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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7.11.27 17:53 수정 : 2017.11.27 19:14

이부영
몽양여운형선생기념사업회 이사장

올해는 우리 독립운동의 지도자 몽양 여운형 선생 서거 70주기가 되는 해였다. 기념사업회는 몇해 전부터 70주기를 뜻깊게 보내려고 준비해왔다. 그러나 지난해 말부터 뜻하지 않은 장애에 부닥쳐 큰 차질을 빚었다. 기념사업회가 기념관에서 쫓겨나는 사태가 벌어진 것이었다.

해방 후 미국·소련이 한반도를 분할 점령한 상태에서 신탁통치 문제를 둘러싼 정치적 대립이 격화하자 민족 분단의 위험이 고조되었다. 여운형 선생은 이를 막기 위해 김규식 선생과 함께 좌우합작(연합)위원회를 조직하여 통일정부 수립운동에 나섰다. 여운형 선생과 좌우합작운동에 대한 대중의 지지는 드높았고 미군정도 지지, 협력을 보냈다. 하지만 여운형 선생에 대한 극우, 극좌 세력의 비난과 매도는 끊이지 않았고, 해방 후 2년도 채 안 되는 동안 12차례의 테러를 당했다. 결국 선생은 1947년 7월19일 서울 혜화동 로터리에서 극우테러분자의 흉탄에 쓰러졌다. 이후 이승만 정권은 선생을 좌우합작에 앞장선 ‘빨갱이’로 왜곡, 매장했고 한국전쟁 이후에는 철저히 우리 역사에서 지워버렸다.

뒤늦었지만 다행스럽게 2008년 대한민국 정부가 최고훈장인 건국훈장 대한민국장을 선생께 추서했다. 또한 2011년 선생의 고향인 경기도 양평군에 생가와 기념관을 국비·도비·군비 총 34억원의 예산을 들여 건립했다. 건립 부지는 기념사업회 임원을 맡고 있는 유족 대표가 기증했다. 유족과 기념사업회는 소중히 보관해오던 유물과 자료들도 기증했다. 건립 직후부터 양평군은 추모사업을 지속했고 기념관 건립에 공이 컸던 기념사업회에 위탁운영을 맡겼다.

기념사업회는 불편한 접근성, 일부 남아 있는 이념적 편견 등 여러 어려움 속에서도 많은 성과를 거둬 2016년 국가보훈처가 실시한 현충시설 만족도 조사에서 전국 58개 기관 가운데 8위의 성적을 차지했다. 신설 기관으로서는 우수한 성적이었다. 그러나 주무행정기관인 양평군이 위탁운영을 방해하고, 예산집행에 전횡을 저지르며 위탁협약 체결을 미루면서 18일간이나 기념관을 강제 휴관하는 등의 사태가 벌어졌다.

양평군은 지역주민들로 하여금 기념사업회에 대해 불만을 표시하는 진정서를 제출하도록 한 뒤 그를 이유로 기념사업회를 성적이 불량하다고 기념관에서 축출했다. 축출 근거는 자의적으로 선정된 심사평가위원회의 평가를 통해 마련됐다. 가장 중요한 불량평가 이유는 기념사업회가 주요 기념사업 행사를 양평보다는 서울에서 개최했다는 것이었다. 한국뿐 아니라 동아시아와 세계에서 저명한 독립운동가였던 여운형 선생을 추모, 선양하기 위해 서울에서 개최한 것이 불량평가 이유였다. 그러나 기념사업회가 양평의 초중고생들, 지역 시민운동 단체들과 양평의 몽양기념관에서 각종 행사를 열었음은 물론이다.

양평군은 기념사업회를 탄핵하는 진정서를 낸 주민들이 포함된 지역 새마을회에 기념관 운영을 위탁하는 결정을 내렸다. 함께 위탁운영을 신청했던 상명대 산학협력단은 신청을 철회하여 지역 새마을회가 단독 위탁운영권을 얻게 되었다. 당연히 차순위 신청인인 몽양여운형선생기념사업회가 지명되어야 했지만 양평군은 새마을회를 지명했다. 새마을회가 능력도 의지도 없자 양평군은 직영하겠다고 나섰다. 행정기관은 공공사업을 하기에도 벅차다. 문학관 미술관 박물관 추모기념관 등은 전문지식과 사명감을 지닌 단체에 위탁해 운영한다. 그런데 공무원들은 자신들이 예산을 집행하는 것을 기화로 ‘행정 갑질’을 자행한다.

자치분권은 확대되어야 한다. 그러나 지난 20여년 실시되어온 지방자치에서 드러났듯이 각급 지방자치단체와 의회의 비리, 행정 갑질은 도를 넘어서고 있다. 자치분권의 확대에 개혁 없이는 더 큰 후유증이 따를 것이다. 그 극명한 행정 갑질 사례가 몽양여운형선생기념사업회가 양평군에 의해 기념관에서 축출된 사건이다. 더욱 우려할 사태는 중앙정부도, 차상위 광역시·도도 내년 지방선거에 유불리를 우려해서인지 기초단체들의 난맥상을 방치하고 있는 것이다. 적폐가 확대 재생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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