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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7.12.18 18:10 수정 : 2017.12.18 19:29

김현동
배재대 교수·조세법

세금이 단체에 내는 구성원들의 회비와 기실 다름없다는 점을 생각한다면 납세의무를 면해주거나 줄여주는 것과 같은 세제상의 혜택은 지극히 예외적이어야 함은 당연한 사리(事理)에 속한다.

종교인에 대한 세금 역시 이와 다르지 않다. 따라서 종교인 과세의 주요 논점 중 하나는 세금을 왜 종교인에게 부과해야 하는지가 아니라, 이들에게 왜 특혜를 부여해야 하는지에 있다. 만약 특혜를 줄 필요가 없다면 비종교인들과 똑같이 과세해야 한다. 이에 대해 대부분의 세법학자들은 종교인이 벌어들이는 소득은 과세 대상이라는 일치된 입장을 취하고 있다.

지금까지 시행이 유예돼오긴 했지만 어쨌든 2015년 종교인 과세를 법에 들였고 또 우여곡절 끝에 내년에 시행하기로 했으니 과세를 할지 말지는 이제 더 따질 것도 없다. 그렇다면 남은 문제는 구체적으로 어떻게 세금을 매길지가 된다. 여기서도 똑같이 세금 계산에 있어 종교인에게 특혜를 줘야 한다면 ‘왜 그렇게 해야 하는지’가 주요 논점으로 자리 잡는다.

과세 규정을 처음 들인 2015년 당시 법은 종교인에게 비종교인과 다른 특혜를 주었다. 세액 계산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소득종류(근로소득과 기타소득)에 대한 선택권을 쥐여주는 한편, 상대적으로 필요경비를 다소 후하게 인정해 주었다. 이를 통해 낼 세금은 줄어들게 된다.

그런데 얼마 전 기획재정부가 입법예고한 종교인 과세 관련 소득세법 시행령 개정안을 뜯어보면 애초 규정과 상당한 차이를 보인다. 그 차이의 방향은 종전에 비해 과세 범위를 더 줄이고, 납세의무자 쪽의 재량 범위를 더 늘리는 반면, 과세 관청의 조사 범위를 더 줄이는 쪽으로 일관되게 향하고 있다. 개정안은 한마디로 원래보다 세금을 더 줄여주겠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앞에서 새긴 논점, 즉 종교인에게 세제상의 혜택을 왜 부여해야 하는지에 대한 정부의 생각은 무엇일까. 정부가 겉으로 드러낸 입장은 종교인 과세의 차질 없는 시행과 세금으로 인한 종교활동의 위축은 없도록 해야 한다는 것 두 가지 정도뿐이다. 비종교인과 다른 세제상의 혜택을 부여한 이유에 대한 설명은 찾기 어렵다. 사실 주무 부처인 기획재정부 입장에서 종교인 과세만큼 수지타산이 맞지 않는 업무도 없을 터이다.

종교인 과세로 확보되는 추가 세수는 기껏해야 100억원에서 200억원 남짓으로 추산되는 데 비해, 종교단체를 상대해야 하는 정치적 부담은 이에 비할 수가 없을 정도로 큰 까닭이다. 국정운영의 측면에서 득보다 실이 압도적인 종교인 과세 문제를 이런 현실과 적절히 타협하여 종교인 과세가 마침내 이뤄졌다는 상징적인 의미에 방점을 두는 것으로 서둘러 정리하려 했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그런데 이런 식의 생각은 세법의 지도원리 중의 하나인 공평에 어긋난다. 세제상의 혜택을 종교인에게 왜 주어야 하는지에 대한 물음은 바로 이 공평에 터 잡은 것이다. 물론 세법은 공평의 예외규정을 도처에 두고 있기는 하다. 그렇지만 그런 예외는 구체적 타당성을 가진 합리적인 이유와 짝을 이루어야 한다. 수지타산이 맞지 않는 골치 아픈 업무라서, 피하고 싶은 상대라서 혜택을 준다는 것은 예외를 두는 이유로 설 자리가 없다.

만약 그런 사정 때문이 아니라면 원칙에서 벗어나 혜택을 준 근거를 명확히 밝혀야 옳다. 종교인 과세의 시행 과정에서 지나치게 저자세로 일관하면서 조세의 기본원칙에 정합하지 않는 결과물을 내놓은 정부는 향후 증세 논의에서 이런 정부의 태도를 지켜본 다른 구성원들의 불만과 조세저항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점을 똑똑히 알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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