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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7.12.04 17:56 수정 : 2017.12.04 19:05

김연수
중앙대 유럽문화학부 1학년·경기도 안양시 동안구 귀인로

‘동의?어~보감’, ‘실화냐? 다큐냐? 맨큐냐?’ 같은 말을 한 번이라도 들어본 적이 있는가? 이 말을 처음 접한 사람은 도무지 그 뜻을 파악할 수 없을 것이다. 전자는 자문자답 형태의 동의를 구하는 말로 동의보감을 이용한 말장난이며, 후자는 다큐와 맨큐라는 비슷한 발음이 나는 단어를 나열해 어처구니없는 상황에 주로 쓰인다. 이런 말투를 ‘급식체’라고 하는데 최근 에스엔에스(SNS·사회관계망서비스)에서 자주 쓰임은 물론 예능 프로그램에서도 개그 소재로 쓰이고 있다. 급식체가 문제시되는 이유는 우리말 훼손의 주범으로 꼽히기 때문인데 문제는 그뿐만이 아니다.

‘급식’은 학교·병원·산업체 등에서 특정 다수에게 정기적으로 공급하는 식사를 가리키는 말이지만, 학교에서 급식을 먹는 10대 청소년을 일컫는 단어로도 통용되고 있다. 이들을 급식과 ‘벌레 충(蟲)’을 합쳐 ‘급식충’으로 부르며 중·고등학생이 사용하는 신조어, 더 나아가 그들의 언어습관을 ‘급식체’라고 일컫는다. 급식체는 발음이 비슷한 단어들을 의미 없이 나열하거나 자음만을 사용해 표현하는 말투다. 한글을 파괴하고 올바른 언어습관에 어긋나는 행동이라는 지적을 받으며, 이를 사용하는 청소년들이 문제시된다. 과연 청소년들만 급식체를 사용할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렇지 않다. 급식체가 에스엔에스를 통해 유행하면서 이라는 예능 프로그램에 등장했고 청소년뿐 아니라 대학생 등 전 연령에서 소비되고 있다. 하지만 질타를 받는 대상은 청소년으로 한정되어 이런 청소년 혐오에 불쾌함을 느끼고 마음의 상처를 입는다. 그들은 “급식충이나 급식체 같은 단어는 비하적이고 멸시적인 표현으로 느껴진다”고 말한다. ‘급식’은 현재 중·고등학생 전체를 뜻하는 말로 자리잡았지만, 무례하게 행동하는 일부 청소년을 비하하는 의미로 만들어져 비하의 의미를 지울 수 없는 것이 사실이다. 이러한 ‘급식’이라는 단어에 벌레를 뜻하는 ‘충’까지 덧붙이고, ‘네다청’(네, 다음 청소년)을 사용해 청소년의 발언을 무시하기도 한다.

사춘기의 절정에 달한 중학교 2학년 학생들이 부모님과 선생님께 반항적으로 행동하거나 공부하기를 싫어하고 욕설을 자주 일삼으며 폭력적인 언행을 보이는 등의 모습을 포괄해 ‘중2병’이라고 부른다. 그리고 그들을 환자 취급하는 ‘중2병 환자’라는 말도 청소년 혐오의 또 다른 예시다. 중학교 2학년 시절 교실에 들어오는 선생님마다 ‘북한도 너희(중2)가 무서워서 못 쳐들어온다’고 말씀하셨고 계속해서 ‘중2병’이라는 말을 듣다 보니 그 당시에는 ‘중학교 2학년이면 모두들 문제되는 특이한 행동을 해야 할 나이인가?’라는 생각까지 들었던 기억이 있다.

사람들은 청소년기를 겪으며 성장한다. 일부 청소년들이 사용하는 급식체는 그들에게만 해당되는 문제가 아니다. 또한 중·고등학생이라고 해서 사고 치고 욕설을 할 것이라는 편견을 가지고 혐오의 대상으로 낙인찍어서는 안 된다. 물론 일부 문제를 일으키는 학생들은 비난받아 마땅하고 ‘급식체’라고 불리는 말투는 사용을 자제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중요한 성장기에 있는 청소년을 ‘급식충’, ‘교복충’ 같은 표현으로 비하하면 오래도록 상처로 남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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