뚱멀뚱 서 있는 2살짜리 둘째에게도 물으니, 서툴게 “까까”란다. 옆에서 남편도 내심 자기에게도 뭘 받고 싶은지 물어봐달란 눈치다.

아이들의 크리스마스 선물을 준비하고 있으려니, 며칠 전 한 모금단체의 롱패딩 사건이 떠오른다. 사건의 요지는 이렇다. 한 모금단체로부터 초등학생의 결연 아동을 연결받아 매달 일정 금액의 후원을 해온 기부자께서 크리스마스를 맞이하여 자신이 후원하는 그 아동에게 요즘 유행하는 롱패딩을 선물해주고 싶은 생각이 들어 구체적으로 원하는 제품이 있는지 물었다. 그리고 그 아동으로부터 특정 롱패딩을 갖고 싶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기부자께서 알아보니 그 아동이 원한 것은 20만원이 넘는 롱패딩이었단다. 생각보다 고가의 브랜드 롱패딩을 원하는 후원 아동 때문에 오히려 상대적 박탈감을 느낀 기부자는 이 사연을 한 인터넷 게시판에 올렸고, 이후 이 사건이 제법 논란이 되면서 해당 모금단체에서는 해명자료까지 내놓았다.

어려운 환경에서도 힘들게 기부를 이어나가던 기부자가 느꼈을 헛헛한 마음이야 이해 가지만, 문득 서글픈 마음이 들었다. 세상에 나온 지 20개월밖에 되지 않은 아이조차도 크리스마스가 되면 들뜬 마음에 받고 싶은 선물이 있는데, 모금단체의 후원을 받아 생활하는 소외되고 가난한 사람들에겐 받고 싶은 크리스마스 선물을 이야기할 자격이 없는 걸까. 가난한 사람들은 시대에 어울리는 소비를 원해서는 안 되는 것인가.

‘서러우면 스스로 가난을 떨쳐내라.’ 우리 사회가 가난한 자들에게 던질 수 있는 메시지가 이것이라면, 이번 일로 상처를 받은 아동에게 어떤 위로를 전할 수 있을까. 가난한 사람들도 당당히 시대에 어울리는 소비를 하고, 최소한의 생존을 위한 삶이 아닌, 좀더 인간다운 존엄한 삶을 살 수 있는 사회가 되길 간절히 소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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