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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7.11.27 17:55 수정 : 2017.11.27 19:14

남우근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정책위원

참으로 실망스러웠다. 수능시험이 있었던 지난 23일에 인천국제공항공사 역시 ‘비정규직 제로 시대’를 열기 위한 작은 시험을 치렀다. 1만명에 가까운 간접고용 비정규직 노동자의 정규직 전환 방식에 대한 연구용역 결과를 놓고 공청회가 열린 것이다. 두 연구기관(한국능률협회·한국노동사회연구소)이 잠정적으로 발표한 직접고용 인원 규모는 사뭇 달랐다. 하지만 실망스러웠던 것은 연구 결과의 차이가 아니라 공청회에 임하는 정규직 노동자들의 모습이었다.

자신들의 마음에 들지 않는 발표를 한 발제자와 토론자에게 집중된 고함과 야유는 공청회 장소인지 성토장인지를 헷갈리게 만들었다. 토론을 통해 의견 차이를 좁히려고 하기보다는 상대적으로 큰 규모의 정규직 전환을 제안한 발표자에 대해 작정하고 집단적 항의를 하는 듯 보였다. 토론자로 참여한 필자는 이번 공청회가 공공부문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진일보한 모습을 보여주기를 내심 기대했지만, 작은 기대는 커다란 실망으로 돌아왔다.

현 정부의 공공부문 정규직화 정책은 용역, 파견 등 간접고용까지 포함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전 정부들과 커다란 차별성이 있다. 하지만 직접고용만이 아닌 자회사 고용까지 정규직화 방식에 포함시킴으로써 불필요한 논란을 자초한 면도 있다. 자회사 방식까지 포함하려면 보다 구체적이고 엄격한 기준이 제시되었어야 했는데 그렇지 못했다. 이로 인해 인천국제공항공사를 비롯한 다수의 공공기관에서 직접고용 방식과 자회사 방식을 두고 노사 간에 힘겨루기를 하고 있다. 인천공항공사의 경우는 한 걸음 더 나아가서 정규직까지 가세해서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무임승차”라고 주장하며 직접고용 규모를 최소화하려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정규직들이 청년 선호 일자리를 언급하며 비정규직 당사자의 정규직 전환이 아닌 경쟁채용을 주장하는 것은 결국 정규직화를 우회적으로 반대하는 ‘정규직 이기주의’인가? 만약 아니라면 정규직들은 몇 가지 점에서 자신을 돌아봐야 한다. 우선, 균형감각이 필요하다. 정규직들이 “경쟁채용 원칙을 배제한 직접고용은 정의사회가 아니다”라고 주장하는데, 그동안 필요인력의 90%를 비정규직으로 활용해온 직장 내 고용의 부정의함에 대해 얼마나 문제의식을 가졌는지 자문해봐야 한다. 정의는 필요할 때만 갖다 쓰는 개념이 아니다.

둘째, 실사구시적 접근을 해야 한다. 공시자료에 따르면 인천국제공항공사 정규직의 평균 연봉은 8850만원이다. 비정규직이 정규직으로 전환된다고 해서 이러한 임금을 적용하는 것은 아니다. 또한 청년들이 수백 대 일의 경쟁을 뚫고 취업하려는 일자리는 사무행정직이지 청소, 경비, 시설관리직이 아니다. 물론 정규직 전환을 통해 기존 정규직들이 다수노조 지위를 잃거나 사내복지의 일부를 나눠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지만, 이러한 문제는 적절한 해법을 함께 고민할 일이다.

마지막으로 노동자 정체성을 잃지 않아야 한다. 정규직화 과정의 진통을 보수언론에서는 노-노 갈등으로 부각하고 있는데 그들의 노림수가 무엇인지 통찰해야 한다. 지난해 인천국제공항공사 정규직 노동조합이 성과연봉제 반대투쟁을 한 것은 단지 ‘내 밥그릇 지키기’가 아니라 노동자를 경쟁의 벼랑 끝으로 내몰아서 결과적으로 서비스의 공공성을 훼손할 것이라는 건강한 노동의 관점이 작동했기 때문이라고 믿는다. 이러한 관점은 이번 정규직화 과정에도 동일하게 발휘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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