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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7.11.20 18:23 수정 : 2017.11.20 19:35

조현
외교부 제2차관

지난 14일 필자가 방문한 일본 도쿄 뉴오타니호텔에서는 우리 청년들의 일본 기업 취업을 위한 인터뷰가 진행되고 있었다. 고용노동부, 한국산업인력공단,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코트라)가 협력하여 설립한 도쿄 케이무브(K-move) 센터가 준비한 이 행사에는 아마존재팬, 라쿠텐, 시넥스인포텍 등 일본을 대표하는 주요 정보기술(IT) 기업들이 참여하였다.

1차 면접이 진행된 이날 행사장에는 이미 서류전형에 합격한 40명의 한국 아이티 인재들이 참여하였는데, 이 중 15명이 합격하여 조만간 그다음 전형이 진행될 예정이다. 현장에 있던 한 일본 기업 인사 담당자는 한국 구직자들은 어려운 과제가 주어져도 도전하는 자세가 좋은 것 같다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작년에만 정부의 지원을 받아 일본 기업 취업에 성공한 청년이 1103명에 달하는데, 이는 나라별 해외취업자 수 가운데 가장 많은 것이다.

일본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세계 선진국 중 경제적으로 가장 폐쇄적으로 보이는 국가였다. 그러나 이제 일본도 변하고 있다. 작년에는 마침내 일본 내 외국인 노동자 수가 100만명을 넘어섰다. 그 배경에는 우선 일본 경제의 호황이 자리잡고 있는데, 최근 일본의 실업률은 2.9%이고, 대졸자는 97.6%, 고졸자는 98%가 취업하고 있다. 사실상 완전고용 상태다. 더 근본적으로는 저출산, 고령화에 따른 인구구조의 변동이 변화를 견인하고 있다. 경제노동인구가 향후 10년간 600만명가량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 앞에 외국인 노동자의 유입을 언제까지 막고만 있을 수는 없는 것이다. 실제 일본 정부는 ‘일본재흥전략 2016’을 통해 외국인 유학생의 일본 취업을 현 30%에서 2020년까지 50%로 끌어올린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한편 우리나라는 청년실업률이 심각한 상황이다. 지난 15일 한겨레신문사가 ‘일의 미래’를 주제로 주최한 ‘아시아미래포럼’에서는 우리 청년실업률이 너무 높아 이를 국내 취업만으로는 완전히 해소하기 쉽지 않다는 의견이 많았다. 문제는 미국, 유럽 등 외국인 취업에 개방적이던 국가들이 최근 자국민 취업을 우선하고 있다는 점이다. 선진국 중 유일하게 일본만이 외국인 취업에 개방적으로 변화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필자는 우리 청년들의 일본 취업 확대 방안을 들고 지난 12일부터 일본을 방문했는데, 출장에서 만난 일본 관계자들은 충분히 가능하다는 입장이었다. 다만, 실제 취업 확대로 이어지려면 더 구체적인 프로그램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했다.

대표적인 것이 우리 대학 3학년까지 마친 학생이 일본 대학에서 4학년 과정을 이수하고 현지에서 졸업 및 취업을 할 수 있게 하는 방안이다. 양국 정부는 이를 위해 협력해 가기로 했지만, 무엇보다 우리 대학들이 일본 대학들과 구체적인 협력체계를 만드는 것이 긴요하다. 더욱 많은 우리 대학들이 일본 대학들과 학점 상호인정 제도를 확대 또는 신설해야 할 것이다.

우리 청년들도 더 많은 관심을 갖고 도전해볼 필요가 있다. 일본은 여전히 높은 기술력을 보유한 국가로 우리의 3배에 이르는 내수시장을 갖고 있다. 내년은 미래지향적 한-일 관계 구축에 관한 ‘김대중-오부치 선언’이 채택된 지 20주년이 되는 해다. 그러나 여전히 양국은 미래지향적 관계 구축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양국 국민이 함께 근무하면서 양국의 역사와 문화를 이해하고 서로를 이해하게 된다면 양국 관계 개선의 촉매제가 되는 동시에 악화를 막는 버팀목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우리 청년의 일본 진출이 양국 관계에 의미있는 변화를 가져올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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